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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술팔았지? 신고하면 영업정지야" 청소년에 협박당하는 술집들

안승진 입력 2018.12.15. 09:02 수정 2018.12.15. 15:35
[스토리세계-청소년 음주 규제①] 주류 판매는 '영업정지'..주류 산 미성년자는 '훈방조치'

“40일간 강제휴식 들어갑니다.”


경기도 안양에서 2년째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5)씨는 지난 2월 문 앞에 영업정지 대자보를 붙였다. 고등학생 2명이 대학생 지인들과 함께 김씨 가게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1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직원이 분명 주민등록증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대학생 신분증을 돌려쓴 것이었다”며 “호프집을 운영하며 신분증 확인을 각별하게 신경 쓰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영업정지는 단골손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걱정이 컸다”며 “(미성년자를) 경쟁업체에서 고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부산에서는 지난 6월 10대 4명이 유흥주점에서 150만원어치 술을 마신 뒤 업주에게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 영업정지를 당하게 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업주가 술값을 계속 요구하자 10대들은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이들은 3개월 전에도 술집 점주를 협박해 술을 마신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매장은 영업정지부터 영업폐쇄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영업제재는 개인사업자 생계에 위협을 줄 만큼 치명적이지만 음주를 한 청소년에겐 별다른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주류 판매에 대한 책임을 업자에게만 돌리는 게 아니라 이를 막을 별도의 청소년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주류 판매한 업자는 ‘영업정지’…주류 산 미성년자는 훈방조치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업자는 엄격한 제재를 받게 된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식품위생법’상 영업허가∙등록 취소, 최장 6개월의 영업정지 및 영업소 폐쇄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청소년이 음주로 적발되면 교내 징계나 훈방조치 등 솜방망이 수준의 제재를 받는다. 주류를 취급하는 업주들은 신분증 확인에 혈안이지만 미성년자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데 골몰하는 이유다.

경기도 의왕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윤모(58)씨는 “주민등록증 검사를 확실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얼굴과 사진이 헷갈리는 경우 어려움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팔았다는 이유로 신고당한 주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매장 수는 지난 2014년 이후 최근 4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14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5649곳이었던 미성년자 주류 판매 적발업소는 2015년 6986곳, 2016년 7025곳, 지난해 7521건으로 늘었다. 교육부 등 정부가 조사한 ‘2017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46.4%, 고등학생 73.2%가 편의점 및 가게 등에서 주류를 구입하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법으로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한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억울한 사연이 전해지자 지난 11월 국회는 이를 보완하는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위조∙변조된 신분증을 사용하거나 폭행, 협박을 통해 미성년자가 주류 판매업자를 속인 사정이 인정되면 이를 참작해 과징금 부과∙징수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반면 미성년자에게 음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청소년 음주 문제가 끊이지 않을 거란 한계도 지적된다.

◆“음주규제 위반한 미성년자에게도 책임이 따라야”

이에 따라 미성년자까지 음주에 대한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성년자 자신이 주류를 판매한 업자를 신고하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서양권 국가에서는 음주 규제를 위반한 미성년자를 직접 제재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 에스토니아 등 유럽 국가는 주류 구입을 시도하거나 적발된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한화 100만원 이하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선 미성년자가 주류를 구입, 소비, 운반하거나 주류 판매업소에 입장만 해도 2200달러(한화 17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도 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벌금과 사회봉사명령, 음주예방 교육프로그램 수강, 운전면허 정지 및 구금 등을 통해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를 규제하고 있다.


◆“제대로 된 법의식부터 갖추게 해줘야…교육이 우선”

반면 미성년자에게 음주 책임을 엄격하게 지우기보다 성인이 됐을 때 제대로 된 법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계도하는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지난 5월 미성년자가 상습, 악의적으로 주류를 구매하거나 경쟁업체의 사주로 주류 판매업자를 신고했을 경우 사회봉사, 심리치료 및 특별교육이수 등을 조치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계류된 상태다.

권일남 명지대 교수(청소년지도학)는 14일 통화에서 “미성년자의 술담배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미성년자를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미성년자는 미성숙한 만큼 법제도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키기 위한 기회와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교육”이라며 “판매업자에게 책임이 과하다면 이를 덜어줄 보다 세련된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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