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일·가정 양립? 미셸 "개똥같은 소리"

정시행 기자 2018. 12.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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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2인자' 샌드버그의 여성 자기계발서에 원색적 비판
환경보다 개인노력 강조한것 난타, 여성계 "정확·솔직한 지적" 열광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다고? 동시에? 에이, 거짓말이죠. 일에 몰두하면(lean in) 다 된다는 개똥 같은 소리(that shit)는 현실에선 작동 안 돼요."

첫 자서전을 내고 전국 북투어 중인 미셸 오바마(54)가 지난 1일 뉴욕 브루클린의 간담회에서 내뱉은 말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2인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49)가 낸 여성 자기계발서 '린인(Lean In)'이 화제에 오르자 "결혼은 평등하지 않다. 직장도 마찬가지"라며 욕설에 준하는 비속어로 비판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디언 등은 이 발언을 's***'으로 모자이크 처리하면서도 "정확하고 솔직한 지적"이라 거들고, 여성들은 "이 말을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싶다"며 열광하고 있다.

왜 '린인'이 난타당할까. 이 책은 2013년 실리콘밸리에서 '저커버그를 이끈 페이스북의 큰누나'로 이름을 알리던 샌드버그가 쓰고 미 여성계 대모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추천사를 쓴 블록버스터급 페미니즘 서적이다. 여성이 각계 유리천장을 못 뚫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여성의 성공이 조직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담았다. '린인'은 회의석상에서 뒤로 물러앉지 말고 '앞으로 기울이라', 즉 조직 내 의사 결정과 승진 경쟁에 적극 뛰어들라는 뜻이다.

특히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에 재무부 관료, 구글과 페이스북 임원을 거친 엘리트 여성인 샌드버그가 후배들에게 성공 비법을 전수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낳았다. 책은 400만 부 넘게 팔렸고 샌드버그는 민주당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됐다.

문제는 '린인'이 지나치게 여성 개인의 의지와 역량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샌드버그는 책에서 '남자 친구도 없는데 지레 일·가정 양립부터 걱정하는 여직원'이나 '직장에서 부딪쳐 보지도 않고 엄마 오리 찾듯 여자 멘토를 찾는 후배'를 흉봤고, "협조적인 배우자를 만나 가사를 분담시켜라" "새벽 5시 이메일 체크로 업무를 시작하고, 오후 5시 집에 와 아이들과 놀다가 밤 9시에 업무 복귀한다" 같은 경험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학계·여성계 등에선 "천문학적 연봉으로 보모·기사·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는 극소수에게나 가능한 이야기"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기업·가정의 구조적 문제는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출산 휴가나 보육 지원조차 법제화돼 있지 않은 미국에서 일·가정 양립은 하버드대를 나온 변호사(미셸 오바마)에게도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엔 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출과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몸통으로 샌드버그가 지목되면서 '린인'까지 거의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샌드버그가 2017년 페이스북이 가짜 계정에 뚫렸다는 사실을 브리핑한 임원에게 '안에다 총질하느냐'며 노발대발했다" "민주당과 가까운 척하면서 트럼프 측 컨설팅사에 일거리를 맡겨 보험을 들었다" "페이스북 탈퇴 운동의 배후라며 조지 소로스 뒷조사를 지시했다"는 기사를 연속으로 냈다. 명백한 위법이라기보단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내용들이다.

언론들은 "이런 비열한 조직 이기주의가 '린인'이었나"(애틀랜틱) "페미니즘이 부패와 결탁한 재앙적 사건"(배너티페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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