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혜경궁 김씨=김혜경 입증돼도 처벌 쉽지 않을 것"

정진우 2018. 11.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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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건 글 '공용계정' 사용 논란
문제된 글 김씨가 썼나 입증 필요
김씨가 직접 작성했더라도
허위사실 해당되나 따져봐야
지난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자들이 국회에서 ‘혜경궁 김씨’로 지목돼 의심을 받아 온 포털사이트 다음 닉네임 ‘송이어링스’ 사용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춰 달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아내의 변호인 입장에선 아내가 계정주가 아니며, 특혜 의혹의 글을 쓰지 않았고,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부인 김혜경씨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한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4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올린 내용이다. 이 지사는 특히 일명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을 둘러싼 사건의 본질을 ‘이간계’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늘 “혜경궁 김씨는 누구인가”라는 점이었다. 정작 혜경궁 김씨가 트위터에 쓴 게시글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 문제는 늘 뒷전이었다. 법조계 안팎에서 김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주라는 사실이 입증돼도 정작 법적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첫 관문은 혜경궁 김씨 계정주를 특정하는 일이다. 계정을 만든 당사자가 김씨라 해도 만일 이 지사의 비서실 등과 공유하며 ‘공용 계정’으로 활용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계정에 접근 가능한 여러 명 중 김씨가 해당 게시글을 직접 작성했다는 사실까지 추가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 역시 이 같은 ‘법리 방패’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5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지사는 “계정이 아내 것인지, 또 아내 것이라고 혹시 인정되더라도 정말로 아내가 썼는지 따져보는 게 의무”라고 말했다. 김씨가 계정주라고 해도 트윗 게시글을 직접 쓰지 않았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만일 김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주이며, 문제가 된 게시글을 직접 작성한 것이 맞다 해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 김씨 측에서 지난 22일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도 “문제가 된 게시글은 허위사실도, 명예훼손도 아닌 것으로 보여지는데 혜경궁 김씨 논란이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혜경궁 김씨 트윗 게시글 중 고발 대상으로 지목된 39건은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준용씨의 특혜 취업에 관한 의혹 제기 내용인데, 앞서 검찰은 비슷한 종류의 고발건에 대해 죄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준용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한 심재철·하태경 의원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대표적이다. 또 준용씨의 특혜 취업은 사실관계가 여전히 법적으로 결론나지 않았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 유·무죄를 따질 판단 근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 공안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를 찾는 일은 게시글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입증한 뒤 해야 할 일인데 지금은 앞뒤가 바뀐 형국”이라며 “정작 재판에선 게시글이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결론날 경우 혜경궁 김씨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언급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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