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잃어버리는 가정 급증하는데..'등록 의무화' 요원

김제이 2018. 12.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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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 2012년 116만→지난해 232만 마리 급증
"고양이 습성상 한 번 잃으면 다시 찾기 어려워"
마이크로칩 내장하면 구조시 주인 누군지 확인
반려견 등록은 의무인데..반려묘는 시범사업만
"당장 등록하고 싶지만 시범 지역 너무 제한적"
등록 가능 지역서도 제도 자체 모르는 경우 태반
농식품부 "전국 확대 논의, 시범사업 끝난 후에"
【서울=뉴시스】김제이 기자 = 반려동물로 고양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반려묘 가구도 점차 증가세에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7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 수의 28.1%인 593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반려묘 수는 2012년 116만 마리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232만 마리로 추정됐다. 2018.12.01. (사진=독자 제공)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고양이가 예전에도 종종 집 안에서 잘 숨곤 했는데 이번 가출을 겪으면서 이대로 영영 못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려견뿐만 아니라 반려묘에게도 동물등록이 꼭 필요합니다."

2개월 된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조윤빈(22)씨는 며칠 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고양이가 집을 나가 한참을 헤맨 뒤에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고양이 습성상 실내에서도 이곳저곳에 잘 숨어 있다 보니 집에서도 못 찾는 일이 있었지만, 집 밖으로 나가버리는 경우를 겪게 되자 반려묘 동물등록제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절감했다.

동물등록제는 보호자의 책임감을 높이고 유실동물을 신속하게 보호자에게 인계할 수 있는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14년부터 의무화한 제도다. 3개월령 이상 반려견은 모두 등록해야 하며 미등록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등록은 대행기관인 동물병원 등에서 간단한 서류 작성을 통해 가능하다. 인식표는 목걸이에 걸 수 있는 외장형 칩과 등 부근에 이식하는 내장형 마이크로칩 중 원하는 걸로 선택할 수 있다. 등록된 동물에게는 고유번호가 부여돼 스캐너로 인식하면 반려견과 보호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개와 달리 보호자가 등록을 하고 싶다고 모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양이 등록은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동물등록은 올해 1월부터 서울 도봉구와 중구, 동대문구, 광주 북구, 세종시 등 28개 지자체에 주소지를 둔 이들만 할 수 있다.

고양이는 발정기가 되면 짝을 찾아 가출하는 경우가 잦고, 예민한 성격 탓에 소음 등에 놀라 갑작스럽게 집을 뛰쳐나갈 수 있어 유실 대비책이 필수적이다.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로 묘주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예민한 성격 탓에 소음에 깜짝 놀라 주인의 품에서 뛰쳐나가는 고양이들도 있다. 2018.11.30 (사진=독자제공)

고양이는 길거리 생활을 하는 개체가 많아 길에서 발견돼도 동물보호센터로 들어가 중성화(TNR) 조치만 되는 경우가 많다. 동물등록제가 의무화 된다면 TNR 과정에서 유기 및 유실 고양이인지 구분이 가능해 주인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TNR(Trap-Neuter-Return)은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개체수 확대를 막기 위해 포획 후 중성화 수술을 하고 원래 살던 곳에 방사하는 정책이다.

현재 고양이 동물등록은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만 가능하다. 외장형 칩으로 목걸이를 채울 경우 고양이가 뜯어버리기도 하고, 높은 곳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목줄이 장애물에 걸려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늘어나는 반려묘 가구 수와 가출이 잦은 고양이의 습성을 생각하면 반려묘 동물등록제가 하루빨리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7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 수의 28.1%인 593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반려묘 수는 2012년 116만 마리보다 두 배 증가한 232만 마리로 추정됐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최근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 추세이기 때문에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생체 인식이 가능한 고양이 등록제를 시행해야 효과가 있다"며 "그래야 길에서 구조됐을 경우 주인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DB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고양이의 경우 영역 동물이라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본능적으로 가출을 하기도 하는데 개와 달리 집을 나가면 돌아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오는 유기 및 유실 동물 가운데 30% 정도가 고양이로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양이 동물등록 시범사업이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알고 있는 보호자나 동물병원이 많지 않아 담당 부처나 지자체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케어) 대표는 "동물 관련 정책의 경우 주로 농식품부 홈페이지나 인터넷, 포스터를 통해 알리거나 홍보부스를 통해서만 몇 차례 홍보하는 방식이 전부"라면서 "그동안 동물 등록 방식이 불편하기도 했고 제도 자체가 자세히 안내되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 내 홍보 방법은 공공주택 인근에 시범 사업 안내 포스터를 배포하고 동물 등록 대행기관으로 등록된 동물병원에 사업 내용을 소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 중구의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고양이 등록이 가능한 지역에 있지만 고양이 보호자들도 반려묘 동물등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의 자체가 적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수용(22)씨는 "고양이를 두 마리나 기르고 있었지만 동물등록이 가능하다는 건 처음 들어봤다. 주변에 기르는 분들이 많은데 아무도 모른다"며 "고양이도 등록대상에 포함된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는 건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의아해했다.

유기묘였던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는 조화영(27)씨 역시 "동물등록제는 개만 되는 줄 알았다"면서 "지금 사는 지역이 시범사업 지자체가 아니라서 등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서울시가 집계한 반려동물 사육 추정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내 반려묘 수는 15만 마리에 육박하나 시범 지역인 중구, 도봉구, 동대문구 내 등록된 고양이 수는 34마리에 불과하다.

실정이 이런데도 고양이 동물등록제 의무화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무제를 도입하려면 절차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게 농식품부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반려묘 동물등록 시범사업 확대에 관한 건 올해 시범사업 종료 후에나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고양이들은 공간이 확보되면 한 자리에 있어서 굳이 동물등록을 해야 하냐는 의견도 있다. 여러 견해들을 절충하고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적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j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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