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최대 격전지 호데이다항 '휴전'.. 평화 향한 첫발 뗐다
[경향신문] 4년을 끌어온 예멘 내전에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13일(현지시간) 최대 격전지인 호데이다항 등 3곳에서 휴전에 합의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예멘의 생명선’으로 불리는 호데이다항이 중립 지대로 바뀌면서 예멘인들이 직면한 극심한 인도적 위기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 대표단은 이날 스웨덴 림보에서 유엔 중재로 열린 평화 협상에서 호데이다항에 주둔 중인 모든 병력을 21일 이내에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교전이 격렬해졌던 제3도시 타이즈의 구호물자 통행을 허용하고, 전쟁 포로 1만5000명도 맞교환하기로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합의는) 예멘의 평화와 인도주의 위기의 종식을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호데이다항에 정부군과 반군이 참여하는 공동경비위원회를 설치, 병력 철수 상황과 구호물자 배급을 감독할 계획이다.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는 호데이다항의 개방이다. 호데이다항은 예멘으로 향하는 구호물자의 75%가 오가는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개입으로 내전이 본격화된 2015년 3월 이후 후티 반군이 점령하고 있다. 올 들어 호데이다를 놓고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전투가 지속됐다. 항구로 이어지는 길목 대부분이 봉쇄되면서 식량 공급이 어려워졌고, 인구의 절반인 1400만명(유엔 추산)이 아사 위기에 처했다. 이 내전으로 민간인 등 1만명 이상 사망했다.
양측이 종전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 수도 사나를 포함한 대다수 지역은 휴전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미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휴전 협상 중에도 호데이다 공습이 이어졌고, 유엔 관계자들은 양측 대표단이 대면할지 여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며 “이번 합의는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전했다. 양측은 내년 1월 2차 협상에서 내전 종식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외신들은 지지부진하던 예멘 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탄 배경으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꼽는다. 살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그가 주도한 예멘 내전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사우디 동맹국인 미국 정부도 카슈끄지 피살 이후 예멘 내전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는 지난 6일 평화 협상이 재개돼 양측 대표단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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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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