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르네상스는 '중국 착시'..올해 첫삽 뜬 건 전세계 2기뿐

2018. 12. 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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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건설비, 긴 공사기간..
원전 산업 20년 넘게 정체 수준
2010년 이후 연 50~68기 짓지만
대부분 지연 물량..신규 한자릿수

원전 르네상스는 '중국 착시'
중국이 건설 물량의 44% 차지
그마저 최근 2년간 추가 없어
세계적으로는 탈원전 추세 뚜렷

원전 제로시대 오나
2030년 413기 중 152기 가동중단
2063년엔 모두 수명 다해
"지금 추세라면 쇠락의 길 분명"
원전 산업 내리막길만 남았다. (그래픽_장은영)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1976년 정점을 찍고 급감한 뒤 지난 20년간 정체되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년간 착공에 들어간 원전 가운데 44%를 점유한 중국을 제외하면, 전세계 원전 산업의 쇠락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재 추세대로면 2063년 ‘원전 제로(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과 잦은 건설 지연, 사용후핵연료 처리 및 폐로 비용 증가 등으로 경제성이 낮아진 데 따른 결과다.

6일 발표된, 국제 에너지·핵 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가 동료 10명과 함께 펴낸 ‘2018년 세계 원전산업 동향’ 보고서(WNISR)를 보면, 원전 건설 사업의 전성기는 1970∼1980년대로 그 뒤로는 쇠락과 정체를 거듭했다. 건설 중인 원전 개수는 1980년 234기(이 중 48기 중단)로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 7월1일 기준으로 50기까지 줄어들었다.

다만, 매년 50기 이하로 건설 중이던 1995∼2000년과 달리 2010년 이후 건설 중 원전이 50∼68기로 늘어난다. 원전업계 등이 ‘르네상스가 온다’고 주장했던 배경이다. 이는 원전 건설이 5∼6년 걸리는데다 상당수 사업이 계획보다 지연된 결과로 풀이된다. 예컨대, 현재 건설 중인 50기 가운데는 1985년 슬로바키아에서 착공한 원전도 있다. 2004년 인도에서, 2005년 핀란드에서, 2007년 프랑스·일본에서 삽을 뜬 원전이 아직도 건설 중이다. 중국에서도 현재 건설 중인 16기 가운데 절반이 지연되고 있다. 건설이 오래 지연되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빈발한다. 1951년부터 지금까지 착공된 원전 762기 중 12%(94기)가 실제로 중단됐다.

신규 원전 건설 현황을 제대로 보려면, 연도별로 건설이 ‘시작’된 원전 개수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 ‘개시’ 원전 수를 기준으로 보면 정점은 1976년이었다. 그해에만 44기(22기 중단)가 건설에 들어갔다. 이후 건설 개시 원전은 계속 줄어들다가 2007년부터 조금씩 다시 늘어 2010년 15기로 집계된다. 그 뒤 2013년 10기, 2015년 8기, 올해 중반 2기로 거의 바닥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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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 중국 요인으로 부풀려진 것이다. 원전 42기를 보유한 세계 3위 원전 보유국인 중국은 ‘2020년까지 130기, 2030년까지 300기’를 목표로 내걸고 물량 공세 중이다. 당장 올해 건설 중인 50기 가운데 16기(32%)가 중국 원전이다. 기간을 20년(1998∼2017년)으로 늘려놓고 봐도, 건설 개시 원전 114기 가운데 51기(44%)가 중국 것이다. 3년 연속 전세계 원전 발전량 또한 중국을 포함하면 증가 추세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감소 추이가 뚜렷하다. 지난해의 경우 전세계 원전 발전량은 26TWh(1%) 증가했는데, 중국의 증가폭은 35TWh(18%)여서 중국을 제외하면 9TWh 감소한 셈이다.

다만 중국도 원전 건설 여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원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 위원 등은 보고서에서 “중국에서는 전력수요 증가 둔화, 풍력·태양광의 급속한 발전, 석탄화력발전소의 과도한 건설 등으로 원전 추가 건설 수요가 이미 상당히 감소했다”며 “이미 신규 원전 계획이 준비 단계에서 취소되고 일부 건설 중 원전은 지연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은 2016년 2월 이후로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 산업이 예전 같지 않으면 원전 수는 단계적으로 줄어들다가 ‘원전 제로’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현재 운영 중인 원전과 건설 중인 원전의 ‘평균’ 수명을 전세계 대다수 원전의 설계수명인 40년으로 두고, 현재까지 허가된 ‘연장 수명’까지만 포함해서 계산한 결과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1기, 2021∼2030년 151기가 순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152기면 올 7월 기준 전세계 가동 중 원전 수(413기)의 37%에 이르는 규모다. 보고서는 이어 2030∼2040년 90기, 2041∼2050년 64기가 순감한 뒤 2063년께 ‘원전 제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국에서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설계수명이 예외적으로 60년이라 이론상 2070년대까지 가동될 수는 있다.

보고서 주저자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미국 등에서는 운영 중인 원전들이 경제성 문제로 조기 폐쇄됐고 전세계적으로 신규 프로젝트 상당수가 건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거나 건설 중 중단되고 있어 원전의 경제성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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