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춘 '삼고무' 누구의 것인가

이준호 입력 2018. 12. 9. 20:15 수정 2018. 12. 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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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방 명인의 일부 춤 저작권 놓고 혼돈에 빠진 무용계.. "문화재청이 조정에 나서야"

[오마이뉴스 이준호 기자]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멜론 뮤직어워드'에서 삼고무 퍼포먼스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 영상캡처
 
[기사수정: 10일 오후 1시 50분]

지난 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멜론 뮤직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이 전통춤인 삼고무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삼고무란 북 세 개를 놓고 추는 북춤이다. 이 삼고무를 놓고 무용계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전통 무형문화유산의 사유화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매방 명인의 공동상속인인 배우자 및 딸이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를 저작권 등록을 한 뒤 사위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등록저작권을 양도했고 이 회사가 무용계의 관례를 무시하고 제자 및 전국의 국공립예술단체, 문화학교, 개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회사의 허락을 받고 공연과 교육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청원인은 "선생님의 유작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무형문화유산"이라며 "많은 무용인들이 전승하고, 널리 알려야 할 선생님의 유작을 사유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썼다.

9일 오후 현재 3037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이매방 명인의 창작물" vs. "무용가들이 함께 이룩한 성과"
 
 북 세 개를 놓고 추는 삼고무
ⓒ 조종안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등록 저작권을 갖고 있는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이혁렬 대표는 "한복을 입었다고 해서 다 전통 문화는 아니다"라며 "삼고무 등 저작권 등록한 춤들은 분명히 이매방 선생님의 창작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7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국적으로 많은 무용인이 추는 삼고무는 원작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분별하게 보급돼 원형을 잃어버린 채 민속무용으로 인식되어 왔다"라며 "삼고무가 변질되는 것을 막고 원형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저작권 등록을 했다"라고 말했다. 
 
 삼고무 저작권 등록증
ⓒ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이에 대해 우봉이매방춤보존회 박영애 감사는 "삼고무와 오고무는 승무 외북 가락을 가져온 것인데 이매방 선생님 이전에 임춘앵 선생님이 삼고무를 하셨다"라며 "이렇듯 이매방 류의 전통춤은 특정인의 노력으로 계승·발전 된 것이 아니라 많은 전통무용가들의 노력을 통해 함께 이룩한 성과"라고 주장했다.

박 감사는 이어 "혹독한 과정을 거쳐 선생님의 제자가 된 사람들이 춤을 변질하겠나, 변질이라는 것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우리는 변형하고 재창조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원형 보존을 명목으로 저작권료를 받으려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는 국립무용단의 2018 향연(The Banquet) 공연 중 오고무에 대한 저작권료 명목으로 공연 회당 300만 원(총 3회 900만 원)을 요구했다"라고 한다. 

국립무용단 이양희 공연기획부장은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저작권료를 요구했다, 독자적인 창작물로서 저작권 대상인지 우리가 판단할 수 없어 저작권료 지급여부는 보류한 상태"라며 "전통춤이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지 무용계 전체가 정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혁렬 대표는 이에 대해 "저작권료를 요구한 게 아니라 창작물임을 밝히지 않을 경우 소송까지 갈 수 있고 이 경우 소송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국립무용단이 창작임을 인정해서 저작권료가 얼마인지 물어온 것이고 회당 300만 원이 아니라 공연당 300만 원이었다"라고 반박했다.

삼고무 저작권 등록과 관련해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는 저작권 등록을 신청한 저작물이 저작물로서 요건을 갖췄는지 최소한의 판단만 한다"라며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저작물인지는 법원이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창작이 가미되면 저작권 발생... 권리는 제한적으로 행사하도록 해야"   
 
 1950년대에 삼고무를 추는 우봉 이매방
ⓒ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전통문화 기반 저작물의 창작성을 연구해 온 이철남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가 된 춤들은 저작물로 보호받을 요건, 즉 저작물성이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의 경계선은 분간이 어렵다, 이매방 선생님이 홀로 한 것도 있고 제자들이 도와서 한 것도 있다"라며 일도양단으로 잘라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와 같은 경계선 긋기의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특히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 분야에서 공동체 내부 동료들 사이의 선긋기는 자칫하면 공동체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과 유사한 판례로 이 교수는 재즈가수 나윤선 소송 건을 들었다. 

'아리랑'을 재즈로 부른 세계적 재즈 가수 나윤선씨가 재즈기타리스트 이아무개씨에게 소송을 당했다. 이씨는 나씨가 자신이 재즈풍으로 편곡한 아리랑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나씨의 손을 들어주며 "아리랑은 대중의 공유 영역에 속한다"라며 "특정인에게 독점되지 않고 누구나 그 표현 형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편곡한 저작물은 독창적인 저작물보다 권리보호 범위가 상대적으로 축소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교수는 "아무리 전통이라도 전통에 기반한 창작이 가미되면 등록하든 안 하든 저작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법원 판결처럼 창작성을 인정하면서도 권리보호 범위는 축소해서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상속인들과 보존회 등 이해 관계자가 함께 모여 이매방 춤의 전승과 보급 확대를 위해 저작권의 라이선스 조건을 어떻게 할지를 합의하여 정해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 등 정부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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