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러므로 김범수의 기업가 정신

이균성 총괄 에디터 2018. 12. 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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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칼럼] 사회적 타협 배워야

(지디넷코리아=이균성 총괄 에디터)#자기 몸에 불을 지른 택시기사의 기사를 보기 3시간 전에 저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향하여 아래와 같은 칼럼을 쓰고 있었습니다. 25년간 김 의장의 기업가정신이 현재보다 더 훌륭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해왔고, 지금까지도 잘 해왔지만, 딱 한 가지만 더 고친다면 대한민국 기업사에 큰 족적을 남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 최선을 다해 고언하고 싶었죠.

#쓰려했던 칼럼은 아래와 같습니다.(어제는 눈물이 나 더 이상 쓸 수 없어 완성하지 못했고, 그래서 미완성 글입니다.) 원래 큰 제목은 ‘막무가내 카카오, 위험할 수 있다’였고 작은 제목은 ‘존경하는 김범수 의장께’였죠. 혁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이야기와 앞선 자가 뒤쳐진 자를 고민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은 정글이 될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요.

----아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한국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나는 게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사업 아이디어가 특출 나고, 인수합병(M&A)에 밝으며, 기술 이해도도 높아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투자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주한테 투자받은 자금의 두 배 이상 받고도 남을 수 있다. 카카오가 미국 회사가 아닌 게 아쉽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 의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같은 듯 많이 다르다. 동시대에 같은 대학을 나왔고 첫 직장이 같았으며 따로 창업했지만 한때나마 같은 회사를 공동으로 운영했다. 둘 다 50평생에 수많은 사람을 만났을 터이지만 그 둘은 가장 가깝고 서로 많은 것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한국 벤처 업계에 이들 만한 호적수가 없는 것. 왜냐면, 아직도 이 두 창업자는 한국 IT산업의 핵심 존재기 때문이다.

#둘 중에 김 의장의 경우 한국보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은 김 의장이 한국에 대해 이해도가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기술 혹은 아이디어 혁신으로 스타트업을 할 때 기득권자들의 반발을 사는 일이 드물다. 상용서비스가 시작되고 상당한 규모의 가입자를 끌어 모을 때까지 심한 반발을 불러오는 사례는 진짜로 찾아보기 힘들다.

#더 매력적인 것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기술의 독보성과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성만 입증할 수 있다면 새로운 투자를 계속 끌어 모을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매진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은 대한민국 체제와 문화를 미국으로 바꾸어라 주장한다.

#문제는 여기가 한국이라는 데 있다. 미국처럼 돈도 없고 글로벌 언어도 아니며 시장도 작고 원래 가진 것도 없다. 그 없었던 걸 있게 만들도록 혁신해야 한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기업 규모에 따라 사회적 책임과 메시지는 달라져야 한다. 반도체 부품 중견 기업과 삼성전자에 대해 사회는 똑같은 방식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왜?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크면 작은 것을 품어야만 한다.

#김 의장과 이 창업자는 동년배지만 이 창업자가 피눈물을 흘리며 10년 전에 깨달은 것을 김 의장은 아직도 모른다. 그건 타고난 성격 탓이 아니다. 그건 자리 탓이다. 김 의장은 늘 혁신만 했고 이 창업자는 김 의장 못잖게 혁신을 하였지만 어떤 이유로든 시가총액 10위 안팎의 회사를 20년 해야만 했다. 그것도 연구개발만 하고 싶은 사람이. 둘의 차이는 그 인내의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누구보다 돈을 많이 벌 이 창업자는 약한 걸 죽여서까지 벌어야 한다면 그 뭣도 용인 안 했다. 적어도 10년 동안은. 왜? 그러지 않고도 벌 길이 없지 않기에. 그러므로 할 수 있었다.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로. 큰 규모의 회사 책임자에게 어려움은 뭔가. 글로벌이다. 진짜 글로벌 사업자와 목숨을 내걸고 붙는 것. 왜? 그래야만 이 땅의 약한 자들이 살 공간이 생길 거기에.

#김 의장이 카카오뱅크에 베팅한 건 훌륭했다. 그 전에 메신저로 SK텔레콤과 붙었던 것도 멋졌다. 나당동맹(羅唐同盟)의 방식으로 구글을 설득함으로써 현대차와 함께 한 사업은 제갈량의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좋을 만큼 예술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때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칼럼을 썼었다. 하지만 카풀은 아니다. 지금 카카오 방식이라면 그건 공유경제의 탈을 쓴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김 의장은 알아야 한다. 이해진 창업자가 지금 카카오가 벌이는 사업을 몰라서, 그런 아이디어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안 했을까. 천만의 말씀. 이해진 창업자는 그걸 다 물리친 것이다. 모든 참모가 돈이 되는데 왜 안 하십니까, 라고, 핏대를 올리며 말하는데도 안 한 것이다. 왜? 김 의장은 적어도 앞으로 10년간 그 이유를 알기 힘들 것이다. 왜? 김 의장은 미국에서 났으면 더 좋았을 거기에.

이균성 총괄 에디터(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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