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 삼바, 미국진출 셀트..엇갈린 바이오주 투톱

전준범 기자 2018. 12. 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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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투톱으로 꼽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희비가 최근 엇갈리고 있다. 삼바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으로 거래정지의 수모를 겪는 사이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판매권을 따내는 등 3분기 실적 악화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두 기업의 180도 달라진 분위기에 양측 주주들도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DB

◇ 트룩시마 美 진출 셀트리온

지난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068270)은 전날보다 1.05%(2500원) 오른 23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82% 하락했지만 셀트리온은 기관의 순매수 지원을 받은 덕에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2311억원의 매출액과 7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0.4%, 44.2% 줄어든 수치다. 부진한 실적의 영향으로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달 13일 19만7000원까지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0일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항공기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잇딴 악재에 흔들리던 셀트리온 주가는 11월 말부터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외국인과 기관의 집중 순매수에 8.82% 급등한 데 이어 사흘 후인 29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의 판매 허가를 받은 사실이 전해졌다. 트룩시마는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맙테라(해외 제품명 리툭산)’를 복제한 약이다. 미국은 연간 리툭산 처방 규모가 4조6229억원에 이르는 대형 시장이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산도즈가 미국 출시를 포기함에 따라 초기 선점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트룩시마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룩시마는 지난해 4월 유럽 시장에 처음 출시된 이후 폭발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올해 2분기 기준 18개 국가에서 32%에 달하는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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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폐지 위기 삼바

셀트리온에 대한 투자심리는 서서히 살아나고 있지만, 경쟁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상장폐지의 기로에 위태롭게 서있는 처지가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내렸다. 한국거래소는 이 감리 결과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날부터 삼바 관련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최근 삼바의 상장 유지 여부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기심위에서 ‘상장 유지’ 결론을 낼 경우 삼바 매매거래는 그 즉시 재개된다. 현재로서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지만, 변수를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만약 기심위에서 ‘개선기간 부여’ 결론을 내리면 거래정지 기간은 1년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042660)도 분식회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후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거래를 재개할 수 있었다.

한때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까지 올랐던 삼바는 현재 7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바 시총은 올해 4월 11일 38조6404억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당시 주가는 58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시총 순위에서 삼바 위로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뿐이었고, 셀트리온 시총은 37조2823억원으로 삼바 밑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코스피 시총 3위는 셀트리온(11월 30일 기준)이다.

◇ 주주 반응도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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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셀트리온과 삼바 상황에 평소 기싸움을 자주 벌이기로 유명한 두 회사 투자자들도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삼바 소액주주는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에 "셀트리온(이 잘 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다"며 "멘탈 관리 방법 좀 조언해달라"고 적었다. 또다른 주주는 "셀트리온과의 합병만이 살 길"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반면 거래정지 상황을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도 상당수다. 한 삼바 소액주주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려준 사례가 있는데 설마 삼바를 내쫓기야 하겠는가"라며 "절대로 상장폐지까지 갈 리 없으니 기회될 때 장외시장에서 미리 (삼바 주식을) 사두시라"고 적었다.

실제로 장외거래시장에는 삼바 주식에 관한 문의가 종종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비상장주식 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 "삼바 주식 500주를 주당 40만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40만원은 너무 비싸고, 28만원 정도면 살 의향이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셀트리온 주주 게시판에는 이런 삼바 투자자들을 놀리거나 회유하는 글이 가득하다. 한 셀트리온 소액주주는 "제약·바이오 영역에서 최후의 승자는 셀트리온 주식을 산 사람이 될 것 같으니 더 늦기 전에 얼른 넘어오라"며 삼바 투자자들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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