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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축구'에 막힌 유치원 3법의 지난 한달..향후 운명은?

입력 2018. 12. 09. 16:26 수정 2018. 12. 2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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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교육부 관계자들은 자유한국당의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불참’ 소식을 들은 8일 0시30분에야 퇴근했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만 돌아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8일 0시30분,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 회의실 앞.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허탈한 표정으로 텅 빈 회의실을 둘러본 뒤,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의 ‘버티기’ 전략에 가로막혀 결국 법안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① 합의 못 한다며 막판 ‘드러눕기’

정기국회 통과의 ‘마지노선’으로 꼽힌 지난 7일의 긴박한 상황을 먼저 살펴보면 이렇다. 자유한국당이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을 주장하며, 학부모부담금은 처벌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오후 2시 예정됐던 법안소위는 열리지 못했다. 이날 오후 5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교육위 간사들이 모여 ‘담판’에 나섰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 입장을 고려해 학부모부담금을 교육 목적 외로 사용하면, 처벌 조항을 기존의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하는 데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완화했다. 또 법의 시행 시기는 1~2년 유예한다는 새로운 안도 제시했고, 자유한국당은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후 회의 자체를 사실상 거부했다. 자유한국당은 저녁 6시40분 예정된 법안소위에 참석하지 않았고, 김한표 간사는 그 시각 ‘개인행사’에 가 있었다.

조승래 의원 “임재훈 간사님, 식사도 못 하셨네.”

임재훈 의원 “네, 물만 마셨어요.”

조승래 의원 “(자유한국당) 왜 또 안 오셔… 작전회의 하시나.”

박용진 의원 “아니 오지를 않으면 어떡해. 법안 만든다고 한달 기다리게 하고, 회의 때마다 이러면 어떻게 하나.”

그러다 7시10분, 곽상도 의원이 갑자기 들어와 ‘제 할 말’만 하고 가버렸다.

“(국가지원금과 학부모부담금의) 회계 분리하는 내용이 없어서 합의가 되겠습니까. (의원들이 잠깐 앉으라고 하자) 아니요. 단일회계로는 아예 심의할 수가 없고, (학부모부담금의) 처벌규정 만드는 것에 대해 다시 간사들끼리 얘기를 해주시죠.”

자유한국당은 학부모부담금에 처벌 조항을 두는 데 대해 ‘결사반대’라는 것이다. 임재훈 간사가 거의 ‘읍소’하듯 김한표 간사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김한표 간사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제시안을 전혀 엉뚱하게 해석했다. 법 시행 시기를 1~2년 유예하자는 의미를 “1~2년 뒤에 법을 다시 논의하자”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② ‘우기기’ ‘시간끌기’로 보내버린 지난 한달

자유한국당의 이런 ‘침대축구’ 전략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애초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유치원 3법’을 발의한 건 지난 10월23일이다. 이 법의 핵심은 국가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한편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학부모부담금도 부당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자신들의 안과 병합심사를 하자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막혀 11월 한달간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11월9일 법안소위에서는 자유한국당 곽상도·김현아·전희경 의원이 유치원 3법 심사 차례가 다가오자 모두 자리를 비워 논의가 미뤄졌고, 같은 달 12일에는 자유한국당이 “자체 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우리 당 법안이 나오면 심사하자”고 주장하면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자체 법안을 가지고 오겠다던 자유한국당은 11월28일에도 ‘빈손’으로 회의에 오면서 11월을 그냥 보내야 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사상 초유의 ‘분리 회계’ 주장에 나섰다. 유치원 회계에서 국가지원회계와 따로 학부모부담금은 일반회계로 분리한 뒤, 학부모부담금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3일 법안소위에서 첫 토론이 이뤄졌지만, 자유한국당이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만 강조하면서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바른미래당은 양당 의견을 적절히 수용해 국가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지 않는 대신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교비를 교육목적 외에 사용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당시에도 “이를 검토해보겠다”던 자유한국당은 이날 밤 9시30분 예정된 회의에 불참을 통보했다. 겨우 지난 6일 오전 법안소위가 다시 열렸지만, 견해차만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지난 7일 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 회의실이 텅 비어 있다.

③ 12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은?

결국 지난 7일 교육위 법안소위 문턱마저 넘지 못하면서 여야가 합의문까지 작성한 유치원 3법 정기국회 처리는 무산됐다. 물론 남은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여야가 1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하면, 이때 유치원 3법 처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법안소위 문턱을 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7일 밤 9시30분, 임재훈 바른미래당 간사는 ‘홀로’ 법안소위 회의실을 꿋꿋하게 지켰다. 그는 애가 타는 듯 이미 여러차례 김한표 자유한국당 간사에게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했지만, “자꾸 재촉하면 전화를 앞으로 받지 않겠다”는 ‘엄포’만 들었다고 한다. <한겨레>는 이날 밤늦게 본회의장에 들어온 김한표 의원을 붙잡고 물어봤다. 그는 “9시30분에 모이기로 한 얘기는 지어낸 얘기”라고 우기며 “통화하기로 했지만, 내가 목이 아파서 못 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협상에서 나온 중재안은 한국당 법안(학부모부담금 유용 시 행정처분)을 우선 시행해보고 그걸로 부족하면 1~2년 뒤에 형사처벌 여부를 논의하자는 것”이었다며 “합의가 안 되는데, 더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협상 당사자’인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소식을 듣지 못했다. 뒤늦게 언론을 통해 소식을 들은 임재훈 간사와 조승래 간사가 발길을 돌린 것은 이튿날 0시30분이었다.

글·사진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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