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성(父姓) 폐지 추진에.."가부장제 균열" vs "안 바뀔 것"

손정빈 2018. 12. 8. 09:3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녀 성, 부모 합의로 결정하는 법 개정 추진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제 무너져 남녀 평등"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받아"
"실질적인 변화 있을까" 회의적인 시선들도
"협의해도 결국 父 성 따르는 문화 지속될 것"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 부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018.12.0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사건팀 = 정부가 7일 자녀 성(姓)을 결정할 때 부성(父姓)이 아닌 부모 협의를 원칙으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여성계를 포함해 많은 시민들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전진하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오랜 세월 유지되고 고착된 문화가 실질적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예상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확정·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아동이 차별없이 보호받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비혼 출산·양육에 차별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법제 개선을 추진한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자녀 성 결정을 아버지 성 우선원칙에서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하고, 협의시점을 혼인신고 시에서 출생신고 시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제에 균열 낼 듯"

직장인 임모(27·여)씨는 "선언적으로 큰 의미가 있고, 남녀평등 관점에서도 큰 발전"이라고 환영했다.

직장인 신모(35·남)씨도 "올해 우리 사회 가장 큰 이슈는 페미니즘이었는데, 페미니즘이 단순히 이슈가 아니라 이렇게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윤김 교수는 "아버지 성을 따른다는 건 이른바 '아들 선호 사상'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부계 혈통 중심으로 이어지는 가족 구성 형태, 전통적인 제례 의식의 적법한 계승자로 여겨졌다"며 "상주가 반드시 남자여야 한다는 것도 아버지 성씨를 물려줄 수 있는 아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족 제도 안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부계중심성에 대한 재고찰이 가능하게 됐다"며 "여성 혹은 어머니의 목소리와 권위를 부여하는, 평등한 가족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어머니의 역할 뿐만 아니라 딸의 위상도 달라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시집 가면 끝'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윤김 교수는 성 결정을 혼인신고가 아닌 출생신고 시점으로 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머니 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실효성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 부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018.12.07. photocdj@newsis.com

◇"다양한 형태 가족이 있으니 당연히 바뀌어야"

이 문제를 남녀 평등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문화·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의미에서 반색하는 반응도 있다.

최진미 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요즘 미혼모 등 엄마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이 많다"며 "아버지가 꼭 존재하는 전통적인 모습의 가족만 있는 게 아니기에 진작 바뀌었어야 했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이 남성에게 편입됐던 기존의 가부장적인 사회 질서를 벗어나서 한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민모(26·여)씨 또한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 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되니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이모(27·여)씨는 "외국도 그렇고 이제 우리나라에도 동거 커플이 생기고 있지 않나"라며 "결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누구와 관계를 맺고 사는지가 중요한 사회이니까 성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옳은 방향의 법 개정"이라고 봤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김상희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2.07. photocdj@newsis.com

◇"실질적인 변화 있을까?"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정부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부계 성씨 계승'이 실질적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대학생 유모(21·남)씨는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하면서도 "협의가 가능하다고 해도 일반적인 기준에서 결국은 아버지 성을 따르는 문화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승옥(56·여)씨는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두 성을 함께 써야 의미있는 변화가 아니겠느냐"며 "한 쪽 성만 써야 한다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남)씨는 "한부모 가정 등 개인사를 배려하는 좋은 제도"라면서도 "다만 오히려 아버지 성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jb@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