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과기부 책임론..KT 아현국사 C등급 상향 대상인지 몰랐나

2018. 11. 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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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개 구 영향 끼친 아현국사 최소 'C등급' 적용돼야
"재난 대비 투자 피하려는 통신사보다 정부 감독책임 커"

[한겨레]

케이티(KT) 서울 아현동 통신국사의 통신구 화재 현장에서 27일 오후 노동자들이 통신 케이블을 꺼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디(D) 등급 통신시설인 케이티(KT) 아현국사의 관할 지역이 최근 2~3년 사이 확장되면서 등급 상향 대상 통신구가 됐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국가 기간통신망 등 중요통신시설을 점검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매년 9월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세운다. 에이(A)부터 시(C) 등급을 받은 중요 통신시설과 달리 디 등급 통신시설은 통신망 백업체계 구축 의무가 없어 화재와 같은 재난에 더 취약하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7일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디 등급 통신시설 지역별 시설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3대 이통통신사가 보유한 디 등급 통신시설은 케이티가 354곳, 엘지유플러스(LGU+)가 187곳, 에스케이텔레콤(SKT)이 131곳으로 나타났다. 전체 디 등급 통신시설 835곳(기타 포함) 가운데 케이티의 통신시설이 절반에 가까운 42% 정도다. 반면 같은 날 케이티가 국회에서 공개한 ‘과기정통부 지정 중요 통신시설 현황’을 보면, 케이티의 에이~시 등급 통신시설은 전국 29곳에 불과했다. 중요 통신시설(29곳)과 비중요 통신시설(354곳)의 차이가 무려 10배 이상 난다. 화재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정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른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의 ‘중요통신시설 지정기준’을 보면, 재난 발생 때 피해 범위가 서울 및 수도권 등 ‘권역 규모’인 시설집중국은 에이 등급으로 분류되고, ‘광역시/도 규모’는 비(B) 등급, ‘특별자치시(세종시) 및 3개 이상의 시/군/구 규모’면 시 등급으로 분류된다. 아현국사가 받은 디 등급은 ‘피해 범위가 시/군/구 규모인 시설국’에 해당한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지난 24일 화재로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중구와 용산구,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등 서울 지역 최소 5개 구와 경기 일부까지 통신장애를 불러올 정도로 대형화한 케이티 아현국사는 중요 통신시설에 해당하는 시 등급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이해관 케이티 새노조 대변인은 “아현국사 규모가 지금처럼 대형화된 데는 3년 전 원효국사가 보유했던 통신망 설비 대부분을 가져온 영향이 크다. 아현국사는 진작에 시 등급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현재 옛 원효국사 자리에 2020년 완공 예정인 용산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를 건설 중이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최소 올해 9월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아현국사의 등급을 시 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이에 따른 재난 대비 체계를 갖췄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매년 ‘중요통신시설 지정기준’에 따라 통신사들로부터 중요 통신시설(에이~시 등급)을 통보받아 관리해왔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난이 났을 때 통신시설 마비에 따른 피해규모 등을 기준으로 매년 시설 등급 현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각 통신사에 등급 기준을 전달한 뒤 통신사가 그 기준에 맞춰 변동사항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케이티 관계자는 “통신업계 관행상 서비스 구역의 80% 이상을 커버할 때 1개구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본다”며 “아현국사는 현재 서대문구와 마포구 통신망의 80% 이상을 관할하지만, 다른 구는 25%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재난 시 3개구가 아닌 2개구에 통신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과기정통부에 보고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백업시스템 구축 비용 때문에 중요 통신시설 지정을 꺼리는 민간 통신사들의 속성을 고려할 때, 과기정통부가 통신시설들을 더 면밀하게 점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투자비용 때문에 재난안전 대비를 회피할 때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시행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2000년 여의도 전기·통신 공동구 화재 사건을 계기로 만든 중요 통신시설 지정기준을 아직 적용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도 “통신은 개인의 생존수단이 된 지 오래인 만큼 디 등급 통신시설 관리를 통신사 자율에 맡겨선 안 된다”며 “등급 기준 강화 등 정부가 직접 통신사를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이정규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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