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는 발생 사례 없고, 중금속패널도 사용 안 해

이주영 기자 2018. 12. 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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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팩트 체크 - 수상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논란들, 진실은?
ㆍ조류 배설물 세척제에 의한 오염 걱정하지만, 물로만 닦아내
ㆍ수명 다한 패널은 재활용 가능…빛 반사도 우려할 수준 이하

전북 군산 산단 유수지 내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발전시설의 모습.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원 확대와 효율적인 국토 이용을 위해 적극 추진 중인 수상 태양광 발전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쪽에선 수상 태양광 발전이 오히려 환경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중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내용이 적지 않다. 수상 태양광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 수상 태양광 발전, 녹조를 증가시킨다?

수상 태양광 발전을 반대하는 측에서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가 녹조다. 저수지 등에 태양광 패널을 깔면 수중으로 들어가는 햇빛 양이 적어 녹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근거로 제시되는 게 올 7월 나온 일본 도쿄대와 미국 코넬대 공동 연구팀의 ‘그늘진 식물성 플랑크톤의 역설’ 논문이다. 연구팀이 가리개로 햇빛을 차단한 인공 못과 빛을 차단하지 않은 못을 비교해보니 햇빛을 가린 곳에서 녹조의 원인이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수상 태양광 패널이 녹조를 만든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논문에 인용된 사례는 조건을 단순화한 모형 실험 결과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연구팀이 실험에 사용한 인공 집수지의 면적은 30×30m에 최대수심 1.5m의 작은 못이다. 연구팀은 이 못의 절반 이상(각각 56.5%, 75.4%)을 가리개로 덮었다.

반면 실제 수상 태양광 발전은 넓은 호수나 저수지에서 이뤄진다. 전북 군산 수상 태양광 발전소는 면적이 37만2182㎡에 달하고,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처음 들어선 경남 합천호 면적은 2500만㎡를 넘는다. 이들 지역에서 태양광 패널이 덮인 면적은 전체의 절반이 안된다.

또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각 못에 여과한 물을 넣고 수초와 물고기의 개체 수도 통제했다. 반면 현실의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이 상호 작용을 한다. 논문 저자들도 “자연은 모형보다 훨씬 복잡하므로 집수지의 모양과 크기가 다를 때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설치한 수상 태양광 발전소에서 녹조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2016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실시한 합천호 수상 태양광 환경영향성 평가 결과, 태양광 설치 지점과 다른 지점 간 식물성 플랑크톤의 종류와 개체 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 추풍령 저수지에서 실시한 모니터링에서도 뚜렷한 녹조 증감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필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선임연구원은 “실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10년 이상 연구해야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모른다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2016년에 설치한 보령댐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 중으로 오염이 발생할 경우 즉시 수상 태양광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 태양광 패널에 중금속이 들어있다?

일각에선 수상 태양광 발전이 납과 카드뮴 같은 중금속을 유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상 태양광 패널에는 중금속이 없다. 태양광 패널은 결정질 실리콘 모듈과 박막태양전지 모듈 2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 미국에서 대부분 제조하는 박막태양전지 모듈에는 카드뮴이 포함돼 있으나 국내에선 수입을 금지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결정질 실리콘 모듈에는 카드뮴이 들어있지 않으며, 전선에 납이 소량(0.1%) 들어있다.

저수지나 댐에 설치하는 수상 태양광용 모듈은 카드뮴은 물론 소량의 납도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쓴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사례는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농어촌공사와 수자원공사는 납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만을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류 배설물로 오염되는 태양광 패널을 세척제로 청소해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은 세척 시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세척을 한다.

■ 20년 후 폐패널이 무더기로 쌓인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20년 정도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 패널을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20년이 지나더라도 정격출력(규정된 조건하에서 운전이 보장된 최대출력) 대비 8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정부는 2021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충북 진천에 태양광 재활용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나 알루미늄이 90%를 차지한다. 독일의 경우 폐패널 발생량의 71%를 수출용 등으로 재사용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이 빛 반사로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기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가시광선 반사율은 5.03%로 강화유리(7.48%)보다 낮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공항 인근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사례도 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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