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골든타임 지켜라" 달려와도..응급실 문전서 '하세월'

남재현 입력 2018.12.06. 20:37 수정 2018.12.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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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다급한 외침의 사이렌을 켜고 곡예 운전까지 하면서 달리는 119구급차를 보면 길을 내주면서까지 환자가 빨리 응급실에 도착하길 바라기 마련이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렇게 도착한 일부 병원의 응급실이 정작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서 마냥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찌 된 사정인지 남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

119구급차가 석 대나 서 있습니다.

대기실로 들어가 봤더니 환자보다 대기 중인 구급대원이 더 많습니다.

의료진이 인수인계 사인을 해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구급대원]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한 20분 정도요."

의료진이 중증이라고 판단하면 바로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지만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는 응급실이 받아줄 때까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송희수/구급대원] "인계를 받을 때까지 (의사나 간호사) 사인을 받기 전까지 계속 대기를 하고 있어야죠."

한 구급대원의 활동 일지입니다.

출동에서 병원 도착까지는 30분 남짓 걸렸는데 병원에서 소방서로 돌아오는 건 1시간 40분이나 소요됐습니다.

구급대원들은 보통 짧게는 30~40분, 길게는 1시간 넘게 병원에서 발목이 잡힌다고 말합니다.

대기시간이 길다고 소문난 병원에 이유를 물었더니 응급환자가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합니다.

[병원 관계자] "있는 자원 가지고 최대한 빨리 중한 환자들한테 의료자원을 공급을 해야되니까. 저희도 나름대로 노력을 안하는 건 아닌데. 서로 간에 다 만족스럽게 가기는 힘들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응급실 병상이 비어있을 때 조차 환자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급대원] "병상이 5자리가 있는데 왜 안 내주시냐 했는데, 다른 얘기는 안 하시고요. 보안요원한테 (출입) 저지를 시키더라고요."

119구급대원 내부게시판에는 주로 국공립의료원과 일부 사설병원에서 불친절을 넘어 막무가내로 대기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하소연이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심지어 구급대원에게 술에 취한 환자 접수를 대신하라는 병원도 있는데, 술이 깬 환자가 왜 접수를 대신했느냐며 항의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병원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다른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구급대원]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저희 관내에서 바로 나가야 하거든요. 안 그러면 다른 관내에서 오게 되면 거리가 멀기 때문에…"

현행법상 구급대원은 의료진에게 환자 인수인계 사인만 받게 돼 있습니다.

병원이 별 이유 없이 인수인계를 마냥 늦춰도 구조활동 방해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 "응급실 도착시각과 함께 인수인계 시간을 명확하게 기록하고, 인수인계가 늦어질 경우에는 그 사유를 일지에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1분 1초가 생사를 가르는 응급구조 현장.

불필요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남재현 기자 (now@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