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판비량론' 조각에서.. 신라의 글자 또 찾았다

유석재 기자 2018. 12. 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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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학술대회
뜻·발음 부호 새긴 각필자 발견.. 흩어진 '판비량론' 8점 새로 나와
지난달 29일 동국대 충무로영상센터에서 남풍현 단국대 명예교수 등 한국 학자들이‘판비량론’바이케이본(梅溪本)의 각필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위 사진은 신라 각필자 '㠯'(점선 안)에 덧칠한 것. /권인한 교수·고운호 기자

원효(617~686)대사가 나당 전쟁기인 671년 쓴 저작 '판비량론(判比量論)'의 일부가 추가로 발견됐다. '판비량론'은 완전본이 전하지 않고 단간(斷簡·떨어져 일부만 남은 책) 형태로 있다. 지난해까지 5점이 발견됐고 이번에 새로 8점을 찾아내 13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30일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김종욱) HK연구단·토대연구사업팀이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오카모토 잇페이(岡本一平) 게이오대 강사 등 한·일 학자들의 발표에 의해 알려지게 됐다. 이 대회에서 권인한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는 하루 전 남풍현 단국대 명예교수, 김성주 동국대 초빙교수와 함께 동국대에서 5행 분량의 '판비량론' 바이케이본(梅溪本)을 조사한 결과 17~18곳의 새로운 각필(角筆)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도쿄 긴자의 한 고미술상이 소장한 바이케이본은 지난해 발견됐다.

'판비량론'은 원효대사의 저작 중 유일하게 집필 연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현존 가장 오래된 한국인의 저작이자 당나라 현장법사의 불교논리학을 종합 검증한 논리학의 대저술이다. 1960년대 첫 발견 당시 일본 도쿄 시내에서 엿장수가 포장지로 쓰던 것이었다는 비화도 있다. 8세기에 신라인이 필사한 현존 '판비량론'은 오타니대 등 일본 각지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하도 달필이어서 욕심을 낸 사람들이 에도 말기에 책 한 권을 나눠 소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2년 이 책 때문에 NHK 등 일본 언론이 발칵 뒤집혔다. 각필(角筆) 연구의 권위자인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芳規) 히로시마대 명예교수가 "'판비량론'에서 신라의 각필 흔적을 찾아냈고, 이것이 일본 가타카나 문자의 기원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이다.'각필'이란 한쪽 끝을 뾰족하게 만든 필기구로, 책 속 글자 옆에 작은 크기로 발음이나 뜻, 조사를 의미하는 부호를 새겨 문장을 읽기 쉽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伊(이)'자를 각필로 새겼다면 주격 조사 '~이'란 의미다. 고바야시 교수는 현행 가타카나의 'マ(마)'나 'リ(리)'와 비슷한 글자가 '판비량론'의 각필자에서 보인다고 했다.

남풍현 교수 등 이번 한국 학자들의 조사에선 '以(이)'의 옛 글자인 '㠯'('~로'란 뜻)와 '白'(사뢰다) 등 새로운 각필자를 찾아냈다. 고대 한국어 연구에 큰 도움이 될 발견으로, 고바야시 교수 없이 한국 학자들만 참여한 첫 조사다. 김천학 동국대 한국불교융합학과 교수는 "새로운 각필과 단간의 발견은 향후 문자학·사상사 등 각 분야의 연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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