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선망 꽉 잡은 화웨이, 2인자 체포 불똥 튀나
LGU+, 화웨이 5G장비 도입 계약
보안 이슈에 기술·가격 우위 퇴색
미·중 분쟁 여파로 전망 불투명
화웨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인 런정페이(任正非)에 의해 1987년 설립됐다. 이번에 체포된 멍 부회장은 런 회장의 딸이다. 화웨이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6036억 위안(약 101조원)이었다. 지난 2014년 2882억 위안(약 47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런 회장은 “2020년 매출 1조 위안(약 163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은 18만 명, 연구개발 인력이 8만여 명에 이른다. 최근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분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매출의 15%를 쏟아붓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중남미·인도 등 주변부 시장부터 잠식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화웨이의 통신장비 분야 시장 점유율은 22%로 세계 1위다.
국내에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등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것인가가 이슈가 됐다. 삼성전자와 에릭슨·노키아·화웨이가 10조원대 5G 장비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화웨이가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업계에는 화웨이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뛰어나다고 알려졌지만 보안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이때마다 화웨이는 “전 세계 170여 국에서 한 번도 문제제기를 받은 적이 없다”, “한국 정부의 검증 요구에 따르겠다”는 등의 입장을 밝혔다. 결국 LG유플러스만 화웨이의 장비를 선택했다.
다만 서울 용산이나 경기도 평택·동두천·용인 일부 지역 등 주한 미군 주둔지역에는 화웨이 장비가 설치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해당 지역에는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설치하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는 4G 때와 마찬가지로, 당시 주한 미군 중 1만 명 가까운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서비스를 해지하고 다른 이통사로 갈아타는 소동도 빚어졌다.
LG유플러스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계약을 이미 체결하기도 했거니와, 현재 5G 서비스는 4세대와 시스템이 연동되는 형태(NSA)라 화웨이 장비를 무조건 걷어낼 수도 없는 처지다. 하지만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일본 등에서 잇달아 ‘화웨이 배제’ 방침을 발표하고, 국내에서도 ‘우리 정보가 빼돌려질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부담스럽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럴 때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이렇게 무선 사업에서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유선 인프라, 특히 광전송 장비 분야에서는 화웨이의 국내 입지는 탄탄하다. 유선망 사업에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모두 화웨이의 고객이다. 화웨이는 또한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고성능 전국망 구축,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백본망 사업 등을 수주했다. 지난달엔 KT와 함께 전국 6200여 개의 농협중앙회·단위농협·축협 영업점을 연결하는 전용망에 전송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5년간 1200억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삼성SDS·현대자동차·네이버 등도 화웨이의 주요한 고객이다. 이밖에 스마트폰·태블릿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워낙 국내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화웨이는 국내에서 유한회사 형태로 법인을 설립해 경영 실적과 인력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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