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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부고발하고 잘 된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소중한 입력 2018.11.27. 16:12 수정 2018.11.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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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송곳'을 다루는 법 - 하] 왜 이 문제는 반복되는가..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 시급

[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내부고발은 어렵다. 특히 군인이 내부고발을 결심하려면 군복을 벗는 것도 함께 각오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군대가 '송곳'을 다루는 법, 그리고 그 문화를 공고히 떠받치는 구조를 취재해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이 기사는 그 두번째다. <편집자말>

*상 편에서 이어집니다 : '성범죄 무마' 지시 거부했다가, 성추행범 된 여군 소령

"군대에서 내부고발하고 잘 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다들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다가 패가망신하지 않습니까."
 
군납비리를 내부고발한 뒤 결국 군복을 벗을 수밖에 없었던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이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해군 소령이었던 그는 군을 떠난 뒤 군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는데, 그 이유를 "나 한 명이라도 잘 되는 모습을 보여야 후배들이 불의를 고발해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소장은 "나 역시 이 판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김 소장의 말처럼 군대에서 내부고발을 한다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진상이 드러나기는커녕 앞서 보도한 사례처럼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조사 대상자가 되는 일이 공식처럼 반복되고 있다(관련기사 : '성범죄 무마' 지시 거부했다가, 성추행범 된 여군 소령).
 
군대 내 내부고발자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건 단순히 '군대 문화' 때문만은 아니다. 행정권력(지휘부)이 수사·기소권 및 사법권을 통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고발과 관련된 전문성도 떨어져 '윗선의 뜻'을 거스르기 힘든 현실이다.

헌병·군검찰 독립, 군사법원 폐지... 가능할까?  
 경기도 용인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의 모습
ⓒ 연합뉴스
 
군대에서 내부고발이 터져 나오면 주로 감찰부, 헌병, 군검찰, 군사법원 등을 거치며 사건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 모든 기구는 국방부, 육·해·공군본부, 군단, 사단 등 지휘부에 속해 있다. 조사·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행정권력의 통제를 받는, 사실상 권력이 분립돼 있지 않은 구조다. 민간과 비교해보면, 경찰·검찰·법원이 모두 청와대 하부에 있는 셈이다.
 
통상 내부고발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감찰부다. 사건 초기 상황을 마주하는 매우 중요한 곳임에도 지휘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 법무관 출신의 김정민 변호사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사실상 초동수사를 진행하는 곳이 감찰부인데, 수사·재판 경험이 있거나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일반 병과의 장교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라며 "지휘부 산하일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이 아닌 군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군의 생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부고발뿐만 아니라 외부진정 등도 수사기관으로 가기 전에 감찰부로 가는데 그 과정에서 그곳이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며 "감찰부를 거치고 나면 정보가 새거나 방어논리가 강화돼 면죄부가 만들어지는 역기능이 많이 발생해왔다"라고 덧붙였다.
 
수사·기소권을 갖고 있는 헌병과 군검찰, 사법권을 가진 군사법원 역시 비슷한 구조다. 많은 내부고발자가 되레 자신이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몰려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러한 구조에 기인한다. 아래는 김 소장이 국방권익연구소로 들어온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2년 전 현역 공군 중령이 찾아왔다. 직속상관인 대령에게 가혹행위와 비위를 중지해달라고 부대원을 대표해 서면으로 건의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협박죄로 수사 받고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1년 실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중령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냥 죽여 달라고 불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든 거나 마찬가지라고. 천만다행으로 이 중령은 임기제 중령 진급자라서 전역했고 민간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됐다. 당연히 무죄가 선고됐고, 공군이 항소를 포기하며 재판은 종결됐다."
 
김 소장은 "민간의 경우엔 수사기관이 별도로 있지 않나, 하지만 군대의 경우 한 조직에 경찰·검찰·법원이 다 속해 있다"라며 "예를 들어 지휘관에게 문제가 있으면 이를 견제해야 하는데 헌병·군검사·군판사 모두 지휘관의 부하인 구조 속에서 무슨 견제가 있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의 주체인 군판사와 군검사의 위치 및 관계만 봐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통상 사단 이상 지휘부에 법무실이 존재하는데 군판사와 군검사는 모두 법무실장 휘하에 속해 있다. 군판사와 군검사가 순환 근무를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군판사·군검사 모두 상관으로 법무실장을 모시고 있으며, 어제까지 군판사였던 사람이 오늘 아침 군검사가 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군 수사기관을 지휘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 왔다. 김 소장은 "군 수사기관은 견제자로서 지휘부 밖에 존재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라며 "충분히 헌병과 군검찰을 독립시킬 수 있는데도 군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무사에 권력이 너무 집중돼 최근 문제가 발생하긴 했지만, 군대 내에서 기무사를 무서워했던 것은 그들이 유일하게 독립된 기구였기 때문"이라며 "수사기관의 독립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군사법원 폐지 또한 오랜 시간 뜨거운 감자였다. 최근에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성폭력 가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판결해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군사법원이 이른바 '조직 보위'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군인권센터는 "이 사건은 미투 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던 지난 3월 여군의 첫 미투 폭로로 세상에 드러났다"라며 "군사법원은 성범죄자의 방패가 되어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고 가해자를 엄호했다"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군사법원 자체가 지휘부에 예속돼 있기 때문에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라며 "군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군사법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군에서 벌어지는 대부분 사건이 비리·성범죄·폭행 등 민간에서 벌어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상시로 군사법원을 둘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평정'이란 무엇인가
 
특히 군의 인사시스템은 상하관계의 폐쇄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는 이른바 '평정'이란 제도는 군의 핵심 인사시스템이다. 평정은 수치화된 객관적 평가보다 '충성심' 등 지휘관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군인이 이른바 '평정에서 긁히면' 곧장 군복을 벗어야 할 처지에 놓인다. 내부고발자를 향한 보복이나, 지휘관과 헌병·군검찰·군사법원 사이의 강한 상하관계도 모두 평정이 그 원인이다. 김 변호사가 말하는 평정 제도의 허점이다.
 
"예를 들어 사단장의 경우 평정을 매길 대상이 엄청나게 많을 것 아닌가. 사단장이 하나하나 다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피평정자가 자기가 그동안 해왔던 것을 써서 사단장에게 올린다. 그러면 평소 사단장 눈에 특별히 거슬리지 않는 한 써낸 대로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평소 찍힌 사람은 특히 충성심 항목을 건드려 긁어버린다. 하지만 충성도라는 게 매우 자의적이잖나. 국가에 대한 충성이 아닌 상관에 대한 충성을 기준으로 눈엣가시인 사람을 그렇게 쳐내는 것이다."
 
김 소장은 "군인은 계급 정년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과 달리 진급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라며 "평정에서 한 번 긁히면 끝이라고 봐야 한다, 교육성적 등 나름의 다른 평가 항목이 있지만 이는 모두가 비슷하게 받는 것이고 사실상 계량화된 기준이 없는 평정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결국 '지휘관 마음'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지나치게 주관적인, 그리고 상급자가 하급자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군의 인사시스템에 손을 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2007년 선배·후배·동료가 서로를 평가하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2년 만에 사라지고 말았다"라며 "(사라진 이유는) 결국 상급자의 '절대 권한'이 사라지기 때문 아니었겠나, 군은 그 체계를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내부고발을 받는 기구의 전문성 확보도 고려해야 할 과제다. 현재 국방부와 각급 부대엔 국방신고센터가, 군 외부엔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부고발의 주 창구로서 존재하고 있다.
 
김 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과 전문성이다"라며 "국방부와 각급 부대에 신고센터가 113곳이나 있는데 그곳에서 근무하는 이들 대부분 지휘관 밑의 군인이다, 전문적으로 싸울 만한 인력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도 전문 조사관직은 드물고 일반 행정공무원들이 순환근무하는 구조"라며 "군납비리·방산비리·부패신고 등과 관련한 전문가들로 최소한 절반은 채워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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