"다시 고시원으로"..임대주택 마다한 사연
[앵커]
이 달 9일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 사고로 살 곳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지자체에서 무료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예상과 달리 절반이 넘는 피해자들이 입주를 고사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정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시원 화재 피해자들에게 제공될 임대주택입니다.
방 둘에 화장실도 따로 있습니다.
쪽방 고시원에 비해 훨씬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지원대상 32명 중 절반도 안 되는 14명만 입주 신청을 했습니다.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고시원까지 찾아가고, 사업 설명도 드리고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적당치가 않거나…."]
불이 난 고시원 주민들은 대부분 종로 일대 인력사무소를 통해 새벽부터 일을 나가는데, 제공될 임대주택은 도봉, 중랑 등 서울 외곽이어서 너무 멀다는 게 큰 이유입니다.
[고시원 화재 피해 주민/음성변조 : "아침에 5시에 나가야 해요. 멀어져 버리면 차를 타야 할 거 아니에요. 한 달이면 돈 10만원 깨져요."]
보증금 없이 임대주택을 쓸 수 있는 건 6개월.
반 년 살려고 이불이나 냉장고 등 세간살이를 마련하는 것도, 이사 비용도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고시원 화재 피해 주민/음성변조 : "6개월 그거 받아 놓은 날이면 금방 가잖아요. 근데 그걸 거기서 여기까지 다니면서 내가 살겠어요?"]
[고시원 화재 피해 주민/음성변조 : "또 차 대절해서 가야 하잖아요. 이사하려면 몇 십만 원 또 들잖아..."]
결국 다시 선택한 곳은 또 다른 고시원입니다.
[고시원 화재 피해 주민/음성변조 : "거기나 여기나 옆에서 숨소리 다들리고, 여건은 다 똑같은데 그래도 어쩌겠어요. 갈데없으니 있어야지."]
고시원이나 쪽방 등에 사는 주거 빈곤층은 전국에 114만여 가구, 인권위 조사결과 대부분 고시원 화재 피해자들처럼 보증금이나 일터와의 거리 등을 이유로 임대주택 등을 마다하고 현재 사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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