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과 사회적 자본 [이상헌의 눈]

2018. 12. 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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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방대한 경험연구를 토대로 대규모 공동자원을 관리하는 데 성공할 수 있는 몇 개의 단서를 제시하였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 자본 형성이다. 소규모의 초기 제도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하여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지고 보다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에너지가 공동자원이냐는 더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재생가능 에너지는 공동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은 대체로 작은 프로그램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그래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어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며, 결국 국가 수준의 에너지 이용방식이 바뀌는 방향으로 가야 달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탈핵과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정책의 성공 여부는 소규모 단위의 에너지 전환 노력들이 성공을 거두어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도록 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하겠다고 약속한 현 정부는 최근 새만금 간척지에 2022년까지 태양광 2.4GW, 해상풍력 0.6GW, 총 3GW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이 사업은 재생가능 에너지로서는 처음으로 345kV에 연계되는 사업인데 분산형과는 거리가 먼 중앙집중형 발전방식이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공동자원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항상 환경친화적인 것은 아니며, 공급방식에 따라 환경에 부담을 줄 수도 있음은 이미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 사실 새만금 주변지역에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적 자본이 충분히 축적되었는지 확실치도 않다. 오히려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개발요소가 전북민들의 개발수요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정치인들의 볼멘 목소리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은 이제 2단계인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에 들어서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미니태양광 보급업체 선정 기준에 ‘전기공사업 면허’를 취득한 업체라고 규정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만들어 놓았다. 여전히 대기업이나 한전 같은 공기업이 시장을 과점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려면 소규모 햇빛발전협동조합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지속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시민들이 대안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되고 사회적 학습효과가 생기면서 시스템 전체의 전환이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들도 조합의 본래 취지에 맞게 조합원들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 전환과정에 나서도록 격려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장·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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