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것 없는데 뛰었다 .. 한국당 지지율 26% 미스터리

유성운 입력 2018. 12. 6. 00:06 수정 2018. 12. 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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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25%' 벽 2년 만에 돌파
경제 악화로 보수층 결집 효과
지지율 까먹는 '자살골'도 없어
"김병준 체제 최소한 부끄럽진 않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왼쪽 둘째)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포럼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의원, 김 위원장, 심재철 의원. [연합뉴스]
“드디어 ‘탄핵 박스권’에서 벗어난 것 같다.”

3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26.4%로 나오자 자유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난공불락처럼 느껴졌던 ‘지지율 25%’를 돌파한 것에 대한 안도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져도 반사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이제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한국당 지지율이 2년 만에 25%를 넘은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이 잘해서라기보단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 경제 위기=한국당 지지율 상승에 대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경제 악화가 꼽힌다. 여권의 경제 실정이 보수층을 다시 한국당으로 결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두 달 전 한국당과 지금 한국당은 달라진 것이 없다. 떠오를 만한 리더도 없는 상태”라며 “다만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데 청와대는 북한 이슈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니 국민으로서는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 교수는 “IMF 경제위기 이래 체감경기가 최악이기에 반사효과를 확실히 받는다면 한국당 지지율이 30%대 후반까지 나와야 한다”며 “국민이 여전히 한국당을 대안 정당으로 충분히 믿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② 여권의 내홍=여권이 최근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조국 민정수석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한국당은 상대적으로 위기 이슈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속된 말로 야당은 ‘자살골만 안 넣으면 지지율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며 “돌출 언행을 했던 홍준표 전 대표 같은 인사가 무대에서 빠져 있는 것도 한국당으로선 나쁘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정권을 되찾아 온 일본 자민당 인사도 ‘가장 중요한 건 실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 지지 의사를 밝히기조차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김병준 비대위 체제 이후엔 최소한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관리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③ 박근혜 이슈 약화=한국당 상승 동력 중 하나로 박 전 대통령 이슈 약화도 꼽혔다. 한국당 관계자는 “시중에선 이제 약자가 된 ‘박근혜’에 대해 예전만큼 큰 관심이 없다”며 “한국당이 이제 ‘탄핵풍’의 충격에서 조금씩 회복되는 중”이라고 봤다. 최근 김무성 의원 등이 주도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재판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준한 교수는 “한국당이 행여 상황을 오인해 다시 ‘박근혜’를 상수로 내세워 원내대표 선거나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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