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브로커의 고백 "특별면회는 1회 백만 원"

이세중 2018. 11. 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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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나 구치소 재소자들은 흔히 '면회'로 불리는 접견을 할 때 십중 팔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진행하는 일반 접견을 통해 외부인과 만난다. 일반 접견은 횟수도 제한이 있고, 시간도 10분 정도로 제한된다.

반면에 '특별면회'라 불리는 장소변경접견 제도는 횟수에도 제한이 크게 없을뿐더러 칸막이가 없고, 소파 등이 마련된 교도소나 구치소 내에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진행된다. 서로 접촉도 가능하고, 시간도 30분 정도로 일반 접견의 세 배다.

하지만, '일반 접견으로 해결하기 힘든 사유'가 있어야 하며, 교도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2017년 전체 접견 중 장소변경접견(특별면회)이 차지하는 비율은 0.2%였다. 평범한 재소자들은 거의 이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돈 100(만원)이면 특별면회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 면회가 돈을 주고 사고파는 거래 대상이라는 제보가 KBS 탐사보도부에 접수됐다. 제보자는 자신이 2015년과 2016년 사이 직접 돈을 받고 특별면회를 알선했다는 브로커 A 씨였다.

A 씨는 또 다른 브로커 B씨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특별면회를 원하는 재소자를 소개해주면 B씨가 자신이 잘 아는 교정 당국 내부 인물에게 부탁해 면회를 성사시켰다는 것이 A 씨 설명이었다. 특별면회를 성사시켜주는 대가로 재소자 측이 지불한 비용은 한 번에 100만 원이었다고 한다.

브로커 A 씨는 말했다. "특별면회, 가석방, 뭐 이감작업 모든 게 돈이 되는 거면 다 해준다고 하더라고.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 이렇게 경비 좀 쓰시죠라고 제안이 들어온 거야. 그래서 오케이, 오케이 해갖고 첫 번째로 한 게 특별접견인 거지."

실제로 이들 브로커를 통해 특별면회에 성공한 사람이 있을까. 취재진은 수소문한 결과 2명을 만날 수 있었다. 사기죄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동생을 대신해 피해자와 합의에 나선 김 모 씨는 일반접견으로는 대화가 원활하지 않아 특별면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재소자 가족 "동생이 말을 해줘야 내가 합의를 할 수 있잖아,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일반 면회는 잠깐잠깐 하니까 짧은 데다가 금방 시간이 가버리니까. 몇 마디만 하면 10분이 금방 가요."

브로커 A 씨와 B 씨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김 씨는 짧은 인사 뒤, 주차장에서 현금 100만 원을 봉투에 넣어 B 씨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며, 서울구치소 총무과로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재소자 가족 "서울구치소 총무과 안쪽으로 가서 그냥 누구 면회 하러 왔다고 하고 수용번호 부르니깐 되던데 금방. 특별면회 예약을 그쪽에서 다 알아서 해 준 거죠."

취재진이 실제 특별면회를 했는지 '수용자 접견현황 조회' 기록을 발급받아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자, 바로 서울구치소에서 발급받아 취재진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취재진은 브로커를 통해 특별면회를 성사시킨 또 다른 제보자를 만났다. 한 재소자의 지인인 이 제보자는 브로커를 통해 1년 동안 5번의 특별면회를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현금뿐 아니라 양주와 향수 등 선물까지 전달했다는 게 제보자 설명이었다.

재소자 지인 "양주도 선물해드리고 선글라스, 향수니 뭐 이런 거 이제 OOO 씨한테 전달하면 그 양반이 전달해 주고…."

이 남성이 성사시킨 특별면회는 총 5번으로 서울구치소에서 2번, 안양교도소 3번이다. 교도소로 옮긴 이후에도 특별면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성사시키지는 못했지만, 가석방 거래도 제안받았다고 고백했다.

재소자 지인 "(형기가) 1년 한 6개월 남았을 때야. (가석방은) 1억 5천 정도 들어간다고 해서.. (수감자에게) 얘기했더니 지금까지도 살았는데 안 한다고 하시더라고."

"교정본부 고위 관계자에게 로비"..."모두 다 거짓"

신청하지도 않은 특별면회가 돈만 주면 가능하고, 교도소와 구치소 모두 성사된 비결은 무엇일까. 브로커 A 씨는 교정본부 고위 관계자를 지목했다. 브로커 B씨가 자신은 교정본부 고위 관계자와 '둘도 없는 사이'라며 '교도소 안에서의 일은 뭐든지 해결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탐사 K 취재진은 브로커 B 씨와 해당 교정 당국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해명을 들었다. 브로커 B 씨와 교정본부 고위 관계자는 서로 아는 사이인 점은 인정했다. 과거 교도소 복역 시절에 교도관과 재소자로 만난 사이라며, 별다른 친분은 없지만, 통화를 가끔 한 적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브로커 B 씨는 "특별면회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전부 다 조작이고, 무고로 고소하겠다"고도 말했다. 교정 당국 고위 관계자도 "브로커 B씨가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기 치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다"면서도 "모두 사실이 아니고, 말도 안 되는 루머"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번 제보는 브로커 A 씨와 B 씨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브로커 A 씨는 자신이 처벌받더라도 B씨가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면서 이번 사건을 지난달 서울 북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교정본부는 '독방 거래' 등 교정 비리 의혹에 대한 KBS [탐사 K] 연속 보도를 계기로 전국에 있는 수감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정본부는 전국 구치소·교도소 수감자들을 상대로 로비 시도를 누군가에게서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설문 조사하고 있다.

또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화 방송인 '보라미 방송'을 통해 비리 관련 제보가 있을 때 당국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수감자들이 각종 로비나 뒷거래에 휘둘리지 않도록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정본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리가 확인되면 해당 공무원을 징계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KBS 탐사보도부는 교도소 수감자들이 변호사를 통해 교정 당국에 로비해 여러 명이 함께 방을 쓰는 '혼거실'에서 1인실 '독방'으로 옮기는 이른바 '독방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서울 남부지검은 KBS 보도가 방송된 이후 그동안 중단했던 조사를 다시 시작했고 지난주 문제의 '독방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 남부구치소 수감자 이 모 씨를 불러 조사했다.

또 이 씨가 로비 명목으로 1,100만 원을 송금한 김상채 변호사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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