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J] 타자수인가 기자인가? '따옴표 저널리즘'

KBS 입력 2018. 12. 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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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 욱 씨입니다.

[최 욱] J의 중심, 최 욱입니다.

[정세진] KBS 송수진 기자도 함께 합니다.

[송수진] 안녕하세요? 송수진입니다.

[정세진] 그리고 오늘 CBS의 변상욱 대기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변상욱] 처음 뵙겠습니다. 변상욱 기자입니다.

[정세진] 그리고 두 번째 출연이신데요, 송현주 교수님 함께 합니다.

[송현주] 안녕하세요? 송현주입니다.

[정세진] 기억하세요, 최 욱 씨?

[최 욱] 안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은 존재감을 좀 확실히 보여주시기 바라겠습니다. ‘내가 어디서 봤더라?’ 이랬는데 우리 프로그램에서 봤더라고요.

[정세진] 아니, 그래도 송현주 교수님 ‘JTBC는 어떻게 신뢰도 1위가 됐나?’ 그 프로그램 때 오셨잖아요.

[송현주] 맞습니다.

[정세진] 조회수가 아마 제일 높을걸요.

[송현주] 저 때문이 아니라 손석희 사장님 때문에.

[정세진] 그건 당연한 말씀이고요. 오늘 활약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CBS 변상욱 대기자님. CBS에서 줄곧 활동한 기자고 정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들었습니다.

[변상욱] 35년 4개월을 이제 거의 마쳐가는, 그래서 한 달 반 정도는 CBS 라디오든, 더 활약을 하는데, 그 이후는 잠시 휴가를 한 뒤에 퇴직이 되겠습니다.

[최 욱] 대기자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다리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큰 사람이에요?

[변상욱] 하다 보면 어떻게 국장, 본부장을 다 끝내버렸거나, 그 급(級)을 넘어서 버렸는데 어떻게 할 거냐? 할 때, 이제 대개는 논설위원실로 가거나 아니면 전무, 상무가 돼서 임원이 되거나 하는데… ”현장에서 취재를 계속하겠다.“고 그러면 회사에서는 그냥 예우 상, 나이 먹었다는 뜻이 되는 거죠, 뭐. 예우(禮遇) 상 그렇습니다.

[정세진] 오늘 많은 비판과 비평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1TV, myK, pooq,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따옴표 저널리즘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018년 하반기 정치권과 언론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민주당 출신에서 국민의당을 거쳐 지금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겼죠. 최근 문 정부의 통일 정책과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신 보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언주 의원의 발언, 하나하나를 제목으로 강조한 자극적인 그런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정치인의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자신의 상품을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구설에 오르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려는 마케팅 전략)과 따옴표 저널리즘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이언주 의원의 발언 영상으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박정희 같은 분이 역대 대통령 중에는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해요. 통찰력이나 역사관이나 경제나, 우리나라의 미래를 꿰뚫어 본다는 측면에서는 천재에 가까웠다. 이런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서 나타났다는 게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행운이었던 거죠.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2018.10.29)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대북 문제뿐만이 아니라 가장 심각한 게 경제가 거의 파탄이 나고 있는데도 반대 목소리를 듣지 않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지지자 중심의 전체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정세진] 이언주 의원의 발언들, 어떻게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의견을 좀 듣고 싶습니다.

[송현주] 일단 저는 ‘이언주 의원이 소속 변경을 위한 공개 오디션을 자청해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 제가 생각할 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들이 바로 혐오와 그 다음에 공포와 맹목적인 추종, 이런 것들이 아닐까… 그런데, 그 의도는 충분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만, 이언주 의원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가장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스스로 걸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준희] 이걸 스펙터클(Spectacle)이라고 그러거든요. 스펙터클이라는 게 보통 액션 영화에서 많이 사용되는 거잖아요. 액션 영화를 만드는 방법이 어떠냐 하면, 새롭고 재미있는 액션들을 먼저 구상을 해요. 그 다음에 그 액션을 배열한 다음에 배열한 이야기를 나중에 짭니다. 그러니까 액션 영화를 보면 부분, 부분, 장면, 장면 기억나는데 전체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이언주 의원의 발언의 스타일이 상당히 이래요. 특히나 요즘 발언들의 특징이 뭐냐 하면 자극적인 것들을 쭉 집어넣고 이걸 연결해 보면 사실은 전체적으로 정치적으로 말이 되는 언사가 아니거든요. 개별의 표현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데 이것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들은 뭐냐 하면 전체적인 어떤 이야기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액션으로 승부를 하는, 일종의 액션 무비 같은 그런 방식의 발언이라고 볼 수가 있죠.

[최 욱] 저는 다소 부끄럽습니다만, 상당히 흥미롭게 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한 개인의 어떤 변화무쌍한 행보가 너무 재미있어요. 개인적으로. 그러니까 뭐 예를 들어서 평소에 채식주의자로 아주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고기는 씹어야 맛이지!” 하면 재미는 있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저 같은 사람한테는 흥미롭게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변상욱] 그걸 흔히 언론에서는 메라비언 법칙(The Law of Mehrabian : 사람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시각‧청각 요소가 중요하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인상을 결정지을 때 시각적인 요소가 일단 55% 차지해버리고. 그 다음에 언어적인 요소, 그 사람의 음성 같은 것이 한 38%. 그 다음에 그 사람이 말한 내용이 지금 정 교수님이 설명한 대로 제대로 된 콘텐츠냐?, 아니면 논리적으로 합리적인 얘기냐? 는 7% 밖에 반영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언주 의원이 계속 막말을 던진 다음에 언론이 다 보도하고 나중에 2년 뒤에 총선거에 가서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그 사람 활기차던데? 목소리 쨍쨍하고 임팩트가 있던데!’ 하는데. ‘그 내용이 틀렸냐? 맞았냐?’는 7% 밖에 안 되는 거니까, 그 사람이 자신 있는 모습과 음성, 이것만 이제 기억에 남아서 사실 선거에서는 유리한 거죠. 그러니까, 알고 하는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송수진] 실제로 이언주 의원의 어떤 막말이 쏟아진 시기에 기사 검색량을 저희가 한 번 찾아봤는데요. 네이버에서 이언주 의원의 이름이 들어간 기사를 검색을 해보니까 지난 7월에는 270건 정도였는데. 최근 한 달 동안, 그러니까 막말이 집중된 한 달 동안은 1,400건으로 5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이제 급증한 시기에 나온 기사들을 보면 물론 언론사들마다 조금씩 보도의 내용들은 달랐지만 일단 나름대로 주제를 좀 뽑아서 기사를 낸 경우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유튜브 정치시대…보수 진격에 진보도 맞불‘ 이런 경우나. ’보수통합 명분, 다시 반문연대?‘ 이런 건 나름대로 이른바 주제를 뽑아서 기사를 썼고 그 안에서 이제 이언주 의원의 발언이나 이언주 의원을 소재로 등장을 시키는 건데… 그렇지 않고 이제 말로만, 말로만 제목을 따고 말로만 내용을 구성한 게 대부분이었거든요.

[정세진] 국민일보 11월 14일자 ‘이언주 “문재인정부 폭주에도 야당 지리멸렬, 조선 후기 망국 상황”‘. 파이낸셜뉴스 11월 22일자, ‘이언주 “文 대통령 안보 포기한 지경… 보수가 모여 나라 지켜야’‘’. 시사오늘 11월 21일. ‘이언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적 자살“’. 이런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다 따옴표로 돼 있는데요.

[정준희] 우리나라는 유난히 따옴표를 해서 하는 기사나 기사의 형식들이 많고요. 그런데 이것은 원래는 중요 정치인들이, 또는 이제 중요한 인물들의 인용이 필요한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발언한 것들을 갖다 쓰는 데 있어서는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닌데. 요즘은 거의 관습화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가 웬만큼 이야기한 것들 오면, 바로 곧바로 받아 가지고 기다렸다는 듯이 쓰는, 그리고 그것도 제목이라는 데에 너무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그런 행태로 바뀌고 있는 거죠.

[송현주] 일단, ”왜 정치인들의 발언들을 그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쓰냐?“ 하면 지금의 기자들은 뉴스에 목말라 있는 거죠. 왜냐하면 과거에 비해서 매체 수도 늘어났고요. 그 다음에 그 매체에 종이 신문이든 혹은 인터넷 사이트든지 간에 채워야 할 어떤 지면이나 공간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고요. 반면에 기자들의 수는 과거에 비해서 오히려 줄어들었거든요. 기자들은 하루에 기사를 쓰느라 허덕허덕 댑니다. 그런데 그런 때 이언주 의원이나 이런 사람들이 SNS라든지, 혹은 다른 어떤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그런 어떤 자극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면 아주 쉽게, 쉽게 자기에게 할당된 기사량을 채울 수 있는 거죠. 또 그런 언론들의 사정들을 알기 때문에 이언주 의원처럼, 그러니까 어찌 보면 경량급 정치인이잖아요. 이런 분들이 그런 언론의 속성들을 활용해서 자신의 인지도를 짧은 시간에 확 끌어올릴 수 있는 그런 수단이 되는 거죠. 이제 어찌 보면 이거는 공생관계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이해하는 게 제가 볼 때는 맞는 것 같습니다.

[최 욱] 이언주 의원이라 하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이슈를 선도하는 유력한 정치인도 아닌데. 그리고 지금 발언 자체가 대한민국의 중요한 아젠다(Agenda)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는 거. 이거 상당히 궁금하긴 합니다.

[변상욱] 송 교수님 이야기하신 맥락하고 거의 비슷한 건데요. 일단은 기사량을 채워야 합니다, 채워야 하고. 그런데 이제 이언주 의원의 발언 같은 경우는 화끈해서 한 번 쓰고, 비난 받으면 비난 받는다고 한 번 더 쓸 수 있고. 거기에 댓글에서 이제 논쟁이 붙으면 논쟁이 붙는다고 쓰고. 이언주 의원이 나중에 사과나 변명하면 한 번 더 쓰고. 계속 이어지거든요. 그러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기사가 나오는 거죠.

[송현주] 저는 그게 우리 언론의 위기를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언론의 전문성이라고 이야기할 때 그 핵심은 뉴스 가치에 대한 판단이거든요. 어떤 기준으로 이것은 뉴스가 될 수 있고 이것은 무시되어야 할 것인가. 그런데 우리가 이언주 의원의 발언들에서 그 자극적인 용어들을 다 걷어내고 나면 사실 별 내용이 없어요. 시의성도 없고 또 이언주 의원의 발언의 영향력도 사실은 없습니다. 주요한 어떤 정책 이슈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그분의 정치적 지위가 그런 것들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면 결국 그게 언론인들이 뉴스 가치가 없는 것들을 그냥 보도해 준다는 거거든요. 이제 언론인이 스스로 전문성의 영역들을 포기하는 거죠.

[변상욱] 세 가지가 빠진 거죠. 이언주 의원이 인터뷰를 하면 그 자리에서 ①기자들이 ‘우리를 불러놓고 이걸 설명하는 이유가 뭐냐? 이게 무슨 의미를 갖는 거냐? 우리 정치사에서, 우리 한국의 지금 이 상황에서?’라고 물어야 하는데 안 물었고 받아쓰기만 하고 끝났고. ②그 다음에 이것을 가지고 기자들끼리 둘러앉아서 ‘저 사람 대체 왜 저랬을까? 왜 요새 맨날 저러는 거야?’ 자기들끼리 토의를 해야 하는데 안 했고. ③회사에 갖고 들어와서 데스크와 에디터와 기자 사이에 ‘그 의원이 계속 그러는 이유가 뭐야? 그걸 맨날 그렇게 받아쓸 거야? 아니면 이게 의미 있는 정치 기사야, 아니야?’ 이것에 대해서 토론을 해야 하는데 토론 안 한 거죠. 그러니까 단계별로 계속 거쳐야 할 것들을 하나도 안 거치고 그냥 ”그렇게 떠들었냐? 재미있다! 화끈하다! 받아써라.“ 자동으로 가는 거죠, 자동으로.

[정준희] 비극은 뭐냐 하면 이런 양산형 기사, 말 그대로 클릭(Click)질을 유도하기 위해서 양산형 기사를 쓰는 다운 마켓이 있다고 쳐 보세요. 그러면 그럴 수도 있어요. 일종의 뭐 예능식으로 하는 거니까. 우리가 그런데 업 마켓을 자처하는 이른바 주류지들이 안 그래야 하잖아요. 자기는 나름대로 뭔가 프로덕션 코스트(Production Cost), 즉 제작비가 들어가는 저널리즘, 퀄리티(Quality) 저널리즘을 하려고 하는 걸 표방하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뭐냐 하면 이런 식의 양산형 기사를 쓰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거예요. 주류 언론들도 사실 이제 거의 똑같아지고 있습니다.

[송현주] 정치인들이 사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찬양 발언이라든지 ‘운동권 좌파’, ‘망국적 상황’. 이런 것들은 어찌 보면 분열의 언어입니다. 정치에서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분열시켜서 자기편을 더 많이 만들고 그 다음에 배척을 하고 이러는데. 분열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회에서 그 분열의 언어들을 받아들이고 비판하는 것을 우리 사회는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관용적이죠. 언론도 그렇고요. 외국에서 이제 만약에 그런 분열, 주로 인종 문제라든지 이런 미국의 예를 들자면 과거 동성결혼 문제라든지 낙태 문제라든지. 그러니까 수십 년 동안 논쟁을 해왔지만 결론을 못 본 문제거든요. 그런데 이제 정치인들은 그런 이슈들을 선거 시기에 활용해서 자기 우군들을 확보하려는 그런 어떤 유혹들을 받는 거죠. 그런데 그런 발언을 했을 때 미국의 언론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면 이것은 분열의 이슈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을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공격을 하는 거죠. 그 정치인의 발언 그대로 실어주는 게 아니라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그런데 우리 언론들 같은 경우는 오히려 그런 걸 더 부추기는 거죠, 사실은. 그런 발언을 하도록.

[정세진] 또 한 명의 받아쓰기를 잘할 수 있게 글을 제공해 주시는 분이 계시죠. 강연재 자유한국당 법무특보. SNS에 올렸다 하면 많은 언론들이 그대로 내려 받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문재인 대통령을 파면한다.’ 글이 쭉 퍼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는데요. 기사 내용을 좀 볼까요? ‘강연재 ”대통령 문재인을 파면한다…좌파 정권 개판“’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이데일리에서 옮겨서 따옴표로 썼습니다. ”강 법무특보는 지난 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문재인을 파면한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면서 ”보수정권 전직 대통령 두 분. 살인죄 초범보다 더 한 징역형 내려놓고 자신들은 자칭 국민들의 혁명으로 탄생했다 착각에 빠진 좌파 정권“.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금강일보 11월 5일자에 그대로, 그대로 복사해서 붙인다고 하죠. 기사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준희] 사용하는 언어의 질도 그렇고. 사실은 이 정치인이 현재의 위치에 있는 그런 방식도 좀 그렇습니다. 더 문제는 뭐냐 하면 이걸 받아쓰고 있는 2개의 신문사를 비교해 보면 이거 아마 우리 학계에서는 표절 방지하기 위해서 ‘표절 킬러’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돌리거든요. 그러면 표절률 80%, 90% 나올 거예요. 거의 똑같은 워딩으로 구성돼 있어요. 복사해서 붙이기 했다고 하는 거죠. 그냥 앉아서 남들 거 긁어 와서 쭉쭉 해서 1분에 하나씩 뽑는 그런 기사. 이런 정도의 수준으로 지금 만들고 있는 거예요.

[정세진] 송수진 기자, 기자 입장에서는 이거 어떻게 봐야 해요? 보통 이렇게 그냥 SNS 내용들 취재하라고 지시가 내려오나요?

[최 욱] 편하긴 하겠네요, 쓰는 입장에서는.

[송수진] 쓰는 입장에서는 이런 발언 보도들이 좀 편한 측면이 있는데요. 왜냐하면 일단 발언 소스가 있거나 아니면 페이스북에서 내용을 토대로 해서 기사를 쓸 경우에는 정말 말이 되는, 좀 핫한 내용들만 일단 쭉 블록 설정을 해서 복사한 다음에 기사창에 붙여넣기를 합니다. 그 이후에 서술어만 사실 조금만 바꾸면 되는 거거든요, 기자 입장에서는. 예를 들어서 ‘말했다, 주장했다, 강조했다, 비난했다, 비판했다, 촉구했다, 거듭 비판했다, 거듭 비난했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서술어만 조금씩 바꾸고. 그 다음에 이 발언을 한 화자(화자)를 예를 들어서, ‘김성태 원내대표’라고 첫 문장에서 썼다면 그 다음 문장에는 ‘김 원내대표’, 또 그 다음 문장에는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주어랑 서술어만 바꿀 경우에는 기사 하나가 사실 뚝딱 완성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기자 입장에서는 이런 기사를 쓰기는 오히려 난이도 측면에서는 쉽죠.

[정준희] 심지어는 로봇 저널리즘 가능성도 있어요. 이것은 굉장히 공식화시켜서 포맷화 시켜서 쓰기 되게 좋은 그런 형태거든요.

[변상욱] 그런데 온라인 저널리즘에 있어서 특징은 24시간 계속 업데이트(Up-date)가 가능한 거잖아요. 만약에 신문 같으면 하루에 두 번이나, 세 번 판 간다 치고. 방송도 예를 들면, 메인 뉴스가 있으면 그 때만 하는 것이지만 온라인은 계속 집어넣어야 하고 계속 업데이트시켜야 하잖아요. 24시간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니까. 데스킹도 약해집니다. 담당 부장이 계속 자리 지키고 앉아서 데스킹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남아 있는 당직자들이 어떨 때는 남아 있는 인턴 기자들이 아니면 어쩔 때는 진짜 스위치를 꽂아놓은 로봇이 올려줄 수도 있죠. 왜냐 하면, 저쪽에 뜬 기사들 몇 개를 모아서 확 짧게. 하나만 똑같이 베껴 쓰면 표절이라고 그러니까. 여러 개를 짜깁기 해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섞어서 쓰는 그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면을 메꿔나갈 수밖에 없는 거죠.

[송현주] 결국에 독자들이나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보면 거기의 댓글은 대부분 다 양극화됩니다. ‘시원하다, 발언 잘했어.’ 아니면 진짜 여기 온갖 막말을 통해서 비난을 하고요.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그런 기존의 관념들에 따라서 쾌감을 느끼고. 또 반면에서는 분노를 느끼고 계속 정서적으로 분화를 시키고 양극화를 시키는 거거든요. 이게 결국은 분열의 정치인 거고 그게 어떤 기존에 존재하는 정치적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어떤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없던 갈등들도 더 만들어내고 악화시키는 거죠. 결국 그분들의 어떤 개인의 어떤 정치적 동기와 언론의 어떤 산업적 필요, 이것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우리나라 민주주의 사회가 어떻게 잘 작동할 것인가?’를 놓고 보면 하나도 득(得) 볼 게 없는. 그런 어떤 보도 행태와 정치적 발언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정세진] 정치인들의 발언들과 따옴표 저널리즘을 남발하는 실태에 대해서 짚어보고 있는데요. 송수진 기자가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요? 영상 보고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인 발언 받아쓰기 보도 왜 하나?’ 기자들 인터뷰

[기자] 오전에는 일단 라디오가 시사 라디오가 다 있기 때문에 시사 라디오를 먼저 돌고. 그 다음에 이제 주요 정치인들의 페북을 먼저 돈 다음에. 아침 9시 반 정도가 되면 각 당마다 이제 회의를 하니까 그것들을 챙기다보면 결국에 다 ‘말말말’ 이렇게 해서 말을 챙기게 되는 일로 오전에 다 보내죠. 그 다음에 오후에는 국회 상황에 따라 회의를 챙기거나 또 여야 만나는 협상 장소를 가거나 그런 식으로 하루가 다 지나가죠.

[기자] 정치부 기사 그리고 약간 언론 기사라는 게 하루하루씩 되게 빠른 시간 안에 돌아가고 있잖아요. 그래서 깊이 들여다보는 기사는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정말 신문에서 주말용으로 한 번씩 뭐 선임기자들이 쓴다든지, 이런 거 빼고는. 특히나 방송기자 같은 경우에는 그런 기사를 쓸 기회가 거의 없고 하니까.

[정세진] 영상 보면서 기자인지, 타이핑 잘하는 사람이 제일 잘 나가는 기자가 되나요? 빨리 해서 정리할 시간이라도 벌면 다행인 거잖아요.

[송수진] 그러니까 저걸 빨리 쳐야 되거든요. 발언을 빨리 빨리 쳐서 이걸 정확한 발언을 빨리 쳐서 그 내용을 회의가 끝나기 전에 안에 전달을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정치부 기자, 특히 능력 있는 정치부 기자의 첫 번째 요건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 정치부에 발령을 받으면 타이핑 연습을 따로 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리고 정치부에 각 언론사 기자들이 친 워딩(Wording)을 톡방(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리거든요. 그러면 톡방에서 서로서로 크로스 체킹을 하는 거죠. 해서 ‘조사가 틀렸다, 서술어가 틀렸다’ 하면, 그걸 다 다시 또 정리를 해서 안에 다가 올리고. 그러면 그 워딩(Wording)이 하나의 취재 소스가 되는 것이고. 예를 들어서, 원내대표, 어떤 정치인, 정치인이 발언들을 계속 했다면, 그 발언을 ‘이제 이 발언에 대해서는 어느 기자가 써, 이 발언에 대해서는 다른 기자가 쓰자.’ 이렇게 일을 나누는 그런 형식이거든요. 그래서 사실 그 정치부의 어떤 취재 과정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제 워딩(Wording), 정치인들의 워딩(Wording)을 받아쓰고 그것을 소재로 해서 기사를 쓰고 이것의 무한 반복인 거죠.

[최 욱] 기사라기보다는 녹취록이네요.

[송수진] 녹취록이죠.

[변상욱] 녹취록 요약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고.

[정준희] 저는 아까 기자들이 이야기한 것 가운데 몇 개가 귀에 걸리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아침에 시사 라디오를 먼저 듣고, 하루가 되게 빠른 시간이 흘러가고, 관성적으로 하게 된다’는 게 기자들마다 나오는 거죠. 이게 현재 언론 산업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가를 되게 잘 보여주잖아요. 저도 아침에 시사 라디오를 한 경험이 있지만 제가 제일 안타까웠던 건 뭐냐 하면 ‘왜 정치인을 불러서 굳이 이렇게까지 묻고 있을까?’라는 약간의 자괴감이 들 때가 있었어요. 저는 사실,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거든요. 이 분들이 또 듣고 그걸 기사로 쓴다고요? 그러면, 그 기사의 내용에 바탕을 둬서 누군가의 발언을 또 취재하고. 그 발언에 바탕을 둬서 또 라디오 인터뷰를 하고. 이런 식의 무한 순환 반복 시스템이 있는 것이에요. 거기서 연결고리는 결국 정치인이거든요. ‘정치인의 입에서 어떤 걸 끄집어내느냐?’가 결국은 정치 기사를 쓰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어떤 핵심 요소가 되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우리가 잊고 있는 건 ‘왜 이 정치인에게 이런 발언을 들어야 하는가?’ 하는 퀘스천 마크(Question Mark: 의문 부호)가 사라진 채, 정치인으로부터 약간 더 색다른 이야기들을 얻어내는 것이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베껴 쓰는 그런 어떤 저널리즘의 형태가 돼버린 좀 불행한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변상욱] 지금의 상황은 인용 저널리즘,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좀 귀엽게 불러줍니다만, 무비판적인 언론 관행에 의한 맹목적 인용 저널리즘이라고 봐야 하는 거죠.

[송수진] 저렇게 받아쓰기를 하다 보면, 받아쓰기가 되게 무서운 이유가.

[정세진] 타자치기라고 하죠, 타자치기.

[송수진] 제가 정치부에 있을 때 느꼈던 건 정치부 기자가 해야 하는 역할들이 있는 거잖아요. 정치인들의 어떤 정책을 비판하고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를 하고 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은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입에만 주목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이제 펼쳐지더라고요.

[송현주] 사실 최근에 유치원 3법 가지고, 박용진 3법 가지고 크게 논란이 붙었는데요. 그게 어찌 보면 제대로 된 정치 뉴스죠.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 대비시켜서 이제 의사사건(疑似事件 : 특정 사건·사람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조작된 사건), 유사사건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있습니다. 슈도 이벤트(Pseudo Event)라는 게 있는데요. 만들어내는 거죠. 그러니까 기자회견이라든지 간담회라든지. 그 다음에 어찌 보면 전당대회까지도 슈도 이벤트라고 하는데. 다 말잔치잖아요, 말잔치. 말이 만들어 내지고 또 그게 말을 만들어내고. 이런 식으로 계속 무한 반복돼서 실제로 정치 기사가 무한대로 증폭되는 거죠. 정치 뉴스의 과잉인데 실제 그런 과잉된 정치 뉴스가 실제 정치적인 이벤트들은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겁니다. 그런 것들이 숨겨져 있는 거죠.

[정세진] 아까 보니까 라디오 프로그램 일단 다 받아 적고 그 다음에 이제 정치인들의 페이스북, SNS 글들을 보면서 다 체크한다고 나왔어요. 아까 강연재 법무특보 이야기도 나왔지만 SNS 글의 보도 가치는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이게 그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단 말이에요. 정치인들이.

[송현주] 아까 24시간 뉴스 말씀하셨는데 SNS라는 게 거기에 딱 맞는 거거든요. 그냥 뭐, 경량급 정치인이나 별로 영향이 없는 사람도 SNS를 통해서 계속 뉴스거리를 만들어주는 거죠. 그런데 그게 뉴스 가치가 없는데 그나마 최소한의 뉴스 가치가 있는 것처럼 윤색을 하려면 그런 자극적인 단어들이 꼭 필요로 하는 거죠. 그래야 뉴스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우리가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신조어)라고 막 비판을 많이 하잖아요. 기레기의 본질은 제가 생각할 때는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을 어떤 약간의 비틀기나 제목을 활용해서 뉴스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독자들이 그걸 제대로 된 뉴스라고 소비하게 유혹하는 게 저는 기레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SNS의 어떤 발언들을 보도하거나 혹은 여기 말하고 있는 이런 따옴표 저널리즘, 뉴스 가치가 없는 것들을 따옴표 저널리즘의 형태로 보도하는 것, 이런 것들이 사실은 기레기라는 비판이 핵심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정준희] 전통적인 저널리즘에서 퀄리티(품질)를 보장하는 방법이 뭐냐 하면 정치인, 발화자가 있고 그 다음에 최종적인 편집자인 데스크가 있다고 치면, 기자가 이 중간에서 사실성의 여부들을 인터뷰의 과정을 통해서 무언가 대화를 만들어나가는 겁니다. 정치인한테 묻고 되묻고 확인하는 이런 과정들이 결국 데스크하고 묻고 하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결국 초기의 대화와 후기의 대화가 결국 편집의 형태로 나타나는 거잖아요. SNS는 사실 그 과정이 빠져 있는 거예요. 되묻지 않잖아요. 적어도 기자회견은 되묻기라도 할 수 있거든요. 적어도 기자회견은 질문을 기자가 던진 걸 얻어낼 수가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정치인들이 사실 SNS 왜 많이 쓰는지 아세요? 기자들이 질문하는 거 받기 싫어서 쓰는 경우 되게 많습니다. 트럼프 같은 경우 전형적인 케이스잖아요. 이재명 지사의 SNS 같은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기자들한테는 얘기하기 싫은 거예요. 왜? 자꾸 묻고 캐물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내 편한 걸로 이야기하겠다’는 거죠. 결국은 전통적인 저널리즘 안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했던 이렇게 확인과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저널리즘의 가치나 뉴스 가치라고 하는 것들이 사라진 상태, 이 부분을 묻는 게 맞다고 봐요.

[송수진] 실제로 저희가 강효상 의원을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강효상 의원이 했던 얘기가 ”내가 페이스북에 다 적어놨는데 왜 다시 왔어?“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페이스북에 내가 내 입장을, 내가 밝히고 싶은 내 입장을 말을 했으니 이걸 참고하라.’ 이런 내용인데 사실 기자들이 궁금한 건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왜 올렸는지에 대한 내용인데. 이 기회 자체를 완전히 차단을 시켜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요. 이게 악순환인 것 같아요.

[정세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SNS 글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지난달 11일이었죠.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미 그들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수억 달러를 북에 송금한 전력도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 긴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사들이 받아서 그대로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동아일보 11월 11일자. ‘홍준표 ”’靑 송이버섯 답례‘ 제주산 귤 상자, ’귤만 들어있다‘ 믿는 국민 얼마나 되겠나“‘ 조선일보. ‘정치권, 귤 200t 北 선물 설전… ”귤만 보냈나“ · ”얄팍한 의혹 그만“‘ 쿠키뉴스. ’정의당 ”홍준표 ‘귤상자 발언’… 한마디로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다 따옴표로 이렇게 처리해서 기사를 냈습니다.

[변상욱] 마치 이런 기사를 읽으면 연예 기사 중 이런 것 있잖아요. ’아무개와 아무개 사귀어, 열애에 빠져, 드라마에서‘, ’아무개와 아무개 이혼, 어느 드라마 몇 편에서‘. 이런 식으로 하는 거나 거의 마찬가지인데. 홍준표 전 대표의,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벌써 머릿속에 계산이 다 있는 거예요. ’이 정도로 발언하면 어디, 어디, 어디 정도는 쓸 거야. 그런데, 어디는 안 쓰다가 얘들이 쓰면 할 수 없이 쓸 거야.‘ 이게 대개 통신 서비스가 되는 거죠. 통신 서비스는 맨 처음에는 안 쓰더라도 몇 개 언론이 나가면 서비스를 해야 하니까 씁니다. 그러면 그 서비스를 받아서 전국의 수천 개의 언론이 동시에 쓸 수도 있고.

[정준희] 게이 터크만(Gaye Tuchman)이라는 사람이 미국의 되게 유명한 언론 사회학자인데. 이 분이 얘기한 게 뭐냐 하면 ’의심스러운 사실을 직접 보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 그 의심스러운 사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의 발언을 보도한다’고 그래요. 그러므로 발언 사실은 사실이 되거든요. 발언했다는 사실 자체를 보도한 건 문제가 안 되잖아요. 그러면서 면책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웃긴 건 뭐냐 하면 특히 온라인 시대에는 이게 누가, 누가 이야기했는지가 계속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에는 ’“귤 상자에 뭐가 들었을까“라고 발언해’라는 사실에서 그 발언자가 빠지고 ’귤 상자에 뭐가 들었을까?’라고 하는 게 사실로 둔갑해서 돌아다니게 되는 거예요.

[최 욱] 홍준표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보람될 만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 발언을 믿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믿는 듯한 댓글을 제가 한 번 좀 발췌해 봤는데요. ○○○라는 분이 “이번에 북송한 감귤 상자 중에는 많은 돈과 북괴 특공대가 이용할 가짜 주민등록증이 들어 있다고 한다“고 썼고요. 그리고 ○○○○님께서는 “귤상자에 귤만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이 서운하지. 얼마 줬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하다.“ ○○○님은 “홍 전 대표님 전부 맞는 말씀입니다. 국회에 간첩들 싹 쓸어버려야 이 나라가 이 꼴이 안 납니다. 도대체 나라를 통째로 북한 갖다 주려고 하는데 무슨 경제가 살아나겠어?” 이런 글들이 없지 않습니다.

[정준희] 사실로 확정돼 있잖아요. 이들의 마음속에는.

[정세진] 이걸 노린 거죠?

[정준희] 노린 거죠.

[송현주] 언론도 당연히 거기에 일조한 거고요. 파트너십(Portership)이잖아요,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예를 들면 그걸 기획하는 사람이 있고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놀아난 게 아니라 서로서로 잘 아는 상태에서 공조하고 서로서로 거기서 이익을 봐 온 거죠. 사실은.

[최 욱] 막말, 오늘 하필이면 또 소위 이제 보수 정치인들에 대해서 저희가 살펴봤는데. 사실 막말, 소위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 쪽 정치인들도 막말 많이 할 거 아니겠습니까?

[변상욱] 보수보다 적다고는 감으로 생각이 되는데 센 것들도 있었죠.

[정세진] 2012년 당시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런 표현을 했는데. 그대로 한겨레에서 2012년 8월 8일자에 ‘이종걸 최고위원 트위터에 “박근혜 OO”’ 이렇게 따옴표로 그대로 글을 써서 기사화했습니다.

[변상욱] 이종걸 의원이 했을 때는 다 같이 고민에 빠진 거예요. 이걸 제목에 그 글자를 넣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그런데 그, ㄴ 자로 시작하는 X인데. 이걸 활자로 그 자리에 넣어야 되느냐, 그럼 제목인데 X로 표시해야 되는 거냐? 그것도 참 난감하고 해가지고.

[송현주] 이종걸 의원도 그 당시에 한 이틀 버텼어요. ‘내가 할 말 했다’. 그랬는데 주위의 다른 정치인들도, 돌아가신 노회찬 의원도 “엎드려 비세요.” 이런 말도 하고. 그 무엇보다도 그 당시의 주요 언론들이 거의 십자포화를 했죠. “이게 할 말이냐, 정치인의 자질이 없다.” 그래서 결국 사과했고 그 이후에 이제 민주당, 2013년으로 기억하는데요. 민주당 홍익표 당시 원내대변인이 박정희 대통령과 그 당시에 유신, 일본 유신 시절의 몇몇 정치들 이야기하면서 어떤 저서에 나온 귀태(鬼胎: 귀신에게서 태어난 아이 또는 불구의 태아를 뜻함)라는 말을 썼고요. 그 말이 문제가 돼서 결국은 원내대변인을 사퇴하고, 물론 그 이전에 언론으로부터 엄청나게 두드려 맞았죠.

[최 욱] 제가 느끼기에는 진보 정치인의 막말이 있을 경우에는 좀 거친 표현으로 박살이 나는데 보수 정치인의 막말은 캐릭터화 되는 느낌이 있거든요. 이거, 저의 편견을 좀 바로잡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변상욱] 맞는 거 같은데?

[정준희] 기본적으로 막말이나 뭔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센 말들을 많이 하는 정치인들은 좀 더 보수쪽 정치인들인 건 맞아요. 물론 그렇다고 진보가 없는 건 아니고요. 질적으로도 훨씬 더 셉니다, 보통 보수적 정치인들이. 그런데 책임은 진보쪽 정치인들이 훨씬 많이 져요. 그리고 되게 창피해 하고 부끄럽다고 그러고 사과하는 경향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보수쪽 정치인들은 별로 안 그런 편이거든요. 오히려 자신들의 브랜드가 되어 버리는 그런 경향들이 많아요. 저는 왜 그러냐고 생각하면 바로 언론의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면 보수쪽 정치인들이 얘기하면 진보지는 일부 공격하는 정도 수준이지만, 보수지들은 대체로 중립적으로 보도하거나 오히려 유포시키는 그런 방식을 취하고요. 그런데 진보적인 정치인이 그런 식의 말들을 하면 진보는 비판하고 보수도 비판합니다. 그러고 나서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더? 당연히 진보쪽 정치인들에게 훨씬 더 많은 책임을 묻게 해요. 그래서 실제로 이런 발언했던 분들은 결국은 사과했거나 사퇴했거나 물러났거나 그랬는데. 우리가 아는 보수쪽 정치인들은 아이돌이 되잖아요. 이건 언론의 매개 형식이 대개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세진] 이 따옴표 저널리즘이 가장 극에 달한 때는 아무래도 선거 기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세진] 선거 때 정치인들이 마구 쏟아내는 발언들, 팩트체크를 해 보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19대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었는데요. 서울대학교 팩트체크센터에서 언론이 팩트체크한 결과를 모아놓은 것을 보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 많았습니다. 국민의당은 대선 직전에 문준용 씨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 대학원을 같이 다녔던 동료가 문준용 씨의 특혜 취업에 대해 증언한 음성 파일을 입수했다면서 공개를 했는데요. 당시 국민의당이 의혹 제기를 전한 언론 보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MBC '文 아들' 의혹 재점화…"父가 시켜서 취업" vs "흑색 선전" (2017.05.05.)

[앵커]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준용 씨의 '파슨스 디자인스쿨' 동료가 준용 씨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라고 안 후보 측은 설명했습니다.

[문준용 씨 옛 파슨스 동료] "아빠(문 후보)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거 같던데….

TV조선 "문준용, 문재인 지시로 이력서 냈다"…국민의당, 문준용 친구 음성 공개 (2017.05.05.)

[앵커] 국민의당은 미국 파슨스 스쿨을 준용씨와 함께 다녔다는 A씨의 음성파일을 공개했습니다.

[문준용 동문 주장 A씨] "(문씨는) 아빠가 하란 대로 해서 했었던 걸로…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어.“

[변상욱] 사실 이 건에 대해서 음성파일이 있다고 했을 때 다들 음성파일이 있다고 하면 뭔가 이미 크게 터졌을 건데 저걸 뒤늦게 이제야 갖고 나오는 거에 대해서 약간씩 의혹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많이들 보도를 안 했습니다. 아마 동아일보가 보도를 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TV조선 같은 경우 조금 그렇게 처음부터 달려들지 않았는데 나중에 이걸 갖다가 음성파일 자체를 갖다가 공개해버리는 과감한 진척을 보였고, 그러면서 또 뒤에는 자기들이 얼마나 이 건에 대해서 실적을 올렸는지에 대한 한 줄을 갖다 끼워 넣기를 하는 묘한 태도를 보이죠.

[송수진] 제가 당시에 국민의당 출입기자였는데요. 그때가 5월 5일 이 의혹이 터졌었는데 5월 5일이 사전 선거 운동일이었고 그러니까 4일 뒤가 선거일이었던 거죠. 그래서 굉장히 민감한 상황이었는데 이제 이 녹취록이 공개가 된 거예요. 그런데 이 녹취록 들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소문을 들었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직접 확인한 게 아니라 이 제보를 한 사람이 건너건너 들었다는 것이 녹취 파일 형태로 남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이걸 안의 데스크에 보고를 했을 때는 ”이걸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라고 물었고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당시에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스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국민의당에서도 철저히 함구를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검증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희는 9시 뉴스에서는 이걸 다루지 않았고, 그러면 ”기사화를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결국 ”기사는 쓰기는 써라“고 해서 그래서 온라인으로 저희가 유통을 시켰거든요. 그런데 사실 온라인 기사도 기사인 것이고 지금 제가 제 이름을 검색을 해도 그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기한 기사가 지금도 검색이 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데스크 뒤에 숨은 것이고. 검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쓴, 따옴표 저널리즘 뒤에 숨은 거죠.

[정준희] 흑역사(黒歴史: 과거에 일어났지만 지금은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싶은 일을 뜻하는 신조어)죠.

[정세진] 15대, 16대 대선판 뒤집은 이회창 자녀 병역비리 허위 폭로전. 이 때로 한 번 되돌아가봤으면 좋겠는데요.

[송현주] 사실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 면제에 관한 의혹들이 당시 여당에서 제기를 했고 그 의혹 제기와 그 과정들을 주도한 사람이 김대업이라는 사람인데. 언론은 저 문제를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었어요. 기록은 파기됐다고 그러고. 그러면 결국은 언론은 의심만을 계속 양산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신체조건에 몸무게가 사실은 상식적으로 봤을 때 너무 깡마른 거죠. 그런데 그거는 이제 그냥 상식적인 추정일 뿐이고. 실제 그런 조작을 통해서 병역을 면제받았는지는 알 수 없는 겁니다. 그러면 그 선에서 끝내야 하고 그 이슈를 정리를 해야 하는데 언론들은 그걸 계속 양산한 거죠. 특히나 이회창 후보의 낙선을 바랐던 언론들은 그런 것들을 계속 양산했습니다.

[정준희] 그러니까 이 부분은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진보든 보수든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사건이잖아요. 물론 이슈 자체는 뉴스 가치가 있는 이슈였죠. 그러나 이제 이 폭로의 과정이라든가 아니면 그 자료의 신빙성의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이 시간만 좀 지나면 뉴스 가치로서 작동하기가 어려운 그런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대선 기간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밀어붙인 거란 말이에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밀어붙인 거죠. 이게 또 KBS 문제하고 연관되면 또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KBS는 정권에 따라서 다른 보도들을 하는데 사실은 내부적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인 것이잖아요. ‘누가 사장이 되느냐?’ 라든가, ‘누가 보도 책임자가 되느냐?’ 에 따라서 달라지는 현상인데. 이게 이를테면 1997년 당시에는 그 당시에 말 그대로 기존 여권에 의해서 구성돼 있던 보도 쪽이 이것은 거의 보도를 안 하려고 했었고요. 그래서, 사실은 19건 정도에 그친 거로 나오는데… 이게 2002년 당시로 가면 두 번째 문제됐을 때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 엄청나게 많은 보도들을 합니다. 주로는 군 검찰 내사자(內査者)랑 관련된 그런 보도라든가, 이런 것들이 100건 넘게 쏟아지는 그런 과정을 보이는데요. 이거는 한 언론사 자체의 정파성이라기보다는 언론사를 구성하는 보도 쪽에 일정한 정파성 같은 것들이 작동하면서 정권에 따라서 달리 나타났던 이런 모습이라 볼 수가 있는 거죠.

[송현주] 그러니까 사실은 언론은 그 문제를 의심하고 검증하기보다는 어쨌든 그 의혹을 키워서 어떤 자신들과 결합된 그런 정치 세력의 선거에서의 승리를 원했기 때문에 그런 입장에서는 가부를 결정하기보다는 그냥 의혹은 의혹으로 남는 게 좋은 겁니다.

[정세진] 그리고, 또 하나 2012년 대선 앞두고도 NLL 포기 공방, 이 부분은 최 욱 씨가 관심이 많던데요.

[최 욱] 201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 NLL 공방, 상당히 치열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것은 그야말로 악의적인 의도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 거 아니겠습니까?

[정세진] 당시 보도들 보면 정말 따옴표를 많이 활용했는데. 조선일보 2012년 10월 9일자. ‘盧, 정상회담 직후 ”NLL, 땅따먹기 하듯“ 발언’. 중앙일보, ‘”노무현, 수도권 미군 다 내보낸다 해“’. 동아일보, 與 ”盧 NLL 발언은 대북 게이트“… 文 조준?‘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정준희] 저는 이 부분은 따옴표 저널리즘에서 좀 다시 또 약간 새로운 차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첫 번째는 이 발화의 주체가 노무현인 것처럼 돼 있잖아요. 그런데 정작 없는 분이잖아요. 문재인이라는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 죽은 사람을 데려다 쓰는 방식이었단 말이에요. 되게 치사한 방식이죠. 기타의 어떤 제목들 같은 경우 보시면 대부분이 발화자가 숨어 있습니다. ’다 그랬다고 했다,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선 겨냥 정치공세 말라 라고 했다‘, 이런 식의 발언들이에요. 그러면서도 노무현을 갖다 놔요. 마치 그 발화자이거나 또는 연관이 돼 있는 것처럼. 그 다음에 제목들이나 이런 것을 보시면 ’盧‘하고서 해놓은 따옴표 안의 말들은 실제로 했다고 것들이 확인되지 않은 누군가의 발언이에요. 제3자는 숨어있고 그 발화자를 노무현으로 만들어놓은 그런 방식이고요. 따옴표 저널리즘의 신기원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뭐냐 하면 실제로 발언자와 따옴표를 연결시키지도 않는, 상당 부분은 익명이거나 그 익명도 제3자, 누군가가 아마 이야기했던 것들을 따옴표, 따옴표, 따옴표해서 하게 되는 그런 방식을 제목으로 쓰는 대단히 특이한 방식의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는 거죠.

[송현주] 우리가 신문기사의 제목이라는 게 대단히 짧잖아요. 저 따옴표 안에 그 사람의 전체 발언의 핵심을 과연 몇몇 단어로 요약해서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누군가가. 그 어떤 문학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그런 사람 별로 없거든요. 결국 그 과정에서 의미의 왜곡과 비틀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리고 또 이제 더 심각한 것은 이건 정말 의도성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없는 내용을 따옴표에 넣기도 하고. 그 다음에 익명은 가장 또 위험한 거거든요. 익명의 사람이 말한 것들을 따옴표로 그대로 옮겨놓는. 그게 이제 그런 의도들을 가지고 그걸 실수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실수일 리는 없죠. 그 말은 굉장히 설득력이 없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특정인의 발언들을 왜곡시켜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그런 경우들이 따옴표 저널리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사실.

[변상욱] 영업 비밀로 얘기하자면 따옴표 저널리즘을 끌어내야 하는데 말이 잘 안 나오면 가정법을 써버립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시지 않겠다고 자꾸 얘기하시는데, 만약에 이게 이렇게 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안 하실 거예요?“ 그러면 뭐라고 말을 할 게 없습니다. ’이렇게 되더라도‘가 나중에 빠지고 제목에는 ’이렇게 하겠다.‘만 살짝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최 욱] 기자님도 상당히 애매하게 말씀하시는데 이게 본인 이야기입니까? 어디서 본 겁니까? 자꾸 애매하게 아까부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정세진] 30여 년 하셨으면 본인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최 욱] 본인 이야기라고 봐야겠죠?

[정준희] 보통 3자화 시키면 본인 이야기.

[최 욱] 자꾸 애매하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정세진] 따옴표 저널리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인지. 아까 신기원이라고 했지만 다른 식으로 이상하게 변질될 것인지.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정말 이 문제들을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려면 이런 점들은 좀 우리가 개선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한 말씀씩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준희] 일단은 우리가 팩트체크라고 하는 게 요즘 유행이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주요한 팩트체크 행위들이 만들어지게 된 게 정치인들이 무분별하게 하는 발언을 검증해보고자 해서 처음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언론이 팩트체크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인의 발언이 팩트체크의 대상인 경우가 많았어요. 이게 이제 폴리티팩트(PolitiFact) 같은 그런 경우가 전형적인 케이스였는데. 2014년 논문인가 그랬는데… 그게 뭐냐 하면, 실험 연구를 한 거예요. 그래서 이제 주에 있는 의원들한테 주(洲:State) 의회 의원이죠, 그러니까, 주 의원들한테 쭉 보내고 ’당신이 이러이러한 잘못된 발언을 하면, 팩트체크 사이트에서 검증이 된다더라.‘ 라고 하는 것을 레터를 받은 사람이 있고 안 받은 사람이 있었대요. 그 뒤로 이제 쭉 나중에 사후에 봤더니, 받았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조심하고 허위 발언들을 훨씬 덜 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 다음에 그걸 안 받았던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허위 발언의 수준이 되게 높아서 팩트체크 사이트에서 많이 걸러지는 이런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팩트체크의 유용성을 반드시 밝혀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언론의 검증 기능, 발언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맥락과 사실을 가지고 한 번 필터링(Filtering: 걸러주는 일)해주는 그런 기능들이 어느 정도 쭉 계속해서 작동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되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발언할 때 한 번이라도 조심하게 되는 그런 일들이 있겠죠.

[송현주] 저는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이 문제를 언론이 전적으로 책임이고 언론이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언론이 너무 많은 부담들을 지게 되는 거고. 그 다음에 기간도 너무 짧고요. 오히려 이제 우리 사회가 정치문화 전반적인 정치풍토, 또 그런 발언 의혹 제기가 됐을 때 유권자들이 좀 흔들리지 않고 이래야 하는데. 유권자들도 그런 의혹들을 좋아하고 그걸 또 증폭시키는 또 다른 작은 마이크가 되는 거거든요. 이런 어떤 전반적인 개선이 있지 않는 한 언론이 어떤 액션을 취한다고 해서 결단을 내린다고 해서 뭐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좀 상당히 비관적이긴 합니다, 죄송하게도.

[정세진] 무겁게 마무리가 됐네요.

[변상욱] 후배 기자들한테 하나만 마지막으로 당부를 한다면, 지금 따옴표 안에 있는 정치인들의 말이 주제가 어떤 정치인이 따옴표에 집어넣고 써달라고 하는 그 말이 취재의 시작점입니다. 그런데 거기를 취재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다 이야기 끝나셨으면 쓰면 되는 건 데가 아니라 거기가 취재의 시작점에서 왜 저렇게 말하는지, 저건 어떤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아니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지, 그러면서 저 의도가 뭔데, 다른 쪽에서는 저걸 어떻게 생각할까. 국민들은 어떨까 이거를 얼마든지 취재할 것들이 널려 있는데. 그러니까 취재의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못 나가고 그걸 데스크가 용인하는 것도 문제고, 그렇다고 봅니다.

[정세진]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 정치인의 발언과 센 발언들, 막말과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에 관해서 자세히 깊이 있게 짚어보는 시간 가져봤습니다. 변상욱 대기자님. 퇴직 후에도 맹활약 부탁드리고요. 송현주 교수님, 오늘 잘 하셨죠? 최 욱 씨 평가 좀 해 주세요.

[최 욱] 네, 뭐...

[송현주] 잘 봐주세요.

[최 욱] 제법이네요.

[정세진]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송수진 기자도 고생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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