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여자정신근로대' 등 일제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대법원 최종 승소
[경향신문]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돼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노역한 ‘여자근로정신대’ 등 피해자들이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국 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하기까지 18년이 걸렸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고 박창환씨 등 5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이날 확정했다. 박씨 등은 1944년 일본 히로시마에 위치한 미쓰비시중공업의 기계제작소와 조선소로 강제징용됐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944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제작소로 강제동원된 ‘여자근로정신대’ 양금덕씨(87)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도 원심과 같이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은 양씨 등에게 각각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두 사건 모두 196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국교를 정상화하며 맺은 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승소 판결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 이날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한반도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이 체결되고 10년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미쓰비시중공업 측 주장을 “현저히 부당해 허용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시기 구 미쓰비시중공업을 계승했다고 판단해 불법행위의 책임이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피폭당한 박씨 등을 구호하지 않고 방치한 것 또한 미쓰비시중공업의 불법행위로 인정됐다. 앞서 원심은 이를 두고 “사용자로서 고용관계에 있던 자들에 대한 안전배려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 피해자 패소로 결론낸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을 두고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 어긋나 승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신일철주금에 이어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두번째 확정판결이다. 여자근로정신대에 속했던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으로부터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아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건을 두고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사법부가 ‘박근혜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 선고를 지연했다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 일본과 체결한 청구권 협정을 옹호하고, 일본과 위안부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사법부에 지연을 요청했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의 도움이 필요했던 대법원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박씨 등의 강제징용 사건은 대법원이 2013년 11월 접수하고 약 5년만에 결론났다. 원고 5명 모두 사망한 상태다. 양씨 등 여성정신근로대 사건은 2015년 7월 대법원에 넘어간 뒤 3년4개월만에 확정됐다. 박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이 사건으로 처음 소송을 제기한 때는 18년 전인 2000년이다.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피해자 승소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2013년 7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박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여자정신근로대 피해자들은 2013년 광주지법에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모두 이겼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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