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 연내 처리 무산되면 정부 즉시 '시행령 개정', 에듀파인 의무화
[경향신문]
사립유치원 비리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교육·시민단체들의 핵심 요구인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들에 적용할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시행령을 고쳐 즉각 에듀파인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유치원 3법 개정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 바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령을 개정,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서 유치원을 예외로 둔 단서조항을 없애 에듀파인을 적용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초·중등학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회계시스템에 유치원 회계 특성을 반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1년간 시범 운영한 뒤 2020년 모든 유치원에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시설사용료 등을 반영해 ‘사립유치원에 맞는 에듀파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면서 지금껏 수용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에듀파인을 의무화한다 해도,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박용진 의원 발의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 유치원이 마음대로 써도 횡령으로 형사처벌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드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라 교육부가 손을 쓸 방법은 없다.
그래서 교육부는 원아모집 정지나 정원 감축 같은 행정적 제재로 대응할 계획이다. 시행령을 바꾸는 데에는 입법예고 기간을 포함해 두세 달이 걸리므로 서두르면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원아모집을 멋대로 중단하거나 폐원하려는 유치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제재할 수 있다.
전날 결론 없이 법안심사를 끝낸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날은 논의를 이어가지 않았다. 교육위는 6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가 법안소위에서 합의해도 교육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는 7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어려워졌다. 다만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한다면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국가지원금과 일반회계를 통합하고 지원금은 그대로 두되 교육 목적 외로 사용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향후 논의는 이 중재안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한유총은 전날 교육부에 시설사용료를 포함한 요구를 내세우며 협상하자고 했지만, 교육부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로 끌어올리는 국정과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6일 발표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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