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된 숲이 민둥산 됐다"..농촌마을까지 할퀸 '태양狂'
주민 태양광 설치 반대에도
돈된다 소문에 묻지마 투자
수월한 지자체 인허가 따려
'발전용량 쪼개기' 편법 동원
태양광산림파괴 7년새 48배
◆ 기로에 선 태양광 ② / 태양광 과속 몸살 앓는 국토 ◆
공사장 인근 백전2리에는 총 33가구 6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주민 터전 위협하는 태양광 발전 물러가라'는 현수막 수십 개가 붙어 있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주민 엄조상 씨(53)는 "태양광 발전시설 때문에 조용한 농촌 마을이 엉망이 됐다"며 "경관 훼손도 문제지만 환경문제에 산사태 우려까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마을 뒷산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선 것은 사업주 4명이 일명 '쪼개기' 수법을 동원한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3㎿ 이상 발전설비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 이하는 기초자치단체 소관이라 상대적으로 인허가를 받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공사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줄로만 알았던 주민들은 지난 8월 태양광 시설 인허가가 났다는 소식에 일손도 놓은 채 상주시청 등에서 태양광 건립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한 주민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도 할 계획"이라고 분개했다.
올해 7월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건수(발전용량 3㎿ 미만)는 2만7001건으로 지난 한 해 전체 허가 건수(3만872건) 대비 87%에 달했다. 2016년(7665건)에 비해서는 무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산업부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발전용량 3㎿ 이상인 태양광 발전 사업 허가 건수도 올해 10월 기준 23건으로 벌써 지난 한 해 전체 인허가 건수(11건)의 2배를 넘어섰다. 2016년만 하더라도 산업부가 인허가를 해준 건수는 5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태양광 인허가가 급증한 것은 소위 '돈 되는' 사업이란 소문에 '묻지마 투자'가 횡행하고 있어서다. 특히 여태껏 임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하면 임야에서 숙박업소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잡종지로 지목 변경이 가능해 발전사업자가 아닌 부동산업자가 활개를 쳤다.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100㎾ 용량의 발전소를 하루 평균 3~4시간 정도 가동하면 한 달에 1만800㎾의 전력이 생산돼 보통 월 200만원가량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액 대비 10% 정도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간에 투기꾼들이 가세하며 수익률을 크게 과장하거나 태양광 발전이 끝난 뒤 부동산 사업을 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사례가 허다해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 느슨해진 인허가 기준도 태양광 발전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2016년 10월까지만 해도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한국전력에 검토 의견을 넣고 배전 선로 등을 감안해 허가를 진행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 한 기초자치단체 태양광 인허가 담당 공무원은 "산업부 고시가 개발 입지 타당성 검토 없이 전기사업 허가 여부만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태양광 발전 허가 실적이 폭증했다"고 말했다.
허가 신청이 급증하면서 인허가 부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산림 훼손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주시는 올해 9월 말까지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 건수가 480건이어서 담당 공무원이 매일 10건 이상 인허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산림 훼손도 극에 달해 지난해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면적은 2010년에 비해 48배나 급증한 1434㏊에 달했다.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양광 발전사업 임의 분할을 방지하기 위해 소규모 발전사업 허가 시 사업의 적정성 검토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전기사업허가 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 절차를 규정하는 법령을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 임성현(팀장) / 전경운 기자 / 양연호 기자 / 최현재 기자 / 광주 = 박진주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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