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유방에 생긴 종양..'맘모톰 수술'은 불법?

2018. 12. 11.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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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 신청 잇단 반려.."규제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두 번째로 많이 생기는 암종이다. 이런 유방암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의료기기 중 '맘모톰'이란 게 있다. 종양이 의심되는 부위의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탐침으로 조직을 뽑아내 검사하는 것은 물론 3㎝ 이하의 양성종양(혹)을 손쉽게 바로 제거하는 수술까지 할 수 있는 장비다.

원래 특정 회사의 상품명이지만, '진공보조 절제장치'라는 우리말 대신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맘모톰 1회 수술에 드는 비용은 보통 100만원 안팎으로 비싼 편이다. 탐침에 쓰이는 칼날 가격만 개당 30만∼5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고가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맘모톰 수술은 국내에서 18년 이상 사용돼왔다.

무엇보다 양성종양 진단과 동시에 맘모톰 수술로 제거하면, 유방에 뭔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공포를 줄이고, 추적검사를 소홀히 해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으로 꼽힌다.

진공보조 절제장치(맘모톰) [유방암학회 제공]

그런데 이제 돈을 받고 맘모톰 수술을 하면 불법으로 내몰릴 처지가 됐다. 이럴 경우 병원들은 그동안 환자들이 낸 돈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내막을 알려면 '신의료기술'이라는 평가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는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 안전한지, 유효한지 등을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야만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의료기술을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우선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맘모톰 수술은 그동안 진단 목적의 초음파 진료 행위로 간주돼 별도의 신의료기술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에 복지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비급여 및 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은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행위 재분류'에 나섰고, 맘모톰 수술에 대해서도 신의료기술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게 2년 전으로, 해당 평가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의료계는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았다. 맘모톰이 그간 전 세계의 많은 임상 결과 및 논문에서 안정성과 유용성이 검증돼 양성종양 수술에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맘모톰은 미국과 유럽에서 양성종양 절제에 문제없이 쓰이는 것은 물론 일본에서는 급여화가 이뤄져 우리보다 적은 비용으로 맘모톰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첫 번째 반려 이후 두 번째 평가에서도 맘모톰에 대한 신의료기술 신청이 반려됐다.

NECA는 그 이유로 안전성은 수용 가능한 수준이나, 선택된 비교 연구의 수와 표본의 크기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수술 후에도) 남아 있는 병소 비율이 비교적 높게 보고돼 유효성을 입증하기에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맘모톰은 신의료기술을 획득하지 않는 한 앞으로 유방 양성종양 수술에 쓸 수 없을 전망이다. 이는 유방에 양성종양이 발견됐을 때 전신마취를 하고 의사가 직접 칼로 절개하는 과거의 치료법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정부가 강조하는 규제개혁의 큰 틀에서 벗어날뿐더러,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유방외과 전문의는 "현재는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반려돼 진단 목적의 맘모톰만 할 수 있고, 치료 목적의 맘모톰 수술은 불법이 된 상태"라며 "앞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그동안의 의료비를 전액 환수 조치하고, 맘모톰 시술을 시행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불법 진료를 근거로 행정 처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유방암 관련 최대 학술단체인 한국유방암학회는 맘모톰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 만큼 정부가 신의료기술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맘모톰의 원리 [유방암학회 제공]

그러면서도 일부 개원 의원이 무분별하게 맘모톰을 시행하는 부작용은 사실로 인정했다.

취재 결과, 일부 의원에서는 비증식성 병변이나 단순 물혹이어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경과관찰 없이 여러 차례 맘모톰 시술을 하고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맘모톰 절제 수술을 한 달에 100건 이상 시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학회는 "맘모톰이 신의료기술로 적용되면 완전 절제가 된 경우에만 절제술 코드로 인정하면 된다"면서 "반대로 완전 절제가 되지 않은 것을 절제술로 적용해 보험을 청구하는 경우 부당청구로 제재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또 환자가 내는 비용도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학회와 별개로 개원유방갑상선외과의사회도 자정을 위해 맘모톰 수술 행위를 별도로 정의하고 치료지침, 적응증을 만들어 공표할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각 부처가 전례답습주의나 조직편의주의에 빠져서 낡은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는 없는지 되돌아보고 기존 규제를 과감하게 털어내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기자가 취재한 대다수 대학병원 유방외과 교수들은 맘모톰의 유효성이 십수년간에 걸쳐 이미 검증됐다는 유방암학회의 의견을 지지했다. 또 맘모톰 수술을 받은 환자 98%가 그 효과를 인정한다는 조사결과도 제시했다. 이는 '규제혁신'을 외치는 정부가 되레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볼 만한 대목이다. 만약 그동안의 부작용이 문제라면, 또 다른 개선책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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