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넘어 대권까지?..지지율 상승에 '여니 대망론'

2018. 12. 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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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이정애의 정정당당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낙연, 황교안 오차범위 내 앞선 15.1%
여야 12명 중 1위..꾸준한 지지율 상승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서울 독산동 남문시장을 방문해 만두를 먹고 있다. 이낙연 총리 페이스북

“힘내세요. 자영업을 돕겠습니다.”

지난 1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페이스북에는 이런 글과 함께 서울 독산동 남문시장을 찾은 이 총리의 사진들이 올라왔다. 누비 점퍼에 자줏빛 목도리를 두른 이 총리는 사진 속에서 선 채로 만두를 먹고, 칼국수를 앞에 놓은 채 상인들의 얘기에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10월부터 토요일을 활용해 서울 남대문 시장, 경동시장 그리고 대전 유성 오일장 등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비공개 일정을 이어왔다. 총리실 관계자는 “서울 모래내 시장 방문 등 연말까지 한 두 차례 이런 일정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의 잦아진 재래시장 발걸음을 두고 총리실에선 “현장 소통을 강화해 민심을 파악하고, 서민경제를 챙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이 총리가 드디어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거는 것”이란 해석이 분분하다.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서 여야 합쳐 1위

21년 경력의 기자, 4선 의원(16~19대), 5번의 대변인, 그리고 전남도지사. 정무감각에 행정 능력까지 갖춘 18년 정치 경력의 백전노장이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될 거라 예측했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터다.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쟁쟁한 후보들에 밀려, 후보 리스트에도 이름도 올리지 못 했던 그다. 하지만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여야 주요 정치인 12명을 대상으로 여야 통합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해 4일 발표한 결과(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를 보면, 이 총리는 15.1%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9월 조사에서 처음으로 여권 주자 중 1위로 올라온 데 이어 벌써 세번째 1위다. 처음으로 여야 후보를 함께 섞어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이 총리는 야권 후보인 황교안 전 총리(12.9%)를 오차 범위 내로 앞서고 있다. 황 전 총리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8.7%)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7%, 공동 4위),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6.9%, 공동 6위),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5.9%) 순으로 뒤따르고 있다. 이 총리의 지지율은 6·13 지방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더불어민주당의 ‘잠룡들’이 저마다의 ‘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무주공산 상태에서, 이 총리 홀로 안정적 지지세를 구축해가는 모양새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리얼미터 누리집

커져가는 ‘대망론’에 대해“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을 보필해야 할 처지에 자기 영업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안되는 것”(지난달 17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나와 한 발언)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이 총리 주변에 이른바 ‘대통령 만드는 조직들’이 자발적으로 붙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지지율이 높다고 이런 조직들이 붙는 게 아니다. 이 총리가 실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꾼’들이 이 총리에게서 본 가능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다.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진 ‘문심’을 얻어야, 여권의 차기 대권 경쟁 가도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 시점을 딱 꼽을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에서 ‘이 총리는 역대 총리 중 일을 많이 하는데,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이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대통령 전용기까지 내어주며 “총리가 정상회담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외교부가 적극 활용해주기 바란다”고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특히 지난 개각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을 천거해 관철시킨 것은,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진짜 ‘책임총리’로 인증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내각 ‘군기반장’ 역할 톡톡히 해내며
문재인 대통령 ‘두터운 신임’ 기반
민주당 지지층서 ‘여니’ 애칭도 얻어

재래시장 방문·경제인 잇딴 만남 눈길
“경제서 성과내면 미래 있다” 기대 속
“대통령 만드는 조직 붙었다” 소문도
“당내 기반 부족…자기사람 없다” 극복 과제로

문 대통령과 이 총리는 지역적 기반(문 대통령은 부산, 이 총리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이나 정치적 경로가 다르다. 이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냈지만,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하는 대신 ‘꼬마 민주당’에 머물렀다. 이 총리 스스로도 “비문이었다”고 할 정도의 거리감이 있었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신임하게 된 건, 문 대통령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오랜 국회 경험으로 정무 감각을 갖춘데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에겐 없는 행정 경험까지 갖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20대 총선 당시, 호남에서의 낮은 지지율과 국민의당 바람으로 문 대통령이 고전할 때 전남도지사였던 이 총리가 물밑에서 드러나지 않게 힘을 보탰다는 건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총리로 낙점됐다는 얘기도 있다. 총리 취임 이후엔 남북관계 등 외교 문제에 치중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대신해, 이 총리가 똑소리나게 내각을 운영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는 평가다.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논리적이면서도 순발력 있는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며 호감을 쌓은데 이어, ‘일 잘하는 내각의 총리’라는 인증까지 받고 있으니, 차기 대선 주자가 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며 애정을 보내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지난달 <문화방송>의 ‘100분 토론’에 출연해 ‘다음 대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X’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방송화면 갈무리

“총리의 경제 행보를 주목하라”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여건 속에서 “총리의 ‘경제 행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취임 이후 ‘군기 반장’ 소리까지 들을 정도의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부처 장관들을 이끌어왔지만, 정작 경제 문제에선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경제는‘김동연-장하성 투톱 체제’에 맡기고, 깊게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 지표 악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이 총리의 경제 행보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재래시장 방문도 일종의 ‘서민 경제 챙기기’의 하나다. 이 총리는 지난 10월29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손경식 회장 등 한국경제인총협회 회장단과 지방경총 회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 16일에는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과 15개 시중·국책은행의 은행장들과 ‘막걸리 회동’을 하는 등 경제인들과의 만남 빈도수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17개월 동안 손발을 맞춰온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부총리로 지명된 이후, 게임업계 관계자들과의 오찬(11월28일), 중견기업인연합회 지도부 만찬(12월4일), 구미 경제인 간담회(5일) 등 경제인들과의 만남에 가속이 붙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대기업 관계자의 만남은 물론 경제계 쪽과의 만남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이 총리가 추천한 홍남기 부총리가 경제 문제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내보이면, 이 총리의 대선 가도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정부가 올해 이런저런 경제 정책을 많이 내놔, 내년에는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 총리가 경제 영역에서 성과를 내면 차기 구도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대와 달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총리가 추천한 부총리’란 훈장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낙연 총리가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겨레> 자료사진

게다가 2022년 대선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았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대선이 3년 가까이 남았는데, 일찍부터 지지율이 오르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만큼 보는 눈이 많아져, 사소한 것에도 꼬투리 잡히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현재 지지율엔 ‘달빛(문 대통령) 후광 효과’가 반영돼 있는 만큼, 그 사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이 총리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할 수도 있다. 그 사이,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잠룡’이 어디선가 부상할 수도 있다.

“주변에 사람 없다”는 평가는 아킬레스건

이런 가운데, 확실한 지지세력이 없다는 것은 이 총리에게 큰 아킬레스건이다. 이 총리에 대해 나오는 평가 중 가장 부정적인 것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완벽주의자·워커홀릭이란 소리를 듣는 이 총리는 일을 못 하는 직원에겐 엄청 냉정하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호통은 기본, 총리실 국·실장들이 이 총리에게 조금이라도 ‘덜 깨지기’ 위해 ‘지금 들어가면 괜찮다”는 의전비서관의 신호가 떨어질 때 우르르 결재를 받으러 간다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치인은 사람이 자산인데, 이 총리는 곁에 사람이 없어 대통령되긴 힘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친노-친문 세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총리는 이 세력의 ‘적자’도 아니다. 민주당 안에선 이미 당을 떠난 손학규계 의원 몇 명을 제외하면, 이 총리의 사람이라고 할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 결집력 강한 친문이 뭉쳐 김경수 지사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자기 세력을 밀 경우, 이 총리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다. 다만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기회라면 기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문, 더 거슬러 올라가 친노들은 특정한 개인을 정해놓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 총리가 ‘이길 사람’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서면 바람이 부는 건 금방”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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