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졌다'더니 갑자기 켜진 전원..김혜경 폰 미스터리

정진우 2018. 11. 2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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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경찰 압수수색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그는 이 자리에서 "이 과정(압수수색)을 통해 이 사건의 실체가 빨리 드러나서 제 아내가 자유롭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아내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지방선거 때 선거운동용으로 쓰다가 지금은 없어졌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부인인 김혜경씨가 과거에 사용했던 휴대전화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씨의 중고폰을 모아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선거운동에 활용했으나 선거가 끝난 뒤에는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분실했다는 의미다. 이 지사의 주장대로라면 현재로선 일명 ‘혜경궁 김씨’ 트위터의 계정주를 확인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검찰은 이 지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과거 김혜경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 중 한 대가 최근 갑자기 작동된 흔적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27일 이 지사의 자택과 사무실, 차량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휴대전화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으로 유심(USIM)칩이 꽂힌 상태에서 전원이 켜졌다고 한다.

지난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혜경씨. [연합뉴스]
김씨는 2016년 7월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으로 휴대전화를 바꿨다. 검찰에 의해 작동 흔적이 포착된 휴대전화는 최소 2년 4개월 전의 휴대전화란 의미다. 그렇다면 김씨가 아닌 제3자가 휴대전화를 우연히 습득하거나 중고로 구입한 뒤 전원을 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통신사에서 구입한 유심칩을 삽입해 휴대전화를 켰다면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다. 유심칩을 구입하기 위해선 통신사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인적사항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 입장에선 작동된 휴대전화 속 유심칩의 고유번호를 확인해 가입자 정보를 조회하기만 하면 된다.


'선불식 유심칩' 사용 가능성

트위터 계정 '혜경궁김씨'의 주인을 묻는 신문 광고. [중앙포토]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휴대전화를 켠 것으로 추정했을 뿐 누구의 소행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유심칩 고유정보를 통해 가입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단 의미다. 이는 해당 휴대전화에 인적 사항을 등록하지 않고도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선불식 유심칩’이 삽입됐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전원이 켜진 것만으론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없단 점도 검찰이 사용자를 특정하지 못한 이유다. 모든 휴대전화 단말기엔 해당 기기만의 ‘고유번호’가 있다. 검찰이 김씨가 과거 사용했던 휴대전화 5대를 특정해 예의주시하다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유심칩이 삽입된 휴대전화의 전원이 켜져 통신망에 연결된다 해도 구 단위의 위치정보만 확인될 뿐 구체적인 주소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면 반경 100m 이내로 위치가 특정되지만 유심칩을 꽂고 휴대전화를 켠 것만으론 고작해야 구 단위로만 위치정보가 나타나기 때문에 해당 휴대전화의 정확한 위치정보를 확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 단위라도 위치가 나온다면 수사의 단서는 될 수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략의 위치 정보라도 포착했느냐가 중요하다. 만일 성남시와 먼 곳이라면 이 지사 자택을 압수수색해야 할 명분이 떨어진다.


켰지만 통화나 문자는 하지 않아 3자 가능성 작아

그럼에도 검찰은 왜 이 휴대전화를 작동시킨 인물로 김씨를 지목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휴대전화 전원이 켜졌을 뿐 이후 구체적인 사용 흔적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3자가 중고로 휴대전화를 구입해 실생활에 활용하려면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 휴대전화는 전원을 킨 흔적만 발견됐을 뿐 이후 휴대전화를 실제 사용한 내역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때문에 이 휴대전화가 중고폰으로 팔렸거나 김씨나 김씨 주변 인물을 제외한 제3자에 의해 작동됐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검찰은 이같은 점을 근거로 검찰은 지난 26일 긴급하게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27일 이 지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목표로 했던 휴대전화 5대 중 한 대도 발견하지 못했다. 김씨는 압수수색을 나온 수사관이 휴대전화의 위치를 묻자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혜경궁 김씨'가 새벽 1시에 나눴다는 대화. 김혜경씨는 "부부가 왜 새벽에 트위터로 대화하냐"며 해당 계정의 주인임을 반박했다. [사진 김혜경씨 측 제공]


'스모킹건'인 휴대전화 못 열어 수사 난관

최근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사건 중 상당수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스모킹건인 ‘휴대전화’의 벽에 막혀 수사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친형 강제입원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검사사칭 등의 사건을 수사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경우 지난달 12일 압수수색을 통해 이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정작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수차례 요청했지만 휴대전화 사용자인 이씨가 입을 닫은 채 비밀번호를 말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이 지사가 사용한 아이폰의 경우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잠금 상태에서는 비밀번호 입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열리지 않는다. 아이폰 비밀번호를 푸는 기술은 이스라엘 IT업체인 셀레브라이트가 보유하고 있지만 검찰과 경찰엔 예산상의 문제로 이 기술이 담긴 기기를 구입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이 지사는 한 매체에 출연해 ‘사고를 치고 나면 절대 휴대전화를 빼앗기면 안된다’고 말했는데 잠금해제 요구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휴대전화 속에 드러나선 안 되는 내용이 있기 때문 아니겠냐”며 “공소시효는 다가오는데 현재로선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 방법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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