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文대통령 '외교참사설'의 실상

박성준 2018. 12. 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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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 /'총리와 면담' 표기, 체코측 요청 / 정부가 자초한 '원전 세일즈' 논란 / 한·미 약식회담 발표는 '美 혼선'

 지구 한 바퀴를 돈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체코 경유를 놓고 ‘공군 1호기가 평양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에 착륙한 탓에 대북 제재에 걸려 미국 경유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괴이쩍은 주장까지 더해지며 ‘외교 참사설’이 불거졌다. 공군 1호기 제재설은 문 대통령이 9월 초 평양에 다녀온 후 같은 달 다시 뉴욕을 다녀온 점만 짚어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

이처럼 문 대통령 순방에는 ‘혼밥’ 등 의전·결례 시비가 매번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번 3개국 순방 취재를 하면서 오히려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역으로서 한층 더 높아진 우리나라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외교 참사설의 초점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로 가는 중간기착지에 맞춰져 “왜 미국을 거치지 않고 체코에 갔느냐”는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원집정부제인 체코에서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이었고, 총리와의 회동은 정상회담이 아닌 ‘면담’으로 표기해 줄 것을 체코 측이 요청하면서 이 같은 참사설이 생겨났다. 또 체코 방문 목적으로 꼽혔던 대통령의 ‘원전세일즈’ 외교는 과잉 홍보될 경우 훗날 실제 사업 추진 시 계약조건 협상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까닭에 정부가 입조심한 게 ‘원전세일즈 부재론’을 낳았다.

그 결과 외교 참사설은 그럴듯하게 포장됐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로 가는 길을 놓고 정부는 미국 경유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5월과 9월, 올 들어 두 번이나 방미한 상태였다. 또다시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동포간담회 정도만 치르는 것보다는 정상 방문 요청이 있고 시차 피로도 줄일 수 있는 유럽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다시 유럽에서 기착지를 고르자면 지난 9월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덴마크를 순방한 상황에선 “체코가 최선”이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페인도 유력했으나 같은 시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문과 겹쳐 배제됐다. 하필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부재 중이었으나, 독일에서 총리가 실권자이듯 체코 역시 실세인 총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와의 회담을 ‘면담’으로 표기할 것을 체코 측이 요청하면서 일이 꼬였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에게 와인을 권하는가 하면 내내 줄담배를 태우는 기행을 보인 제만 체코 대통령과 바비시 총리가 서로 견제하는 사이여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현지 설명이다.

바비시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보도된 것 이상으로 한국 기업의 체코 원전사업 참여에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고공 플레이’는 훗날 실제 협상에서 우리나라 기업 입지를 좁힐 수도 있고 자칫 국제 경쟁만 촉진할 수도 있어 정부는 일부러 축소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방의 주 목적지인 아르헨티나에선 한·미 정상회담의 격하 시비가 일어났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다자회담장 한쪽에서 따로 잠깐 만나 대화하는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회담)’로 회담 일정을 발표한 탓이다. 하지만 실제 회담은 별도 양자회담장에서 단독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풀 어사이드로 발표한 것은 “백악관 내부 혼선”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며 회담 위상 격하에 대한 우려까지 나왔지만 오히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측이 원한 2일 대신 우리 측이 원한 1일로 회담 일정이 관철되며 미국이 우리를 상당히 배려한 게 사실이다.

마지막 순방지인 뉴질랜드에선 단순 경유로 1박 하려던 일정이 뉴질랜드 측의 강력한 요청에 국빈방문으로 격상되면서 2박으로 늘어났다. 오세아니아에선 항상 호주 다음 차례로 대접받아온 뉴질랜드는 문 대통령이 호주보다 먼저 뉴질랜드만 방문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에선 의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상 국제사회에선 문 대통령을 만나 대화함으로써 세계사적 사건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하려는 각국 정상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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