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영리병원 허가', 이럴 거면 공론조사 왜 했나

2018. 12. 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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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5일 공론조사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중국 자본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하기로 했다.

의료비를 자율 결정하고 외부에 이익 배당을 할 수 있는 영리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사회적 논란이 크고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에서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 공론조사를 지방정부 스스로 배척한 건, 영리병원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에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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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5일 공론조사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중국 자본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하기로 했다. 의료비를 자율 결정하고 외부에 이익 배당을 할 수 있는 영리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논란 많은 영리병원 허가 여부를 공론조사로 결정하겠다고 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스스로 뒤집어버렸으니, 앞으로 이에 따르는 정치적 책임을 엄중히 지는 게 마땅하다. 공론조사는 숙의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의사결정 방식 가운데 하나다. 사회적 논란이 크고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에서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 공론조사를 지방정부 스스로 배척한 건, 영리병원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에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원희룡 지사는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불허하면 외교문제 비화와 국제적인 신인도 하락,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등 후폭풍이 우려됐기에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의 주장을 하나하나 따져봐야겠지만, 그런 문제가 예상되는데도 이 사안을 공론조사위로 가져간 것이라면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특히 ‘개설 불허’ 의견이 ‘개설 허가’ 의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 공론조사 결과는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2008년 이후 이뤄진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영리병원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을 앞선 적은 한 번도 없다.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하지 않아 국내 공공의료 체계엔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의료 공공성 훼손 비판을 의식한 조처로 보이는데, 벌써부터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이 병원을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에서 제외하겠다는 건, 영리병원이 어떤 식으로든 공공의료 체계를 흔들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 영리화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표방했지만,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과정에선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가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으리라는 우려에 ‘그럴 리 없다’는 답변은 한가하게 들린다. 영리병원 확산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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