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軍 통신망 깔며 '의류관리기'?..노트북 '나눠먹기'도

김민찬 입력 2018.12.03. 20:33 수정 2018.12.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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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은 간판을 바꾼 옛 국군 기무사의 비리 의혹, 끝이 없습니다.

기무사가 수백억 원짜리 통신망 구축사업을 진행하면서 뒷돈을 받고 민간기업에 기밀정보까지 넘겨온 사실을 얼마 전 보도해 드렸는데요.

저희가 이 사업의 예산은 제대로 사용됐는지 계속 추적해왔습니다.

확인 결과 통신망 구축사업인데 수십억 원 규모의 가전제품이 끼어들어갔습니다.

그 수상한 내막을 김민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옷에 묻은 미세먼지와 악취를 잡아준다는 의류 관리기.

165만 원짜리입니다.

고급 공기청정기와 산소발생기는 각각 150만 원과 165만 원.

형편 넉넉한 집의 가전 제품 목록같지만, 옛 기무사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관제 상황실에 있는 비품입니다.

10여명 근무하는 군부대 사무실에 값비싼 가전제품이 들어온 건 작년 말.

1인용 옷장이 생기고, 간부용 책상과 의자가 새것으로 바뀐 것도 그 즈음이었습니다.

이런 고급 가전과 가구들을 넣어 준 곳은 굴지의 통신사인 KT.

작년 9월 기무사가 진행한 224억 원짜리 통신망 임대 사업을 따내면서 입찰 제안서를 통해 약속한 것들입니다.

MBC가 입수한 KT 제안서에는 '근무자의 건강 악화를 방지한다'며 산소발생기와 공기청정기를 제공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통신망 보수·유지 명목이라며 최신 노트북 54대, 1억 원 어치도 공급됐습니다

KT와 함께 통신망 사업을 맡았던 협력업체 고위 관계자는 '선물'이라고 단언합니다.

[KT 협력업체 관계자] "유지·보수 전용으로 한 대 또는 두 대로만 가지고 있고 그 외에는 못 쓰게 돼 있거든요. 일종의 선물 형태로 주는 거거든요."

5년 전 사업 때도 당시 수주 업체가 노트북 50여 대를 제공했는데, 누구 손에 들어갔는지 파악조차 안 됩니다.

대당 가격이 12억 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화상회의 시스템 역시, 2대가 짝을 이뤄야 제 기능을 하지만, 1대만 들어왔습니다.

[KT 협력업체 관계자] "그 장비는 몰입형 장비는 페어(2개 1조)로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와 상대방에 똑같이 존재했을 때 그 효과가 몰입형이 되는 거지."

통신망 사업과 무관한 제품을 마구잡이로 납품한 건 기무사 측 요구였다고 합니다.

[KT 협력업체 관계자] "기무사 입장에선 예산을 계속 키워야 자기들 사업을 앞으로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거지. 사업자들한테 예산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실제로 KT는 '업무 효율성'이나 '편의성' 등을 구실로 58억6천여만 원 상당의 '추가 제안' 항목을 끼워 넣었습니다.

170억 원 정도면 충분했을 예산이 이런 식으로 224억 원까지 부풀려졌습니다.

안보지원사령부는 의류관리기같은 가전의 경우 'KT가 먼저 제안한 것"이고"노트북이나 화상회의 시스템도 통신망 유지·보수와 회의에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김민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