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271억, 김성태 568억..'실세 예산' 어떻게 살아남나
김경희 2018. 12. 9. 16:13
지난 8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9년도 예산안은 ‘최장 지각’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엿새 늦은 처리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가장 많이 넘긴 것이다. 정작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9265억원밖에 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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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줄고 뭐가 늘었나
내년 예산은 469조575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470조5000억원)보다 약 5조 2000억원이 감액되고 약 4조 2000억원이 증액됐다. 보건ㆍ복지ㆍ고용 예산이 1조 2000억원 줄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조 2000억원 늘어난 게 가장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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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예산’ 규모는
각 당 대표ㆍ원내대표 등 지도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간사 등 이른바 ‘실세’들의 예산이 불어나는 관행도 여전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에서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 253억원이 증액됐다. 이 대표는 국립세종의사당 건립비 10억원, 세종 산업기술단지 조성사업비 5억원, 세종 지역의 위험도로 구조개선비 3억1300만원 등 각종 지역구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총 271억1300만원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서울 강서을)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예산 500억원가량을 서울시 예산에 넣는 식으로 ‘우회 증액’ 했다. 또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김포공항 부지 내 국립항공박물관 건립ㆍ운영에 관한 예산 명목으로 60억3800만원을 증액시켰다. 김포공항 주변 고도 제한 완화 용역비 5억원, 김 원내대표가 제정을 촉구한 ‘해외 건설인의 날’에 대한 예산 3억원도 증액심사 과정에서 추가됐다. 총 568억3800만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인천 중ㆍ동ㆍ강화ㆍ옹진)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7700만원, 계양~강화 구간 고속도로 조사설계비 10억원, 무의도 휴양림 조성비 10억원, 인천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비 10억원 등 도합 58억7300만원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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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어도 반복되는 관행
◆욕먹어도 반복되는 관행
국회에서 예산안 감액 심사는 언론에 공개되지만, 증액 심사는 철저히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의원들이 각종 민원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국회 관계자는 “‘짬짬이 예산’ ‘밀실 예산 심사’ 관행을 없애려면 모든 과정을 다 언론에 공개하거나 최소한 속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연봉이 1.8% 인상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공무원 평균 인상률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연봉 셀프 인상 중단' 청원이 올라와 14만 명(9일 오후 7시 현재)의 동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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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서 밀리는 비교섭단체
◆힘에서 밀리는 비교섭단체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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