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 역량·성과 낮지 않아.. 제도 개선은 필요" [차 한잔 나누며]
“국가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나름의) 국회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춘순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국회의 내실 있는 예산안 심사를 위해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0월25일쯤부터는 본격 가동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정호 선임기자 |
기자가 국회의 관행이 돼버린 듯한 예산안 늑장처리와 깜깜이 심사, 지역예산 챙기기에 대해 따지듯 묻자 “국회가 각 지역과 정파, 정당 이해, 국가 발전에 대한 관점이 충돌하는 곳이다 보니 문제점만 부각되는 것 같다”며 내놓은 답변이었다. 김 처장은 의원들의 경쟁적인 지역예산 챙기기를 마냥 삐딱하게 쳐다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의원들은 지역 민심이나 요구를 대변해야 한다”며 “상임위에서 감액보다는 증액 요구가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증액보다는 감액 부분을, 또 예결위보다는 각 상임위 심사 내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증액 예산은 기본적으로 민원입니다. 국회의 존재나 속성 자체가 지역 대표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상임위원회가 예산을 깎았다는 것은 그만큼 의원들이 (전체 재정 운용 측면에서) 정말 불요불급하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큽니다.”
국회의 늑장·졸속 예산안 심사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다고 했다. 김 처장이 보기엔 국회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에는 최소 35일이 필요하다. 김 처장은 “경험상 감액심사 대상은 통상 1000건 정도로 열흘쯤 걸리고 증액심사는 5000건이니까 두 달이 소요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늦어도 10월25일에는 예결위가 본격 가동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 처장은 “정기국회 때 국정감사 등 국회가 할 일이 많다보니 예산안 심사가 뒤로 밀린다”며 “지금은 끝나는 날(11월30일)만 정해놨는 데 시작하는 날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깜깜이 심사 논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김 처장은 “정책의 효율성을 따지는 정부 입장과 달리 국회는 정치의 효율성을 따진다”며 “(각 상임위 증·감액 합의사항을 총괄하고 조정하며 소속 정당의 이해도 반영하는) 예결위 간사들과 기획재정부, 예결위 스태프 등 핵심 인력이 집중적으로 모여 심사하는 과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예·결산 심의에 필요한 정보 제공뿐 아니라 국가재정 건전성을 점검하는 것도 예정처 몫이다. 예정처가 중장기(5년, 10년, 30년) 재정·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향후 통일비용 산출과 같은 남북경협·북한경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이유다. 김 처장은 국민연금 논란과 관련해 “덜 내고 더 주는 쪽으로 가면 좋겠지만 그런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며 “정부의 대국민 설득과 국민들의 고통 감내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존폐 논란에 휩싸인 입법고시에 대해선 “국회는 그동안 5급(입법고시)과 8급 공채, 임기제공무원, 연구관 채용 등을 통해 국회 입법과 재정 기능 행사, ‘계층 사다리’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김 처장은 내년 1월 예정처장 임기를 마치면 공직도 떠날 예정이다. “중립의 지대에서 지난 30.5년을 살았습니다. 색깔도 없고, 몰가치적이고, 뜨뜻미지근했을 수 있죠. 그런데 중립을 지켜야만 각 의원이, 여야가, 정부가 우리 의견을 신뢰하고 존중을 합니다. 중립은 우리가 태생적으로 필요한,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그래서 중립의 지대에서 자율의 지대로 옮겨간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분되고 설렙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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