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촬영 그만".. 방송스태프들, MBC서 발길 막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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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출입문 앞에서 때아닌 실랑이가 일어났다.
길게는 하루 22시간 30분에 이르는 장시간 촬영과, 턴키 계약(단일 계약자가 다른 사람들 것까지 함께 일괄 계약하는 것) 관행을 근절하라며 MBC 규탄 기자회견을 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 이하 노조)와 MBC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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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관련 요구에 이번 주까지 답할 예정
노조 "노동부 특감 무시하고 모든 드라마에 턴키 계약 강요"
'배드파파' 하루 22시간 40분 촬영하기도
노조는 'MBC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요구 서한'을 최승호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MBC 로비로 향했다. 그런데 문 앞에서부터 발걸음이 막혔다. 이들을 막아선 MBC 안전관리팀은 현재 최 사장이 자리에 없다며 대신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최 사장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비서실이나 최소한 드라마 부문 책임자를 만나서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MBC 안전관리팀은 MBC를 방문한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1층 로비에 노조가 들어가는 것을 금지했다. 노조가 회사 밖에서 '주 52시간제 취지 역행하는 탄력근무제 거부한다', '살인적 장시간 촬영 강요하는 방송국을 규탄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를 했기 때문에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 10월 25일과 지난 5일 2차례 공문을 보내 이와 관련한 최승호 사장 면담을 요청했기에 '공식적인 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9일 열린 '상생 방송제작을 위한 독립창작자 인권선언식' 때도 최 사장과 만나 '언제든 오시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항의 서한을 전달하겠다는 쪽과 들어갈 수 없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 문 앞 대치는 30분 넘게 이어졌다. 이동애 비서팀장이 등장하고 나서야 노조는 대표단을 꾸려 MBC 로비로 입장할 수 있었다. 실랑이가 벌어진 지 40여 분 만의 일이다. 이때 안전관리팀은 취재를 위해 들어서려는 취재진도 막아 또다시 소란이 일었다. 취재진 역시 수분 대기하다 들어갔다.
최오수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MBC 측과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는 공문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으나 무응답이어서 오늘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회사 측은 아직 노조의 요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주 안으로 답을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방송스태프지부는 11시부터 기자회견을 열어 주 52시간 제도 시행 후에도 여전히 잠 못 자고 마음 편히 밥 먹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드라마 현장 실태를 고발했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배드파파'의 촬영 일정표(7월 18일부터 11월 21일까지 56회분)를 보면 10시간 미만으로 찍은 날은 2번뿐이었다. 반면, 20시간 이상 촬영한 날은 12번에 달했다. '배드파파' 촬영장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약 17시간이었다.
노조는 '배드파파'가 △촬영 첫날부터 하루 18시간 넘게 촬영하고 △11월 초부터는 하루 16시간 이상씩 주당 5~6일(주당 100시간 내외) 장시간 촬영했으며 △제작 현장 노동자들의 개별 근로계약 요구를 무시한 채 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촬영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앞서 지난 9월 20일 MBC와 '배드파파' 제작사인 호가엔터테인먼트와 면담해 요구사항을 전했고, 지난달 15일에는 공문으로 '개별 근로계약 체결',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TF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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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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