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8700명 무급휴직" 방위비 압박

이성택 입력 2018.12.14. 04:45 수정 2018.12.14. 07:56

주한미군 측이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과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 4월 중순부터 강제 무급 휴직을 시키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사령부는 공문에서 "방위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019년 4월15일부로 무급휴직의 발효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은 방위분담금 협상의 볼모로 잡혀 고용 지위를 위협받는 상황을 우리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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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협상 타결 안 되면 내년 4월 중순 강제휴직” 공문

부대내 근로자 볼모로 정부 압박… 임금체불 논란 번질 수도

주한미군 사령부가 지난달 7일 마이클 미니한 주한미군 참모장 명의로 최응식 한국인노조위원장에게 발송한 공문. “방위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019년 4월15일부로 무급휴직의 발효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제공

주한미군 측이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과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 4월 중순부터 강제 무급 휴직을 시키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급 휴직이 이뤄지면 8,7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유리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미국 측의 압박용 카드로 보인다.

13일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에 따르면 주한미군 사령부는 지난 달 마이클 미니한 주한미군 참모장 명의로 최응식 한국인노조위원장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주한미군은 이 공문을 고용노동부 등 우리 정부에도 보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공문에서 “방위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019년 4월15일부로 무급휴직의 발효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각지의 주한미군 부대에는 한국인 근로자 1만2,000여명이 시설 관리, 전투 지원, 금융, 의료서비스 등 업무에 종사한다. 이중 사업 수익금으로 임금을 받는 3,000여명을 제외한 8,700명가량이 분담금 협상 결과의 영향을 받는 대상이다.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의 25%는 미국이, 75%는 한국이 각각 부담한다. 손지오 노조 사무국장은 “주한미군이 공문 형식으로 무급휴직 예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건비는 나눠 부담하지만 한국인 근로자의 법적 사용자는 미군이어서 협상 지연을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임금체불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고용부는 사용자 귀책사유로 근로자를 휴직시키려면 휴직 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를 주도록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와 고용관계에 있어 원칙적으로 국내 노동관계법을 따라야 하지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예외를 적용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은 방위분담금 협상의 볼모로 잡혀 고용 지위를 위협받는 상황을 우리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손 사무국장은 “방위비분담금 중 인건비로 쓰이는 돈의 하한선을 명시하도록 해 우리 국민의 고용 안정을 지켜 줘야 한다”며 “또 주한미군이 국내 노동관계법을 100% 준수하도록 SOFA 조항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대표단은 11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열번째 회의를 진행했다. 협상 연내 타결을 위한 마지막 회의였지만 방위비 분담금 총액 등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는 오늘 오전 종료됐고 연장 회의는 없을 것”이라며 “협상 상황에 대해선 내부 정리를 거쳐 조만간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올해 3월부터 매달 진행된 협상에서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과 유효기간, 연 증가율 등 주요 쟁점을 묶은 ‘패키지 딜’을 시도해왔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측 분담금을 2배까지 증액하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협상 전망을 어둡게 했다. 올해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은 약 9,600억원 규모로 미국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최대 1조8,000억여원까지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협상이 연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관례에 따라 제9차 협정에 준해 분담금을 지불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당국자는 “(협정 공백 시) 과거 전례를 따라 올해 분담금 수준에 준해 필요한 사항(예산 편성)을 진행하고 차액은 예비비를 편성해 충당하도록 준비해뒀다”고 설명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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