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모임서 허세 부리는 사람, 혹시 '리플리증후군'?

김치중 2018. 12. 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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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와 함께 모 대학병원 의사모임에 참석한 이모(42)과장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부장의 행동에 고개를 흔들었다.

박 전문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중이 인식하는 자신의 모습이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종국에는 자신의 업적이 사기로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기꾼 증후군'(imposter syndrome)을 경험하지만, 리플리증후군의 경우 거짓말이 드러나도 자신이 아닌 남의 탓을 한다"며 "리플리증후군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과도하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집단이 만들어낸 사회적 병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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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직장상사와 함께 모 대학병원 의사모임에 참석한 이모(42)과장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부장의 행동에 고개를 흔들었다. 부장이 “전 남편은 의사”라며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회사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부장자리를 꿰찰 만큼 실력이 있는 사람이 왜 이런 거짓말까지 하면서 남들에게 잘 보이려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이씨처럼 연말모임에 나갔다가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허세를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 부르는데,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상 속에서 지어낸 허구를 진실로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에서 유래했다.

리플리증후군은 거짓말과는 차이가 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진실이 아닌 것을 명백히 알면서도 허구의 사실을 전달하기 때문에 타인이 거짓말을 알아채면 자신이 곤경에 처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리플리증후군은 자신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리플리증후군은 성과를 중요시 하는 현대사회의 부산물이라고 말한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겉으로 보이는 성취, 부, 명성 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에서 실제보다 부풀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의 극단적인 형태가 리플리증후군”이라며 “연말모임 등에서 실제로는 갖지 않은 지위나 부를 자랑하는 것도 리플리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플리증후군은 기만적 행동으로 인한 손해에 비해 과시적 허언의 이득이 클 경우 빈도가 증가한다. 서정석 건국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거짓을 하지만 리플리증후군 증세가 심해지면 거짓으로 이익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짓을 일삼게 된다”며 “우리사회처럼 단기간 내 성과와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플리증후군은 자신의 능력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큰 이들에게서 쉽게 나타난다. 사회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문 자신에 대한 ‘과장 광고’가 필요하지만, 리플리증후군은 과장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허상을 실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박 전문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중이 인식하는 자신의 모습이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종국에는 자신의 업적이 사기로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기꾼 증후군’(imposter syndrome)을 경험하지만, 리플리증후군의 경우 거짓말이 드러나도 자신이 아닌 남의 탓을 한다”며 “리플리증후군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과도하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집단이 만들어낸 사회적 병리”라고 지적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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