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 "뜨는 게 무서워요"..폐허 된 골목상권

염규현, 조의명, 남형석 2018. 12. 1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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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장사는 어떠세요?

[이화진/시민] "(아이스크림에) 솜사탕 올려주는 가게도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졌더라고요."

[전우영/시민] "특색이 없어진 것 같아요. 다른 동네처럼…"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유명해지는 게 무섭다는 가게들이 늘고 있습니다.

애써 상권을 띄워놓으면 임대료가 크게 올라서 결국 쫓겨나기 때문인데요.

그들이 쫓겨난 자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들은 계속 쫓겨나야만 할까요?

이곳은 을지로 3가의 인쇄 골목입니다.

그런데 이곳 어딘가에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장님, 혹시 여기 카페가 어디로 가야 해요?

여기 밑에 커피라고 쓰인 글자가 보이거든요.

지금 굉장히 계단이 좁아지고 있는데요.

지금 카페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4층까지 올라왔는데 지금 인쇄 사무실 말고는.

카페 표시도 지금 손바닥보다 작게 붙어 있는데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민선/카페 사장] "위로 올라온 이유는 임대료 때문에 올라온 것 같고요."

사진 촬영 금지 이런 게 붙어 있기에, 제가.

"여기가 그렇게 경리단처럼 떴으면 좋겠다.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 너무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상황이."

[이민선/카페사장] "그러면 적당히 떠야 되겠네요." "그냥 이대로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간판을 드러나지 않은 근처 또 다른 카페에 가 봤습니다.

갬성(감성)을 찾아서 이제 왔죠.

바꿔 말하면 감성 대비.

"익선동에서 가게를 하다가 지금 여기로 온 겁니다."

익선동도 사실은 핫하잖아요.

[루이스 박/카페 사장] "익선동은 이미 짧은 시간에 너무 번화해져서…어떤 나라나 마찬가지인데 한국의 문제는 모든 게 너무나 빠르다는 거예요."

이들뿐이 아닙니다.

노골적으로 유명해지길 거부하는 이른바 혐핫 현상도 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골목 상권의 수명은 계속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이른바 핫한 골목 상권의 대명사인 경리단길입니다.

망리단길, 송리단길 이런 식으로 뜨는 골목마다 이곳의 이름을 갖다 붙일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요.

6, 7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입구 쪽의 상가인데요.

이렇게 텅 비어 있고 임대라는 글자가 붙어 있고요.

바로 옆 가게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조정순/상인] "저쪽에 월세가 (한 달에) 700만 원이었나 봐요."

[한정희/상인] "오픈한 뒤에는 굉장히 '핫'해서 골목이 터져 나갈 정도로(사람이 많았어요."

"2년 만에 (임대료) 두 배를 더 올렸죠. 그러다가 작년에 (장사가 안 돼서) 150만 원 정도를 빼줬죠."

"임대료가 계속 오르면 상인들이 버텨낼 수가 없잖아요."

이곳에서 오랫동안 음식점을 운영해 온 방송인 홍석천 씨도 SNS에 경리단길이 위기라며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한번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홍석천/방송인] "경리단길이라는 상징성이 있거든요. 젊은 아티스트들이 꿈을 안고 많은 작업을 펼쳤고 그걸 보통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즐겼던 곳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티스트들이 다 쫓겨난 거예요."

[홍석천/방송인] "여기도 잘 되던 집이었는데 나갔네요."

"이제는 좀 까놓고 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하면 다 같이 잘 될 수 있을까 (고민해야죠.) 서로 살아야 하니까요."

젠트리피케이션, 얼마나 확산됐나.

상권이 번성하면 임대료가 올라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죠.

방금 보셨던 경리단길이대표적인데요.

지난 4년간 40%나 임대료가 올랐습니다.

서울의 새로운 상권인 서촌과 연남동 등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런 현상이 일어난 골목상권이 전국에 100곳가량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처음에는 개성 있는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몰렸다가 결국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가게들만 남게 되는 겁니다.

제가 그 현장에 왔습니다.

이곳은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골목 상권인 가로수길인데요.

마치 백화점이나 어디 아웃렛에 온 것 같이.

가장 큰 도로 1층 가게들을 전부 세어보니 88곳 중 77%가량이 대기업 또는 프랜차이즈 가게였습니다.

[이화진/시민] "제가 자주 가던 데도 갑자기 문 닫고요."

[전우영/시민] "원래 좀 예술적이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 평범하지 않나."

[엄지수/가로수길 가게 직원] "손님들도 오면 옛날이 좋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거의 많아요."

[엄지수/가로수길 가게 직원] "옛날엔 어땠길래 옛날이 좋았다고 하시죠?" "이렇게 큰 건물이 거의 없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주민과 지자체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비싼 임대료를 내느니 그 돈을 모아서 차라리 건물을 사겠다고 선언한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박영민/염리동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협동조합에 500명이 평균 100만 원 정도씩 5억 정도 됩니다."

[박영민/염리동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을 모집해서 (돈을 모읍니다.)"

[정혜진/염리동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 같아요."

또 다른 대안도 있습니다.

지자체와 건물주들이 상생 협약을 맺는 건데요.

[송홍연/상생협약 위원·건물주] "임차인이 그래도 뭔가 여기에서 정착해 살아갈 수 있게끔 해야 하지 않을까(생각했어요.)"

참 잘했어요 이런 거군요.

두 분 다 건물주시잖아요.

그럼 사실은 좀 속 쓰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같이 응원해서 그냥 조금 올렸어요.

그러니까 오래 계시고 그분도 잘되니까 좋고.

조금의 조가 좀 긴 느낌.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뭔지 깔끔하게 정리해드립니다.

먼저 프랑스 파리에서 흥미로운 시도를 했네요.

파리시가 부동산 관련 투자 회사를 직접 만들어서 빈 점포를 사들인 다음에 소상공인들에게 장기 임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비슷한 제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장기 안심 상가라는 대책을 내놨네요.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한 임대 업자에게 최대 3,000만 원까지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박용진/서울시 공정경제과 상생협력팀장] "그 지역에 이런 (상생하는) 상가가 있다는 홍보 효과가 크고,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과 소상공인 인식 확산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특색 있던 거리의 색이 없어지기까지는 몇 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골목이 사라지면 문화도 사라집니다.

건물주와 상인 그리고 시민이 함께 힘을 합쳐 골목 상권을 지켜야 할 이유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염규현, 조의명, 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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