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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용 로켓엔진이란 무엇인가..10개국만 보유한 극비기술

조승한 기자 2018. 11. 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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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KSLV-Ⅱ) ‘누리호’의 주 엔진 검증용 시험발사체가 2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세워져 있다. 시험발사체는 28일 오후 4시 발사될 예정이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리 손으로 개발한 첫 우주로켓용 엔진인 75t액체엔진 성능을 검증할 시험발사체가 28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하늘로 향한다. 오는 2021년 발사될 한국형발사체에 들어갈 75t액체엔진은 한국이 자력으로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능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10개 국가만이 우주 로켓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957년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러시아의 뒤를 이어 미국(1958년), 프랑스(1965년), 일본(1970년), 중국(1970년), 영국(1971년), 인도(1980년), 이스라엘(1988년), 이란(2009년), 북한(2012년)이 자국 로켓을 타고 우주로 올라갔다. 도대체 우주발사체에 들어갈 로켓 엔진은 어떤 원리이고 왜 이렇게 개발하는데 힘들까.

●로켓이 나는 원리는 뉴턴이 이야기했다

로켓 엔진은 지구 대기권뿐 아니라 우주공간도 비행할수있는 추진기관이다.  로켓이 나는 원리는 공기가 빵빵하게 찬 풍선이 나는 원리와 같다. 풍선 주둥이를  놓으면 공기가 빠져나가며 이리저리 날아가는 풍선을 볼 수 있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알려진 뉴턴의 운동 제3법칙에 따른 결과다. 이 법칙에 따르면 한 물체에 힘을 가하면 이 물체도 같은 힘을 반대로 가한다. 풍선에서는 부풀기 전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힘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그 반작용으로 공기도 풍선을 밀어낸다. 이렇게 힘을 받은 풍선은 공기가 빠져나간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

시험발사체에 장착된 로켓 엔진이 작동하는 원리도 풍선이 날아가는 원리와 같다. 무언가를 밖으로 뿜으면 그 반작용으로 날아가는 힘을 얻는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공을 던지면 던진 사람도 반작용으로 힘을 받는다. 다만 힘이 크지 않아 눈에는 반작용이 보이지 않을뿐이다. 로켓 엔진이 던지는 공은 분사된 가스다. 연료를 태워 높은 압력의 가스를 만들고 이 가스를 엔진 밖으로 분사해 날아갈 힘을 얻는다.

로켓이 하늘로 향하는 원리는 뉴턴의 운동 제3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된다. 로켓이 연료를 태워 나온 가스를 밀어내면(작용, Action) 가스도 반대방향으로 로켓을 밀어내는데(반작용, Reaction) 이 힘이 로켓의 추진력으로 사용된다. -하우스터프웍스 제공

공을 던진 사람이 공으로부터 받는 힘은 공 무게와 가속도가 결정한다. 여기엔 뉴턴의 운동 제2 법칙인 ‘F=ma’가 쓰인다. 힘의 크기는 가속도 곱하기 질량이라는 공식이다. 공이 사람에게 받은 힘은 공의 가속도 곱하기 공의 질량이고 공을 던진 사람도 반작용으로 같은 힘을 받는다. 공의 질량은 1㎏, 사람의 질량은 100㎏이라고 하자. 초속 10m의 속도로 공을 던지면 사람도 공이 받는 힘과 같은 힘을 받는다. 사람이 공보다 100배 무거워 사람이 받는 가속도는 100분의 1이 된다. 결국 초속 0.1m의 속도로 공이 날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움직이게 된다.

●200t짜리 한국형발사체가 1.5t 위성만 싣는 이유는 로켓의 딜레마 때문

2021년에 발사될 한국형발사체(KLSV-II)는 로켓 상단부에 1.5t급의 실용위성을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저궤도에 올리기 위해 실용위성의 100배가 넘는 200t 무게의 로켓이 쓰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시험발사체를 통해 성능이 검증된 75t 액체엔진은 2021년 발사를 위해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들어간다. 누리호의 이륙 중량은 200t에 이른다. 250명을 태울 수 있는 중형 항공기 무게와 비슷하다. 누리호  목표는 1.5t급의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저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1.5t은 중형 세단 하나의 무게다.  항공기 하나가 고작 자동차 하나를 싣고 나는 셈이다. 여기에도 로켓의 원리에 따른 이유가 숨어 있다.

로켓 엔진의 힘은 뉴턴( N,  ㎏·m/s2)으로 표시되는 ‘추력’으로 표현한다. 1㎏의 물체가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 떠 있기 위해서는 9.8N의 힘(추력)이 필요하다. 매초 한 개씩 1㎏의 공을 던지면 던지는 사람은 9.8N의 추력을 얻을 수 있다. 100kg의 사람이 하늘에 뜨려면 980N의 추력이 필요한 셈이다.

추력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질량을 높이는 방법이다. 공의 질량을 늘리거나 많은 수의 공을 던지면 된다. 두 번째는 공의 가속도를 높이면 된다. 100kg의 사람이 떠 있으려면 매초 초당 980m속도로 땅으로 공을 던지거나 매초 100개씩 초당 9.8m의 속도로 공을 던지면 된다.

여기에 로켓의 딜레마가 있다. 질량을 던져 추력을 얻기 위해선 질량을 싣고 날아야 한다. 예를 들어 100kg의 사람이 한 시간 동안 공중에 떠 있으려면 3600개의 공을 매초 하나씩 초당 980m 속도로 던져야 한다. 문제는 3600개 공의 무게가 3600kg이라는 점이다. 사람 하나를 한 시간 띄우는 데 사람 무게의 36배의 공이 필요하다. 공의 무게를 생각하지 않고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이 더 필요하다. 결국 로켓의 무게 대부분은 연료가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거대한 로켓에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위성 하나를 실어 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시험발사체의 무게는 51.2t이다. 연료를 143.5초간 연소하며 하늘을 날게 되는데 이때 쓰는 연료와 산화제의 양은 36.4t이다. 연료의 무게만 로켓 무게의 70%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리 간단해도 로켓 엔진 개발이 어려운 이유

28일 발사하는 시험발사체는 순수 한국기술로 개발된 75t급 액체 추진 로켓 엔진이 들어간다. 액체 추진 로켓은 정교한 제어가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그 구조가 복잡해 개발이 어렵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시험발사체에는 순수 한국 기술로 개발한 75t액체로켓 엔진을 장착했다. 75t급 로켓은 75t의 무게를 궤도로 날려보낼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우주로켓은 세계에서도 10개 국가만 기술을 갖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다. 로켓이 나는 물리적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그런 힘을 내는 액체엔진 구조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화학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은 연료에 따라 고체연료 로켓과 액체 추진 로켓으로 나뉜다. 고체연료 로켓은 값싸고 간단한 구조다. 반면 액체 추진 로켓은 연료 투입량을 제어할 수 있어 정교한 제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고려 말 최무선이 ‘주화’라는 무기용 로켓을 만든 기록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역사가 긴 고체연료 로켓은 구조가 간단하다. 빨리 타지만 폭발하지는 않는 고체연료를 엔진에 채우면 된다. 폭발에 쓰는 화약의 조성을 조금만 바꾸면 고체연료로 바꿀 수 있다. 엔진은 원통형으로 내부에 고체연료를 채운다. 가운데는 원통형 모양으로 비어 있다. 비어 있는 공간에 불을 붙이면 안쪽 고체연료부터 연소하며 발생한 가스가 배출돼 추력을 얻는다.

고체연료는 만들기 쉽고 값이 저렴하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불이 한번 붙으면 멈출 수 없어 추력을 조절할 수 없다. 정밀한 엔진 제어가 불가능하다. 반면 액체 추진 로켓은 주입하는 연료량을 제어하는 게 가능하다. 정교한 제어가 필요한 우주선 영역에서 액체 추진 로켓이 쓰이는 이유다.

고체 로켓(왼쪽)은 내부에 고체 연료를 채우고 가운데를 비운 다음 불을 붙이면 가스가 노즐을 통해 분사되는 간단한 구조다. 반면 액체 추진 로켓(오른쪽)은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펌프와 제어를 위한 밸브, 연료에 불을 붙이는 공간인 연소 체임버, 가스가 방출되는 노즐 이외에도 그림에 포함되지 않은 여러 장치가 필요한 복잡한 구조다. -하우스터프웍스 제공

1926년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고다드는 액체 추진로켓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때 쓴 연료와 연료에 불을 붙이는데 쓰는 산화제가 모두 액체다. 액체엔진 연료에는 액화수소나 화석연료, 산화제에는 주로 액체수소가 쓰인다. 연료와 산화제가 엔진 속 연소 체임버로 들어가 불이 붙으면 고온 고압의 가스로 변한다. 가스는 로켓의 하단부에 있는 노즐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며 로켓에 추력을 준다.

액체 추진 로켓의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연소 체임버와 노즐을 식혀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연료나 산화제로 쓰이는 극저온의 액체산소나 수소를 부품 주위로 순환시키는 장치가 들어간다. 연소 체임버 내 가스가 고압이라 체임버의 기체보다 높은 압력으로 연료를 주입해야만 연료가 들어가야 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연료를 고압으로 주입하는 ‘추진체 가압계통’도 필요하다.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시험발사체 발사도 이 부품의 이상으로 연기됐다.

●내보낼 무언가만 있다면... 화학 로켓 아닌 다른 추력 방식의 로켓도 가능

가스를 분사하는 화학 로켓 엔진이 아닌 다른 물체를 분사해 힘을 얻는 방식의 로켓도 개발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중으로 알려진 이온 로켓 추진 시스템. -NASA 제공

현재는 연료를 태워 가스를 분사해 추력을 내는 화학 로켓 엔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이나 유럽의 아리안5도 마찬가지다.  하지만로켓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다른 추력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던지는 공이 꼭 가스일 필요는 없다. 작용반작용을 일으킬 질량을 던지는 시스템만 갖춘다면 어떤 구조도 로켓이라 부를 수 있다.

고압 질소를 담아놨다가 분출하는 로켓은 작은 추력을 낼 때 쓰인다. 인공위성의 자세를 제어하거나 우주 비행사가 우주 공간에서 움직일 때 쓴다. 영화 ‘그래비티’나 ‘마션’ 속 우주 비행사들은 질소 분출 로켓을 사용해 자유롭게 우주 공간을 헤엄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온이나 원자를 고속으로 가속해 추력을 얻는 새로운 로켓도 개발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첨단 전기추진 체계’로 알려진 이온 로켓 엔진 시스템이 초기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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