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 없는데 뛰었다..한국당 지지율 미스터리

유성운 2018. 12. 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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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탄핵 박스권’에서 벗어난 것 같다.”

3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26.4%로 나오자 자유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넘사벽처럼 느껴졌던 ‘지지율 25%’를 돌파한 것에 대한 만족감과 안도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져도 반사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이제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한국당 지지율이 2년 만에 25%를 넘은 것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각 정당 지지율 [자료=리얼미터]

①文 경제 부진=한국당 지지율 상승에 대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최근 경제 악화가 꼽힌다. 여권의 경제 실정이 보수층을 다시 한국당으로 결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두 달 전 한국당과 지금 한국당은 달라진 것이 없다. 떠오를만한 리더도 없는 상태”라며 “다만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데 청와대는 북한 이슈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니 국민으로서는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하지만 엄 교수는“IMF 경제 위기 이래 체감 경기가 최악이기에 반사효과를 확실히 받는다면 한국당 지지율이 30%대 후반까지 나와야 한다”며 “국민이 여전히 한국당을 대안 정당으로 충분히 믿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②조용한 한국당=여권이 최근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조국 민정수석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한국당은 상대적으로 위기 이슈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 계파정치 타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개혁 구상 'i폴리틱스'를 발표하기 위해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김경록 기자]

민주당의 한 의원도 “속된 말로 야당은 ‘자살골만 안 넣으면 지지율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며 “돌출 언행을 했던 홍준표 전 대표 같은 인사가 사실상 당 밖에 있는 것도 한국당으로선 나쁘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정권을 되찾아 온 일본 자민당 인사도 ‘가장 중요한 건 실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당 지지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이후로는 최소한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관리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와관련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5일 “(한국당)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은 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의 끌어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③박근혜 이슈 약화=한국당 상승 동력 중 하나로 '박 전 대통령 이슈 약화'도 꼽혔다. 한국당 관계자는 “시중에선 이제 약자가 된 ‘박근혜’라는 사람에 대해 예전만큼 큰 관심이 없다”며 “한국당이 이제 ‘탄핵풍’의 충격에서 조금씩 회복되는 중”이라고 봤다. 최근 김무성 의원 등이 주도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재판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지난해 8월 30일 모습 [연합뉴스]

이준한 교수는 “국회 문만 나가도 친박·비박 등의 계파논쟁은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라며 "행여 상황을 오인해 다시 '박근혜'를 상수로 내세워 원내대표 선거나 전당대회 등을 치른다면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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