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전세계 모기 모조리 없앤다" 전쟁 선포 이유

김지혜 2018. 11. 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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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정보기술(IT) 업계의 공룡 구글이 지난해 착수한 모기 박멸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생명과학 사업부문인 베릴리(Verily)가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카운티에서 모기의 개체 수를 95%나 줄이는 성과를 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기는 열대지역과 아열대지역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로 꼽힌다. 뎅기열이나 치쿤구니야 열병, 지카 바이러스 등을 전파하기 때문이다. 모기에 물려 걸린 질병으로 매년 수만 명의 사람이 죽고 수백만 명이 감염으로 고생한다. 이에 베릴리는 모치 퇴치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전 세계에서 모기가 전파하는 질병들을 박멸하기 위한 것"이라며 "(IT 기업인) 구글답지 않은 구글의 첫 번째 전투"라고 소개했다.

베릴리가 프레즈노 마을을 순회하며 수컷 모기를 방사하는 밴. [베릴리 블로그]

프레즈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남동쪽으로 약 260㎞ 떨어진 도시다. 이 지역에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처음 나타난 것은 2013년이다. 이집트숲모기는 이 지역 토착종이 아니지만 일단 유입되자 무서운 속도로 번식했다. 대부분의 모기와 달리 이집트숲모기는 사람의 거주지에 알을 낳고 서식했고 주민들은 현관 밖에 나가기를 꺼리게 됐다.

카운티 당국은 모기 박멸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 2016년 과학자 스티븐 돕슨과 그의 회사 '모스키토메이트'와 손잡았다. 돕슨 연구소는 수컷 이집트숲모기를 볼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에 감염시키는 기술을 고안해냈다.

이 평범한 자연 박테리아에 수컷 모기가 감염되면 암컷 모기가 낳은 알은 부화할 수 없다. 암컷 모기만 사람을 무는 습성에서 착안해 '더 많은 모기를 풀어 모기를 잡는다'는 역설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

구글은 지난해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를 기르고 방사하는데 보다 선진화된 기술을 도입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6개월 동안 1500만 마리 이상의 수컷 모기를 풀어놓은 결과 올해 시행된 2차 시험에서 무려 95%에 달하는 모기 개체 수를 줄였다. 올해 6월 호주 퀸즐랜드 주 이니스페일에서 마무리된 실험에서도 모기를 8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최대 걸림돌은 비용이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를 기르는 데는 온갖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성충이 될 때까지 로봇은 모기에게 먹이를 주고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며 양육한다. 또 다른 로봇은 모기의 성별을 분류하고 고유한 디지털 신분증이 부여하며 방사 후 GPS 좌표를 정확히 추적한다.

베릴리 선임과학자 제이컵 크로퍼드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감당할 만한 비용에 효율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그래야 부유하지 않은 지역에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기가 멸종됐을 때 생태계 교란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생태계 내에서 모기의 역할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고 일부 과학자들은 모기가 없어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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