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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땅밑에 시한폭탄"..목동도 온수관 파열, 불안 확산

전민희 입력 2018.12.12. 16:28 수정 2018.12.1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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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목동 온수관 현장 사고 수습 중
다친 사람 없지만 온수‧난방 17시간 중단
33년 된 온수배관 노후 돼 사고 추정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1단지아파트에서 온수관 파열이 발생해 에너지공사 직원들이 교체 작업에 나선 모습. [사진 목동1단지 관리사무소]
12일 오후 1시 서울 양천구 목동1단지 아파트 133동 앞. 아파트 1·2호 라인과 5·6호 라인 앞에 각각 ‘안전제일’이라고 써진 임시 가림막이 놓여 있었다. 1·2호 라인 앞 가림막 안은 주변과 달리 보도블록 대신 진흙으로만 덮여 있었다. 5·6호 라인 앞의 땅은 움푹 패여 있어 나무의 뿌리까지 앙상하게 드러났다. 잠시 후 굴착기 한 대가 현장에 도착해 흙을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구멍 난 땅이 조금씩 메워졌다.
전날 발생한 목동1단지 온수관 파열사고에 대한 복구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아파트에는 전날인 11일 두 차례에 걸쳐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차 파열은 오전 8시50분쯤 화단에서 수증기가 올라온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2차 파열은 서울에너지공사가 1차 파열에 대한 복구작업을 끝낸 뒤 오후 5시30분쯤 발생했다.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1차 복구작업을 끝내고 온수공급을 재개하자 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고 전했다. 송인섭 목동1단지아파트 시설과장은 “1차 때는 1·2라인에서 물안개 같은 수증기가 땅 위로 2m가량 치솟았고, 2차 때는 물기둥이 20cm 높이로 분수처럼 올라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온수관 복구는 끝났고, 보도블록 쌓는 작업만 남겨두고 있다.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1단지 앞 화단이 온수관 파열 복구작업으로 패여 있다. 전민희 기자
이날 사고는 배관이 오래돼 균열이 생겨 물이 새면서 파열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온수관은 지름 200mm짜리로 아파트가 완공된 1985년에 설치됐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수증기가 살짝 올라오는 등의 이상 징후가 발생하는 곳은 집중관리 하는데,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이런 취약구간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는 “취약구간은 열화상 카메라나 적외선 온도계로 일일이 점검하면서 온도변화에 신경 쓰는데, 이번에 파열이 일어난 곳은 이전에 특별한 징후가 없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를 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아파트 1885가구에 난방과 온수가 중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온수관이 시차를 두고 두 차례에 걸쳐 파열된 탓에 온수‧난방이 11일 오전 9시부터 12일 새벽 2시까지 약 17시간 동안 끊겼다. 아파트 주민 김모(66‧여)씨는 “오후 8시에 물이 나온다고 해서 씻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찬물밖에 안 나오더라. 한겨울에 뜨거운 물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아파트에 10년 넘게 거주 중인 송모(67‧여)씨는 “며느리랑 6개월 된 손자가 이번 주에 집에 와 있는데, 하필 이때 난방이랑 온수가 끊겨서 속상하다”며 “급한 대로 전기장판이랑 담요 등을 쓰긴 했는데, 손자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아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노후 온수관 파열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열 수송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밖에 안 지났기 때문이다. 윤모(82‧여‧서울 양천구)씨는 “이번 사고를 보면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기회에 오래된 온수관을 일제히 점검해 문제가 있는 것은 새것으로 교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63‧서울 양천구)씨는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니 지하에 있는 온수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진다”며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희‧이수정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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