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김용균 사망한 태안화력, '4명 추락사' 누락했다

신문웅 입력 2018.12.15. 20:18 수정 2018.12.16. 15:06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한국서부발전 국회 제출 자료에서 빠져.. 지난해도 사고 은폐 논란

[오마이뉴스 글:신문웅, 편집:이주영]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 고 김용균(24)씨가 새벽에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주)이 무재해 사업장으로 정부 인증을 받아 산업재해 보험료를 감면받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국회에는 4명이 사망한 사고를 누락한 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17년 국정감사 당시 서부발전에서 받은 '2008년~2017년 발전소 인명사상자 자료'에 따르면, 김용균씨가 근무했던 태안화력에서는 9년간 44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사망자는 총 6명이었으며, 전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 제출 자료를 보면 2011년에 발생한 산재는 비계해체작업 중 하청 노동자가 추락한 사고뿐이지만,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는 그해 9월 28일 발전시설 외벽 공사 중 하청 직원 3명이 추락해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6년 2월 18일 컨베이어벨트 고정 공사 중 시멘트를 타설하던 하청 노동자 2명이 발전소 안에서 추락해 사망했는데, 이 사고 역시 국회 자료에는 누락됐다(관련기사 : 사망사고 발생한 태안화력 건설 현장, 여전히 위험).

한편, 44건의 산재 가운데 41건이 하청 노동자 사고로 분류됐다. 원청인 태안화력 직원의 사고는 3건에 불과했다.

정규직 직원의 사고 내용은 ▲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지게차와 충돌 ▲ 염산제거 중 소방호스에 의해 손가락 절단 ▲ 저압차단기 1차측 검전기 사용 중 감전 등이었다. 하청 노동자의 사고는 대부분 추락 아니면 벨트 협착이었다. 상대적으로 하청 노동자가 대형 사고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서부발전 최근 10년간 사고 현황1
ⓒ 박정 의원실 제공
 
 한국서부발전 사고 현황
ⓒ 박정 의원실 제공
 
 한국서부발전 발전소 산재현황
ⓒ 박정 의원실 제공
계속된 은폐 논란... 지난해에도 사고 사실 뒤늦게 알려
이뿐 아니다. 지난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중대한 산재가 발생했을 때도 사건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인의 사고 현장은 작업이 중지된 상태에서 정부합동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 시민대책위 제공
지난 2017년 11월 15일 태안화력 3호기 보일러 정비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J씨(42)가 기계에 끼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으나, 사고를 당한 노동자를 구급 차량 대신 자가용으로 병원까지 이송했다. 태안화력방재센터에 알려 구급대원의 안전조치를 받도록 하라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숨졌다. 하청업체 측은 사고사실을 경찰에 뒤늦게 알렸다.

또한 같은해 11월 1일 3호기 보일러실 인근에서 용접 작업 도중 불똥이 가스에 옮겨붙으면서 폭발해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얼굴과 손 등에 화상을 입었는데, 당시에도 하청이 사고를 숨기면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인해 감점을 받으면 해당 발주처로부터 입찰에서 배제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관련 기사 : 태안화력, 산재사고 은폐 또 들통).  

태안화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는 발생 즉시 방제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방제센터장만 태안화력 소속 정규직원이고 방제센터 근무자는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사건·사고 발생 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방제센터장에게 알리고 추후 조치를 하는 수준으로, 응급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고 당시에도 고인의 동료 직원들이 고인을 발견하고 하청업체와 방제센터에 알렸으나, 방제센터장이 태안화력과 본사인 서부발전 상급자들에게 보고 후 지시를 기다리고 대책 마련을 하느라 고인의 시신 수습이 늦어진 것이라고 현장 노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신 수습도 동료 노동자들이 해야만 했고, 경찰 신고도 방제센터 하청 직원인 응급구조사가 했다는 주장이다.

'위험 외주화'로 5년간 산재보험료 497억 감면  

이처럼 산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사고 처리가 주먹구구식인 이유는 산재관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발전사들이 최근 5년간 감면받은 산재보험료
ⓒ 우원식 의원실 제공
한국서부발전을 포함한 발전 공기업들은 사실상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정부로부터 세재 혜택을 받아왔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이 각 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이하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화력발전 5개사(남동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7개 전력기관은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산재보험료 497억 원을 감면받았다.

이들 기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되는 전기를 생산하고 송배전 업무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정부로부터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산재 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전이 262억 원으로 가장 많은 감면을 받았고, 한수원 123억 원, 발전5사 112억 원 순이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한국서부발전도 22억 원 넘게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이 무재해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사업장에서 다치거나 숨진 노동자 모두 하청 소속이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재해자 현황을 살펴보면, 한전의 전체 재해자 중 하청 노동자가 95.7%를 차지했다. 한수원은 91.7%, 남동발전은 89.8%, 중부발전은 97.4%, 동서발전은 97.9%였으며, 사고가 발생한 서부발전도 95.5% 수준이었다. '하청에 위험을 떠넘겼다'는 노동계의 지적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최근 5년간 한전, 발전사 하청노동자 재해 현황
ⓒ 우원식 의원실 제공
덕분에 지난 5년간 한전은 272개 사업소 중 144곳에서 무재해 인증을 받았고, 한수원의 모든 본부와 발전소(6본부, 7양수발전소), 화력발전소 5개사의 모든 발전본부(남동5, 중부7, 남부7, 동서5, 서부6) 역시 재해가 없는 안전한 사업장으로 인증받았다.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을 운영하는 서부발전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업무를 하청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전력 공기업들은 보험수지율(과거 3년간 납부한 산재보험료 대비 산재보험급여 비율)에 따라 산재보험료를 할인받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실제로 알려지지 않은 산재가 수두룩하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라며 "정부가 합동 조사단과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하는데, 사고의 원인과 대책은 물론 그동안 암묵적으로 하청 사고를 숨겨오고,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하청에 떠넘긴 한국서부발전의 횡포를 조사해야 한다. 또한 사고 은폐가 또 있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험의 외주화'는 결국 공기업의 경영성과 평가 등 성과주의가 빚은 참사"라며 "국민의 기본적인 안전과 생활을 위한 전기 생산 등 국가기본사업장에 대한 비정규직 양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데, 아직까지 제대로는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