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알면 기발한 것 안 나와.. 인터넷 검색은 안해요"

최현미 기자 2018. 12. 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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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찾은 日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인생상담’

일본의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45·사진)가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온다)의 인기 속에 한국을 찾았다. 책갈피에 씨앗을 넣고 흙에 묻어 키우면 책이 열리는 책, 달빛 아래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 자라는 책 등 손님이 원하는 책을 척척 내주는 변두리 동네 서점 이야기를 풀어낸 ‘있으려나 서점’은 3개월 만에 3만 권이 팔려나갔다. 어른 독자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그는 ‘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 등으로 어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다. 그는 일상의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을 소재로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상상력을 펼쳐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6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도착 첫날 저녁, 서울 종로구 김영사 사옥에서 정지혜 ‘사적인 서점’ 대표와 함께 ‘있으려나 상담소’를 열었다. 미리 받은 독자들의 고민에 대한 상담이었다. 소심하고, 겁도 걱정도 많고, 세상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어디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는 그는, 그의 책이 그렇듯 따뜻하면서도 기발한 조언을 내놨다. 7일 서울 한 카페에서 연 기자간담회 내용까지 섞어 요시타케 작가의 상담을 재구성했다. 도움을 받으시길.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돼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그 조합은 나밖에 할 수 없다. 즐겁게 드문 조합을 만들어 보라. 그 조합을 3명이 좋아할지 300명이 좋아할지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는가. 도전해 보시길.”

―다들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데 그걸 어떻게 찾나.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이루는 것이 최고라며 ‘내가 참 좋은 이야기를 했군’이라고 자평하겠지만 듣는 사람에겐 잔인한 이야기다. 어렸을 때 좋아하는 것이 뭐냐는 질문이 아주 싫었다. 그래서 나는 좀 다른 길을 찾았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어렵다면 싫어하는 것을 찾아 그걸 빼고 피해 가는 방법이다. 어쨌든 스스로 결정한 거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아서 아버지처럼 안 되겠다며 살았다. 결국 아버지가 많은 가치관을 만들었다. 지금은 굉장히 감사해한다.”

그는 15년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기발한 상상력을 눈여겨본 편집자의 조언으로 시작한 첫 그림책 ‘이게 정말 사과일까’(2013) 작업을 할 때도 좋아하는 것은 총동원하고, 싫어하는 것은 모두 빼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오래 볼 수 있는 도감, 싫어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가르치는 책이다.

―영감은 어떻게 얻나.

“재미있는 것을 보거나 재미있는 생각이 나면 항상 메모한다. 메모를 정리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들도 찾게 된다. 나에게 재미있는 것을 찾다가 다른 사람들까지 재미있게 하면 일이 되고, 돈이 된다.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3명이 되면 재미있는 취미가 되고, 300명, 3000명이 되면 일이 된다.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큰 성공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재미있는 취미 하나는 찾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 해볼 가치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독자가 좋아하는 것이 다를 때 어떻게 하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도대체 사람은 모르겠어’, 그 말밖에 할 수 없다. 그래도 실마리는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몸은 비슷하다. 누구나 부딪히며 소리치고, 배 고프면 힘이 없어진다. 펄펄 끓는 차를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와 다른 사람은 완전히 다르지만 또 완전히 다르지만은 않다는 것을 생각의 축으로 삼는다. 사람들의 취향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을 때 어차피 같은 몸인데, 비슷한 상황에선 비슷한 일이 일어나겠구나 생각한다. 이런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을 실마리로 삼으면 어떻겠는가.”

―익숙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기발하게, 뇌를 말랑말랑하게 훈련하는 법이 따로 있나.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는다. 검색하면 정답은 알 수 있겠지만 재미있고 기발한 것은 나올 수 없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지식이 부족해서다. ‘지식을 늘리지 말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대상을 보지 않고 그린다. 지금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시대니까 무엇을 할까 보다 무엇을 안 할까를 생각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작품이 마음에 안 들 땐 어떻게 하나.

“어쩔 수 없다. 입금되면 땡이다. 다음번에 열심히 하면 된다. 살 날이 많지 않나. 어른이란 참 비겁한 존재라서, 은근슬쩍 넘어갈까 고민할 때 어른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늘 생각하지만 세상엔 내 뜻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내일 엄청 특별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일 아침, 나에게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쯤은 생길 수 있다. 그게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도 있고, 부인을 기쁘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희망이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은 좀 잘 못해도 된다.”

최현미 기자 c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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