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가습기 틀면 치솟는 미세먼지 수치..유해할까?

2018. 12.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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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측정되는 것은 대부분 물방울 입자
수돗물 속 광물질 공기 중 확산..유해성은 입증 안 돼
가습기 [게티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국내 가습기 업체들은 대부분 가습기에 수돗물을 사용하라고 권장해왔다. 수돗물 속에 함유된 염소가 세균 증식 위험을 막아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어 사용해 본 소비자라면 공기청정기의 미세먼지 수치가 치솟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공기청정기가 공기 속 물방울 입자를 미세먼지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설명한다.

과연 가습기에 수돗물을 쓰는 것이 건강을 위해 안전한 선택일까? 또 가습기가 내뿜는 미세입자는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걸까?

국내외 실험 결과들을 보면 가습기 때문에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처럼 칼슘, 나트륨 등의 광물질(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물을 사용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92년 국제학술지(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면적 392㎡의 집에서 수돗물을 넣은 초음파 가습기를 틀 경우 집안 미세입자(PM10) 농도가 최대 658㎍/㎥에 달한 반면 미네랄 함량이 낮은 증류수를 사용했을 때에는 54㎍/㎥에 그쳤다.

가열식 가습기의 경우 수돗물을 넣어도 PM10 농도가 41㎍/㎥에 불과했다.

초음파 가습기는 진동판을 통해 작은 물방울들이 공기 중으로 튀어나오게 하며,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가열하면 증기가 발생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한 공기질관리업체가 국내에서 실시한 간이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초음파 가습기에 증류수와 걸러 낸 정수기 물을 넣어 3시간 동안 작동시킨 결과, 초미세입자(PM2.5) 수치가 각각 20㎍/㎥, 40㎍/㎥ 가량을 나타냈지만, 수돗물을 사용하면 300㎍/㎥를 넘어섰고, 미네랄 함량이 높은 생수를 쓰면 무려 900㎍/㎥까지 치솟았다.

국내외 실험 결과들을 보면 초음파 가습기에 사용한 물의 미네랄 함량이 많을수록 배출되는 입자의 미네랄 함량이 높다는 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습기 작동시 미세먼지 수치가 높게 측정되는 것은 일반 공기청정기나 공기질 측정기의 먼지 센서가 가습기에서 배출된 물방울 입자와 인체에 유해한 먼지를 구분하기 못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한 가습기 업체 관계자는 "초음파 가습기는 가열식 가습기나 기화식 가습기에 비해 배출하는 물방울 입자 크기가 크고 가습량도 많기 때문에 미세먼지 수치가 높게 측정된다"며 "수돗물과 증류수의 미세먼지 수치에 차이가 나는 것은 미네랄 함량이 많은 물일수록 가습기에서 발생하는 물방울 입자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PM10 센서에서는 초음파 가습기의 수치가 높게 나오지만, 이보다 작은 입자를 측정하는 PM1.0 센서에서는 다른 형태의 가습기도 사실상 거의 비슷한 수치가 측정된다"면서 "나트륨, 칼륨 등의 수돗물 속 미네랄은 황산염, 중금속 등을 포함한 유해 미세먼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로 측정되는 것이 대부분 물방울 입자라 하더라도 수돗물처럼 광물질이 많이 든 물을 초음파 가습기에 쓰면 물속 광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지는 것은 사실이며, 이것을 코로 들이마셔도 인체에 무해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것이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초음파 가습기를 통해 배출된 입자 이미지 [보고서 'Effect of aerosol particles generated by ultrasonic humidifiers on the lung in mouse' 중]

일본 연구진이 2013년 국제 학술지(Particle and Fibre Toxicology)에 게재한 보고서(Effect of aerosol particles generated by ultrasonic humidifiers on the lung in mouse)에 따르면 다섯 그룹의 쥐를 7~14일간(하루 8시간 혹은 24시간) 수돗물을 사용한 초음파 가습기에 노출한 결과, 가습기가 내뿜는 입자 흡입이 폐에 세포 반응을 일으켰지만, 염증이나 조직 손상은 일으키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습기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작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보다는 미네랄 함량을 줄인 물을 쓰라고 권고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쓰는 것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초음파 가습기에는 가급적 증류수나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된 물 등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수돗물을 쓸 경우 광물질이 공기 중에 확산할 뿐 아니라 가습기 내에 침전물이 생기는데 이는 세균과 곰팡이 등 각종 미생물의 배양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2015년 우리나라 환경부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미국의 경우 수돗물에 석회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문제가 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우리나라의 수돗물에는 수도관이 손상되지 않는 한 석회 성분이 없거나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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