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도구 사용, 동아프리카 전파설 '흔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2018. 12. 3.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류의 조상이 도구(석기)를 처음 만든 것은 26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였다.

그동안 인류학자들은 올도완 석기가 탄자니아 올두바이 계곡 등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 260만 년 전 처음 생겨나 전 세계에 퍼졌다고 믿어 왔다.

세마우 교수는 "약 3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3000km 떨어진 사하라사막을 가로질러 북아프리카로 왔고, 그 후손이 석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며 "다음 목표는 이 인류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아프리카서 240만년전 석기 발견.. 동물의 뼈 다듬은 흔적도 확인
올도완 석기를 연구자가 들어 보이고 있다. 돌을 내리쳐 날카로운 조각(격지)을 떼어냈다. 사진 출처 사이언스

인류의 조상이 도구(석기)를 처음 만든 것은 26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또는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초기 호모 속(현생인류의 직계 조상 인류군) 인류가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정설에 따르면, 이후 이 도구는 천천히 퍼져 아프리카 전 지역과 유럽, 아시아에도 전파됐다. 그런데 최근 도구 사용이 전파된 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됐다.

실레시 세마우 스페인 국립인류진화연구소 교수 팀은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알제리 아인부셰리트 지역에서 구석기 제작 양식 중 하나인 ‘올도완’ 방식의 석기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30일자에 발표했다. 올도완 석기는 큰 돌의 가장자리를 다른 돌로 내리쳐 박편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큰 돌에 날을 낸 인류 최초의 석기 문화다. 그동안 인류학자들은 올도완 석기가 탄자니아 올두바이 계곡 등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 260만 년 전 처음 생겨나 전 세계에 퍼졌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팀이 함께 묻힌 동물 화석에 축적된 방사선 영향을 측정하고, 지층에 새겨진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읽어 석기가 발견된 지층의 연대를 추적한 결과, 최소 190만∼240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북부에서 발견된 올도완 석기는 180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 가장 오래됐는데, 그 연대를 최대 60만 년 앞당긴 것이다.

작은 소의 앞다리뼈 화석에 홈이 패어 있다. 석기를 이용해 살을 발라낼 때 생긴 흔적이다. 아래는 확대 사진이다. 사진 출처 사이언스

연구팀은 올도완 문화가 처음 생겨난 아프리카 동부와 수천 km 떨어진 북부의 도구 연대 차이가 20만 년에 불과하다는 데 주목했다. 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석기 문화가 대단히 빠른 시기에 북부 아프리카에 전파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는 북부 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에서 비슷한 시기에 각기 따로 도구를 탄생시켰다는 뜻일 수도 있다. 북아프리카에서는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되지 않는 이상한 타원체 모양의 도구가 여럿 발견된 점도 전파설에 의문을 갖게 하는 증거다.

당시 인류에 대한 이해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석기와 함께 석기로 동물의 뼈를 다듬은 흔적도 발견했다. 마스토돈과 코끼리, 말, 코뿔소, 돼지, 하이에나, 심지어 악어의 뼈가 화석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세렝게티 같은 사바나 초원지대에 사는 동물들로 당시 기후가 사바나와 비슷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런데 이들 중 다리뼈와 갈비뼈 일부에는 돌망치로 내려찍히거나 날카로운 돌로 그어진 V자 모양의 홈이 파여 있었다. 연구팀의 이사벨 카세레스 로비라이비르힐리대 교수는 “도구로 뼈를 내려쳐 안에 든 골수를 빼 먹거나 날카로운 도구로 뼈에 붙은 살을 발라 먹은 흔적”이라며 “특히 날카로운 도구를 칼처럼 쓴 흔적을 보면 당시 인류가 그저 육식동물이 먹다 남긴 찌꺼기만 먹고 살았다는 기존 가설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접 사냥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세마우 교수는 “약 3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3000km 떨어진 사하라사막을 가로질러 북아프리카로 왔고, 그 후손이 석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며 “다음 목표는 이 인류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핫한 경제 이슈와 재테크 방법 총집결(클릭!)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