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뒤 장거리 미사일 기지 건설", 당국 "지속적으로 감시한 곳"
CSIS '미신고 기지' 보고서 이후 공개 파장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강도 영저리 기지 인근에 새로운 장거리 미사일 기지 건설을 진행 중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연구소가 플래닛, 구글어스 등 인공위성 사진들을 분석한 보고서가 근거다. 우리 군 당국도 6일 "두 곳 모두 한·미 감시대상에 포함돼 있다"면서 "회정리(Hoejung-ri) 기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기지로 추정된다"고 확인했다.
CNN·NPR 등에 따르면 새로운 기지는 북한이 1999년 건설한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 기지로부터 7마일(11㎞) 떨어진 곳에 요새화된 지하 벙커 및 터널 등 거대한 지하시설로 건설 중이다. 기존 영저리 기지 확장 공사와 별도로 인근 회정리에 지난해부터 싱가포르 회담 이후 8월까지 거대한 지하시설 공사가 인공사진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회정리 기지는 골짜기 입구에 사령부인 행정건물이 있고 도로를 따라 장거리미사일 운반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한 쌍의 요새화된 지하 대피벙커 시설이 있다. 지하 대피벙커는 2010년 즈음에 건설됐다. 안쪽으로 다섯 개의 지하터널 입구가 있으며 새로운 터널 공사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11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이 비밀리에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CSIS는 북한의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기지가 삭간몰 외에도 양강도와 자강도, 그리고 함남 상남리의 지하기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지는 이 중 양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륙 산악지역에 있는 것으로 소개된 '영저동' 기지는 앞서 국내 및 미국 언론에서 '영저리' 기지로 소개해온 곳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999년 7월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 북한이 중국 국경에서 12마일(약 20km) 떨어진 영저리 산악지역에 대포동 1,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 중이라고 처음 보도했다. 같은 해 10월 한국 군 당국도 영저리, 황해북도 삭간몰 등 6곳에서 북한이 스커드미사일 기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로긴 미 국방부 대변인은 영저리·회정리 두 곳 기지가 ICBM 기지가 맞는지에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우리는 북한의 활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만 정보 사항과 관련해선 논평할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대신 정부 소식통은 "양강도 영저리, 회정리 두 곳 모두 한·미가 지속적으로 감시·관찰해오던 곳"이라고 말했다. 두 곳 중 새로운 영저리 기지는 처음부터 북한이 ICBM 기지로 건설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ICBM인 북한 화성 14·15형의 이동식발사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도로·교량 확장공사가 파악됐다고 한다. 오래된 영저리 기지는 과거엔 노동미사일 기지였으나 최근 다른 탄도 미사일 기지로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군당국은 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CSIS 보고서의 미신고 기지 문제와 관련 “비정상적인 일(out of the normal)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관련한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활동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것이 북·미 정상회담 때 논의됐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연례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아직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준수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정상회담을 하면 생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에 2차 회담 성사를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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