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만으로도 정치적 타격..유죄 땐 '치명상'

정제혁 기자 2018. 12. 1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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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최대 위기 맞은 이재명
ㆍ“난 민주당원” 탈당 선 그어
ㆍ정치엔 거리, 정책 집중할 듯

이재명 경기지사(54)가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차기 대권을 넘보는 도지사 자리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흙수저 정치인은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법의 심판대에 서는 운명에 처했다. 이 지사는 11일 “저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민주당 당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탈당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타고난 싸움꾼”(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다. 1993년 성남YMCA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해 민주당 부대변인,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지사에 오르기까지 그의 정치 궤적은 곧 ‘싸움의 기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보수언론과 싸웠고, 재벌과 싸웠고, 보수정권과 싸웠다. 여러 번 소송을 당했고, 때로 기소돼 유죄를 받았고, 소송을 걸었다. 싸움은 대체로 훈장이 돼 밑천 없는 그의 정치적 성장을 도왔다.

이 지사의 정치적 시련은 지난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차기 주자로 성장한 뒤 시작됐다. 특히 지난 6·13 경기지사 경선과 본선 전후로 이 지사의 도덕성을 둘러싼 의혹이 쏟아졌다. 어떤 의혹들은 여권에서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일부는 이 지사에게 반감이 크다.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은 도덕적 평판을 크게 깎아내렸다. 하지만 그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실체적 진실에 닿지 못한 ‘진실게임’은 주장과 주장, 의혹과 반박이 충돌하는 소란 속에서 항상 진행형이었다.

그러나 검찰 기소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은 실체가 있는 ‘혐의’로 정정됐다. 검찰이 기소한 세 가지 혐의 중 가장 무거운 것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지위를 이용해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것이다. 직권남용은 공직자의 치명적 결격 사유다. 대통령을 노리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은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국가 공권력을 동원할 권한을 가진 자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 구속, 유죄에 이르게 한 주요 혐의도 직권남용이다.

사법적 잣대로만 보면 이 지사에겐 세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첫째,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받는 것이다. 이 지사는 정치적으로 재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둘째, 일부 유죄를 받지만 지사직은 유지하는 경우다.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테지만 정치생명 자체는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일부 유죄 혹은 전부 유죄로 지사직을 상실하는 경우다. 2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벌금 100만원 이상, 직권남용 혐의는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지사직을 잃는다. 직권남용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는다는 건 이 지사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다는 의미다. 정치생명도 끝장날 가능성이 크다.

커다란 정치적 상처도 입었다. 이 지사에 대한 탈당 요구 등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발언권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당분간 ‘정치’에는 거리를 두고 ‘정책’으로 ‘재판 이후’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실험하며 진보 정치인의 위상을 굳히려 할 공산이 크다.

이 지사는 이날 “나라를 위난으로 이끈 친일 분단 적폐세력을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고, 촛불정부를 성공시켜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촛불정부를 성공시키고 가짜보수의 귀환, 기득권의 준동을 막는 일도 민주당만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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