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예산심사하다 "권성동이 보고싶다" 외친 까닭은?

2018. 11. 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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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지난 26일 고성 끝에 예산소위 파행
"법사위 때보다 지금 몇 배는 힘들어"

옆에 있던 박찬대 의원 '귀마개' 내보이며
"소리들을 너무 지르니 귀가 아파서.."

[한겨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세수결손 대책 요구로 멈춰선 가운데 27일 오전 예결소위가 열릴 예정이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회의실이 비어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권성동이 보고싶다. 권성동이!”

지난 26일 오후 6시20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고성 끝에 결국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가 파행되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렇게 외쳤다. 조 의원이 갑자기 예산소위 위원도 아닌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고 싶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오후 예산소위 상황은 이랬다. 여야는 산림청의 남북산림협력사업 예산안 심사를 두고 ‘1차 신경전’을 벌였다. 대북지원용 양묘장 조성·운영 등 남북산림협력기반 구축을 위해 정부는 75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예산안을 올렸지만, 자유한국당은 “대북 문제 불확실성도 있고, 북한이 비핵화 관련해서 일체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이장우 의원)” 등의 이유를 들어 25억 삭감을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30억을 삭감해야 한다고 나섰다. 김재현 산림청장이 마지못해 16억원 삭감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이번엔 민주당이 반발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지금 여당 위원들이 말은 다 안 했는데, 청장이 야당 위원들 말만 듣고 그렇게 해도 되느냐. 남북협력 중요성으로 봤을 때 감액할 수 있어요?”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장제원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항의했다.

“아니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정부에서 실무자와 협의해서 한 것을 이렇게 때려 엎으면… 저도 참고 욕먹어가면서 하고 있잖아요. 정부에서 어렵게 말한 것까지 어떻게 야당 의원들이 뭉개고 갑니까?”

결국 안상수 소위원장은 10분간 정회를 선언했다. 이날 오후 5시20분께 회의장에 다시 들어온 장제원 의원은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개무시당하려고 이렇게 개XX떨고 있나 내가.”

2차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번엔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으로 인한 세수결손 4조원에 대한 대책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문제 삼았다. 장제원 의원은 “더 이상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태도를 용인 못 한다. 오늘(26일) 오후까지 세수결손 4조원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기획재정부가 입장을 가져오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정회를 요청했고, 바른미래당도 “대책 가져오기 전까지 심의 어렵다(이혜훈 의원)”고 거들고 나섰다.

민주당은 보수 야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예산안 심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법상 오는 30일까지 예결위에서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일에는 정부안이 자동 상정된다. 예산안 심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 끌기’를 통해 소소위에 예산안 심사를 넘겨 밀실심사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위원장 및 교섭단체 3당 간사만 참여하는 소소위는 비공개로 이뤄지며 속기록도 남지 않는다.

26일 저녁 민주당 예산소위 위원들이 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예산소위 심사 일방적 중단선언은 짜여진 각본이고 의도된 파행”이라며 “야당은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4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데 세수결손은 세수가 당시 세입예산과 비교해 덜 걷혔을 때 쓰는 말이다. 이 중 3조는 정부대책에 따라 국세가 지방세로 바뀌는 것이고, 나머지 1조는 유류세 인하를 통해 유가하락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세수결손이 아니라 ‘세액변동’이 정확한 용어인 만큼 바로 잡아달라고 했다. 조정식 의원은 “예산소위 진도가 60% 정도 나간 상황이고, 소위 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오늘까지 당장 대책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맞지 않고, 상식적으로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이 ‘뜬금없이’ 권성동 의원이 보고 싶다고 외친 것은 이런 상황에서다. 이날 기자간담회 뒤 만난 조응천 의원에게 ‘권성동 의원을 보고 싶다고 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때도 (법사위원장이던) 권 의원 때문에 진짜 힘들었는데 지금이 몇 배는 더 힘들다.” 옆에 있던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양복의 오른쪽 호주머니에서 검은색 케이스에 든 ‘귀마개(이어플러그)’를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소리를 너무 지르니까 귀가 아파서…”라고 멋쩍게 웃었고, 조 의원은 “왜 좋은 걸 혼자만 하느냐”고 농담을 건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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