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원전 세일즈' 모순론 유감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입력 2018. 12. 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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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을 다니다 보면 국내에선 이미 사라진 추억의 물건을 발견하고 반가울 때가 있다.

70~80년대 도시와 일부 농어촌 가구에서 사용되던 석유곤로(난로)도 그 중에 하나다.

아랍에미리트(UAE)나 체코 등의 나라가 원전을 추가로 지으려 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이들 나라의 입장에선 싸고 안전한 원전이면 그만일 뿐 도덕성은 부차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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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난로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개발도상국을 다니다 보면 국내에선 이미 사라진 추억의 물건을 발견하고 반가울 때가 있다.

70~80년대 도시와 일부 농어촌 가구에서 사용되던 석유곤로(난로)도 그 중에 하나다.

조금 역한 석유 냄새와 그을음으로 기성세대의 기억에 남아있을 이 물건은 도시가스 공급이 늘어나면서 우리 일상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이젠 국내에서 찾아보기도 쉽지 않지만 일부 개도국에선 한국산 제품이 쏠쏠하게 팔리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 외교'를 놓고 보수야당 등의 비판이 거세다.

국내에선 '탈(脫)원전' 하면서 남에게는 팔려고 하는 게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의적으로 문제가 클 뿐더러, 원전 생태계가 무너져가는 나라의 '단종상품'을 누가 사려 하겠느냐는 논리도 뒤따른다.

그럴싸 하다. 하지만 과연 꼭 그렇기만 할까?

물론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에는 곁눈도 주지 않고 원전에만 올인 하는 게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데는 조금이라도 유리할 수 있겠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경학적 입지와 발전단계가 저마다 다른 나라들이 뒤엉켜 복잡하면서도 냉정한 질서를 이루고 있다. 도덕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촌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개도국에 석유곤로가 여전히 수출되는 것은 가스레인지의 편리함을 몰라서가 아니다. 가스레인지를 사기에는 너무 비싸거나 도시가스 같은 기반시설이 없거나 하는 등의 이유에서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 석유곤로를 파는 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보수야당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석유곤로 수출을 위해 '석유곤로 생태계'를 최소한 유지는 해야 한다.

훨씬 비싸고 고부가가치 상품인 자동차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대세는 전기·수소차로 옮겨가고 있지만 주력 수출품은 여전히 가솔린·디젤차다.

한국을 포함해 독일, 일본 등의 자동차 강국들은 친환경 미래차 개발에 사활을 걸면서도 당장의 수출은 온실가스를 쏟아내는 내연기관 차량에 의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이유로 이들 국가가 비판을 받는다거나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미래차 시장까지 선점하려는 기술력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가치마저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 (사진=자료사진)
따지고 보면 원전 수출도 본질적으로는 이와 다르지 않다.

아랍에미리트(UAE)나 체코 등의 나라가 원전을 추가로 지으려 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원전 숫자 6위에 원전 밀집도 1위인 한국과 달리, 아직은 에너지 믹스 측면에서 원전 비중이 낮아 증설할 만한 여유가 있거나, 여러 여건상 에너지 전환이 시기상조이거나, 지진 등의 위험이 덜한 곳들이다.

탈원전 선언한 채 원전 수출을 한다고 해서 한국을 겉과 속이 다른 나라로 보는 시각도 적어도 아직까지는 찾을 수 없다.

정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원전 수출 대상국들이 우리나라의 탈원전을 문제 삼은 일은 전혀 없었다.

이들 나라의 입장에선 싸고 안전한 원전이면 그만일 뿐 도덕성은 부차적인 문제다.

하지만 도덕성 논란이 계속 불거진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들 나라로선 비즈니스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에너지 백년대계를 위해 탈원전 공방은 앞으로도 자유롭게 보장해야 한다. 다만 냉엄한 국제사회를 감안한 국익 차원의 성숙한 접근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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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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