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택시 기사들의 비명, 극한 경쟁 내몰리고 여론마저 싸늘

안규영 조효석 기자 입력 2018.12.1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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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수익구조가 근본 원인

카카오 카풀 시행을 반대하며 택시 기사 최모(57)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분신 사망에 대해선 애도를 표하지만 승차 거부나 불친절 운행에 대한 비판이 우세하다. 택시 기사들의 투쟁이 고립된 모양새다.

택시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은 자초한 면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극한 경쟁에 내몰린 택시업계의 불합리한 수익구조를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하루 평균 10.8시간을 일해도 손에 쥐는 수입이 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생존 경쟁’이 ‘좋은 손님’을 고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 11일 공개한 최씨 유서에는 “승차 거부, 불친절은 택시 기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왜 그럴까. 택시는 12시간을 근무해도 5시간만 인정받는다”는 대목이 언급돼 있다. 현재 법인택시 기사들은 일당에서 일정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만 챙긴다. 택시 회사는 사납금 중 일부분을 기사에게 월급으로 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택시 기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217만원(세전 기준)에 그쳤다. 이 중 회사 월급이 130만원이다.

지난해 서울 법인택시 기사는 하루 평균 16만5000원을 벌었는데 그 가운데 13만5000원을 사납금으로 냈다. 13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최모(72)씨는 “내가 회사 내 수입 상위권인데도 사납금을 못 채우는 날이 허다할 정도로 사납금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일당의 80% 이상을 회사에 내지만 정작 근로시간으로 인정받는 시간은 실제 일한 시간의 절반 정도다. 이는 월급 축소로 이어진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일평균 10.8시간 일한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택시 회사 254곳은 임금단체협약에서 일평균 근로시간을 5.5시간으로 정했다.

택시요금이나 최저임금이 올라도 택시 기사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회사가 사납금을 올리거나 임단협에서 소정 근로시간을 더 낮춰 기본임금을 줄이기 때문이다. 10년차 택시 기사 김모(69)씨는 “대부분의 경우 사납금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택시 요금이 올라도 우리에겐 해당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회사들은 형식적으로 최저임금이 조금 넘도록 소정 근로시간과 임금을 정한다. 실제 일하는 시간을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적게 버는 기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납금은 노예의 족쇄와 같다. 결국 기사들은 사납금을 납부해야 기본 월급이 나오고 돈을 최대한 가져가야 벌충을 한다”고 말했다. 목적지가 멀고 동선이 좋은 손님만 골라 태우는 관행이 탄생한 배경이다.

승객 감소 추세 역시 택시 기사들의 경쟁을 부추긴다. 지난해 서울시 택시 회사 255곳 전체의 일평균 결제 건수는 2013년보다 21.3%나 감소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인구가 줄고 있고 대중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택시 이용객이 감소하고 있다.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야근하는 직장인까지 줄어 택시 수요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카풀 도입 이전에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상욱 교수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승객을 찾는 ‘노상 택시제’가 문제”라며 “해외처럼 예약 택시 위주로 가면 빈 차로 승객을 찾거나 사납금을 강요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월급만 주는 ‘전액 관리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강경우 교수는 “카카오는 자체 교통 기반 없이 수익을 창출하므로 이익 일부를 ‘공공이익’으로 보고 택시 사업자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전국택시노조와 관련 단체는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택시노조 관계자는 “택시 1만대를 동원해 국회를 포위하고 서강대교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노조 등은 12일부터 국회 앞에서 철야 천막농성을 한다.

안규영 조효석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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